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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나비효과, 불의한 현실에 눈뜬 보통맘들의 작은 몸짓

[기자간담회]보수적인 TK지역, 무소의 뿔처럼 나가는 민심의 변화 조명


14일 오전, 서울 왕십리 CGV에서는 지난해 7월 13일, 박근혜 정부가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후보지로 발표한 이후 337일간 국내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핸 투쟁을 벌이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독립영화 <파란나비효과>의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의 시사용어인데, 영화 <파란나비효과>는 여기에 평화의 상징인 '파란'색을 합성해 미국의 사드배치 후보지로 발표된 경북 성주에서의 '사드 반대'와 '평화 유지' 투쟁을 알리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올해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이 영화는 세월호의 노란 리본처럼, 사드의 전자파가 자녀들에게 끼칠 피해를 걱정해온 평범한 엄마들이 파란나비 리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데, 2013년 영화 <마이 플레이스>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평론가상을 받으며 다큐멘터리 연출에 능한 한예종 출신의 박문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위기를 통해 진심을 교감하게 된 성주 엄마들의 공생과 연대의 서사를 중심으로 불의한 현실과 왜곡된 역사에 눈뜬 보통 맘들의 작은 몸짓을 통해 무관심과 게으름으로 인해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에 대한 각성처럼 다가온다. 성주가 아닌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반대라는 1%의 가능성에 베팅한 절실한 모성애에는 걸크러쉬의 매력마저 느껴진다.

특히, 성주 주민들은 자발적인 재능 기부와 촛불문화제로 제 2의 촛불 혁명을 꿈꾸면서 정통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의 정서 속에 관변단체에 의한 조직적 방해와 저항에 맞서 무소의 뿔처럼 나가며 시민민주주의 횃불을 밝힌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공인한 다큐멘터리 장인으로서 박문칠 감독의 시선은 그동안 지역 이기주의로 대표되는 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으로 비쳤던 성주 주민들의 사드배치 반대 운동의 전말을 밝히면서 지역적인 문제가 아닌 '자주 평화'라는 국가적인 담론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이들의 외침과 신념을 포착해냈다.   



박문칠 감독은 "똑같은 현수막과 구호로 외치는 집합된 군중으로만 나타내는 사람들이 사실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분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걸 영화로 표현해내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사드(THAAD) 배치라는 국민적인 관심사에서 전문 배우가 나오지 않고, 단체의 지도부가 아닌 평범한 여성을 주목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태가 벌어지는 초반, 성주에 정치인도 많이 다녀갔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여성을 택한 것은 아래로부터 올라온 지도부라 생각됐고 주민들이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기 때문에 열과 성의를 다해서 330일 넘게 촛불을 들며 이 운동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라며 "기존 사회나 정치의 영역을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쉬운데, 성주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저한테는 호기심이 가고 궁금한 대상이 됐고, 영화를 보게 될 관객에게도 신선하다든지 새로운 고민을 안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박 감독은 설명했다.

국회 국방위와 지역 국회의원이 모르쇠로 일관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심각하다고 생각되는데,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대선 이후 성주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들에 주민으로서 솔직한 심정에 대해 문자 영화에 출연한 이수미 씨는 "대선 결과가 방송될 때에 댓글에 너무 많은 악플이 달려서 제대로 못 봤다. 그래서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연예인들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공감을 하면서도 충격을 받았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영화에서 나왔듯 성주가 관군이 물러나고 의병이 나왔다고 해서,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는 지킴이로 현장에서 이끈 분들은 300명 내외인데 역으로 생각하면 외부에서는 성주군 전체가 사드를 반대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만큼 정말 작은 숫자가 잘 싸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이나 나쁜 댓글이 달려도 기가 죽지 않는다"라며 "의식 변화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종북 프레임에 70년, 지역주의에 갇힌지 50년이나 됐는데 고령 인구가 많기 때문에 당장 거기에서 깨어난다는 건 어렵고 현장에서 운동하는 분들은 잘 하고 계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주를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동기에 대해 박문칠 감독은 "사드 문제 자체에 대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경상도라는 매우 보수적인 TK 지역에서 기존 정부에 반대하는 커다란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서 그 분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 궁금했었던 것 같고, 지금 대구에 살고 있는데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런 정치적인 의식의 변화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경우에는 사드라는 외부적인 충격으로 공동체가 공포에 빠지게 되고 충격을 받고 그로 인해 변화가 분명 일어날텐데, 변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잠깐 저러다 마는 것인지 이제까지 본인들의 정치적 성향을 되돌아보고 사회적 모순에 눈을 뜨면서 의식의 변화를 겪게 되는지 궁금해서 촬영하다가 이분들의 얼굴을 바깥 세상에 알려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촬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운동에 참여하면서 출연진 중 가족의 변화 양상에 대해 묻자 배정하 씨는 "2000년대 초에 동성동본 혼인법 제정 당시 갓 쓰고 가장 앞장 서서 반대하셨던 아버지는 한복 자락 휘날리시는 보수적인 성향의 유림이신데, 18대 대선 때 박 대통령은 안 된다고 딸이 말했을 때 크게 혼날 뻔했다. 하지만 사드 문제가 터지고 딸이 앞장서서 이런 일을 하면서 아버지가 내 손가락을 분질러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선에서 아버지가 차마 1번을 찍진 못하셨지만 5번을 찍었다. 가부장제의 중심에 선 아버지가 인생에서 두번째로 대통령을 여성 후보를 찍으신거고, 될 사람을 뽑은 게 아니라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을 찍었다는 얘기를 차 안에서 들었을 때 가슴 벅찬 눈물을 흘렸다"라며 "이런 변화들이 콘크리트가 갈라지고 그 사이에 우리가 흘린 땀과 눈물이 새어 들어가서 콘크리트를 무더뜨리는 기반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내부 가족관계의 변화에 대해 배은하 씨는 말문을 열면서 "처음에 제가 운동에 나설 때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남편은 정부가 하는 일은 못 막는다는 말을 하며 촛불집회에도 나오지 않았고 부정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지쳐 있을 때 의식의 변화가 딸과 남편에게 전해져 촛불문화제에 대신 나가겠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처음엔 사드 레이더가 내뿜는 전자파가 아이들에게 해롭다고 해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투표 당일에도 아버님과 다툴 뻔 했고, 가족관계 안에서 개개인의 평화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정치나 평화가 멀리 있는 얘기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어렵거나 딱딱한 것이 아니라 생각해보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며 "삶이 곧 정치고 정치가 곧 삶이다라는 것을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다.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1,700만의 국민들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배급을 맡은 인디플러그의 고영재 대표는 "솔직히 많이 안 오셔서 편안한 것도 있죠"라고 비전문 배우인 출연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했고 영화에 출연한 배미영 씨는 "지상파 TV나 종편이 내용을 왜곡하고 프레임으로 가둘 때 바른 뉴스를 보도해주는 언론 매체와 '옥자'한테 안 가시고 와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언론에 뼈 있는 일침을 던지기도 했다.

영화 에필로그에 삽입돼 지난 정부의 퇴진 운동을 벌였던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할 계획이 있냐고 질문하자 박문칠 감독은 "광화문이나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이번 주말에도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돌아가며 하고 있다"며 "국가의 주요 외교 행사 때 그때마다 대응하거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국민에게 뜻을 알리기 위해 기금 모금을 하는 등 크고 작은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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