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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623. 싱글·졸혼, 예능의 새 경향

미우새·나 혼자 산다 이어 '졸혼수업'서 각자도생, 욜로 라이프 조명


본격 여름 시즌을 맞아 대학가 주변이나 청량리, 회기역 등에서는 대학생들이 산과 들, 바다로 하계 MT를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장기간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는 청년들을 마냥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연령을 늦추는 만혼 풍조와 독신을 선언하는 비혼 세태를 낳고 있지요.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하는 노령층 가구와 함께 관공서의 지방 이전으로 인해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내 행복을 우선 추구하는 욜로(Yolo) 라이프가 방송가 예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전체의 27.8%인 528만 가구에 이르고 그 가운데 60% 정도는 기혼자라고 하네요.



이런 세태를 반영해선지 맞선, 가상 결혼 소재에서 벗어나 찬란하면서도 쓸쓸한 1인 가구를 소재로 한 <미운 우리 새끼><나혼자 산다>에 이어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졸혼수업> 등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말로, 법적으로 결혼은 유지하되 각자의 삶과 행복을 추구하는 별거 상태인 '졸혼'에 올해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주목받은 '각자도생'과 '욜로(Yolo) 라이프' 성향을 덧입힌 예능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졸혼 사실을 고백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중견 배우 백일섭의 삶이 소개된 <살림하는 남자들>에 이어 최근 문득 보게 된 프로그램은 종편 MBN이 지난 14일 첫 회가 방송된 <따로 또 같이 부부라이프-졸혼수업>(이하 졸혼 수업) 입니다. <졸혼 수업>은 결혼 25년 차 중견 배우 조민기 부부와 결혼 9년차 배우 김정현 부부가 출연해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가 스타와 일반인 신분의 엄마의 이야기가 관심을 모았듯이 가족의 관점에 서서 365시간을 따로 떨어져 사는 스타와 아내의 졸혼 수업이 그려지면서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지난 21일 밤에는 연예계에서 애처가로 불리는 김정현과 그의 아내에게 “딸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오직 아내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했으면 좋겠다"며 딸의 육아를 혼자 책임지겠다고 했죠.



하지만 별거 첫날부터 아이의 유치원 등원준비에 허둥지둥하는 철부지 아빠 탓에 일곱 살 난 딸의 눈물이 뚝뚝 흐르고 딸로부터 핀잔을 듣는 등 쉽지 않은 '독박 육아'의 일상이 공감을 샀어요.


집안일과 육아에만 전념해 온 아내 김유주 씨 역시 홀로서기를 위해 서울 북촌에 위치게스트하우스에 왔지만, 집안 걱정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정리하며 첫 번째 날을 보냈죠.


영화 <군도><부산행><더킹>에 출연한 바 있는 그녀는 9년 만에 처음으로 늦잠을 자고 일어나, 편한 마음으로 외출해서 연기자의 꿈을 되살리면서 연기 학원을 찾았고 "남편이 이름이 알려진 배우가 아니라면 내 꿈을 펼쳤을 텐데"라며 "연기를 더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 더 늦기 전에 찾아왔다"고 했어요.



김유주 씨는 배우 양희경으로부터 개인기와 노래, 연기, 마임 등을 배웠고, 김정현 씨도 자신의 욜로 라이프로 스킨스쿠버에 도전하며 졸혼 수업에 적응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길에서는 나도 모르게 외부 환경이나 상황에 변수가 있기 마련인데요, 이러한 졸혼 수업은 100세 시대를 맞아 중년 부부에겐 개인의 삶과 행복의 의미를 성찰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 같아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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