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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LA에서 온 여자, 뉴욕에서 온 남자

노아 바움백의 권태와 성장에 관한 결혼 그 후 이야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받는 또 한 작품은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 <결혼 이야기>이다.

작은 극단에서 만난 감독과 배우가 결혼 10년 후 권태기에 접어들어 각각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과 LA 할리우드 입성이라는 개인적인 욕망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속칭 'LA에서 온 여자, 뉴욕에서 온 남자'라고 일컫는다면 영화 속 부부의 갈등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아들 헨리의 양육권을 두고 양가까지 합세해 갈등의 골이 지는데..

이 영화는 한 가정을 이뤘던 부부가 시간이 흘러 권태기에 이르러 서로의 가치관 차이로 이혼을 결심하면서 겪게 되는 관계성, 가족과 개인의 성장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관객과 평단의 공감을 얻고 있다.




부부가 이별을 겪으면 시작되는 사랑과 연애의 감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들은 많았지만,
영화 <결혼 이야기>를 연출한 노아 바움백 감독은 이혼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통 가족주의의 해체와 이를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가족의 복잡 미묘한 관계에 주목한다.

영화는 테이프 빨리 재생하기 버튼을 누른 듯 두 남녀의 만남과 사랑, 결혼, 출산 후 단란한 가정까지 과정이 생략된 채 서로의 장단점을 글로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는 도입부에서 이혼을 결심하고 법원에 조정 신청을 한 찰리(아담 드라이버 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 분)이 서로의 장점을 종이에 기록하며 써 내려간 것으로, 부부관계에 관한 감독의 따스한 시선이 결말부의 시퀀스와 중첩되는 대목이다.



다수의 영화가 결혼을 마치 사랑의 결정체처럼 해피엔딩이란 이벤트로 활용한 것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권태기에 이른 부부가 이혼을 준비하면서 겪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보다 섬세하고 사려 깊게 조명하면서 결혼이란 가족 제도를 꼬집는다.

즉,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벌이는 부부의 밀당은 법원에 이혼 서류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는다고 해서 무를 자르듯 한 번에 정리되는 관계가 아니라, 남이 된 남녀가 결혼 그 후에는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하고 또 다른 관계를 만들며 성장해간다고 성찰하고 있다.

애증의 감정 속에서도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부부의 습관은 이별의 순간에 상대의 장점을 더욱 또렷이 기억케 하고, 어느 순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다가도 증오와 분노 가득한 감정을 터뜨리게 한다.

특히 두 사람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소송으로 발전되고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게임의 승자가 되기 위한 구강액션이 치고받는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튼 부부는 예외 없이 거실에서 상대의 결점을 들춰내고 차례차례 쌓아 올린 갈등이 극대화되어 자제력을 잃은 감정이 폭발하는 대목은 기혼자라면 한 번쯤 겪어 봤을 상황으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속 명장면이다.



극 중 찰리와 니콜의 직업과 생활 터전이 연극 무대라 그런지 스크린에 올린 단편 뮤지컬과 같은 시퀀스와 더불어 카메라는 한정된 좁은 공간에 롱 테이크 방식으로 두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감정의 미세한 동요까지도 포착한다.

아담 드라이버가 카페를 무대 삼아 부르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Being Alive’에서는 이혼 과정에서 복잡하고 모순된 내면을 엿볼 수 있고, 스칼렛 요한슨이 뮤지컬처럼 가족들과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에선 개인적인 성장과 독립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청춘의 성장과 자아 탐구를 주제로 한 영화 <프란시스 하><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외에도 영화 <오징어와 고래><마고 앳 더 웨딩><위아영> 등 필모그래피를 통해 꾸준히 가족 이야기를 해왔다.

이번 작품은 현재 이혼 후에 배우 겸 감독인 그레타 거윅과 연인 관계인 노아 바움백의 자전적 고백이 담긴 듯하고, 이혼으로 부부의 관계는 끝나지만 가족이나 결혼이란 일상성은 지속돼 이를 통해 개인이나 가족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통찰한다.

영화 속에서 헨리가 부모의 이혼에 대해 관대해지고, 헤어진 후에도 니콜이 찰리의 식사 메뉴를 골라주고 풀린 신발끈을 다시 묶어주듯이 말이다.

/ 시크 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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