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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추격과 속죄의 동기가 만들어낸 구원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보고



선이 굵은 연기로 호평을 얻어온 황정민과 이정재라는 캐스팅 만으로, 홍원찬 감독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악마를 보았다><악의 연대기><끝까지 간다> 등 작품의 분위기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스크린에서 지켜본 이 작품은 원빈의 <아저씨>, 리암 니슨의 <테이큰> 그리고 덴젤 워싱턴의 <맨 온 파이어>를 잇는 자녀나 아이를 지켜주는 히어로의 감성 누아르 액션의 미학을 경험케 합니다.

영화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얽혀 쫓기게 된 남자와 그 남자를 죽이고 싶어 하는 남자의 추적을 투박하게 마치 마블이나 DC에서 봤음직한 할리우드 스타일로 액션을 완성해냅니다.




조직에서 버림받은 블랙 요원 출신의 킬러 인남(황정민 분)이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을 마치고 손을 씻고 휴양지로 떠나려던 찰나, 지인으로부터 과거의 연인에 관한 부고를 듣고 태국으로 떠나는데요, 장기밀매단에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아이의 행방을 추적합니다.

또 다른 남자도 태국으로 떠납니다. 한편, 의형제의 장례식장에서 킬러에 대한 정보를 얻은 레이(이정재 분)는 인남 주변 인물을 하나둘씩 제거하며 무자비한 복수를 위해 인남과 아이의 행방을 함께 추격합니다.

인남의 암살이 펼쳐졌던 무채색의 도쿄를 벗어나면, 인남과 레이가 쫓고 쫓기는 유채색의 방콕은 붉고 노란 화면 가득 생기가 차 있습니다. 게다가 인남의 조력자인 유이의 등장으로 역동감을 얻습니다.




삶의 동기를 잃어버린 인남은 지인으로부터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과거에 연인을 지켜주지 못했던 죄의식과 함께 속죄하고자 하는 삶의 동기를 찾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에 인남의 추격에 나선 레이는 처음엔 의형제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 삶의 목표(타깃)를 잃어버리고 인남과 그의 주변 인물마저 무참히 죽여가며 결국 맹목적인 목적만 남아 파국을 맞게 됩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레이싱카처럼 폭주하는 레이의 캐릭터는 하드보일드 누아르라는 영화적 장르의 쾌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이번 작품에서 감독은 서사는 단순하게, 연출은 뚝심 있게 하기로 작정한 것 같았습니다.

폐쇄 공간에서 땀냄새 진동하는 일대일 격투신 외에도 길거리 총격신, 폭파신 및 카 체이싱까지 관객들은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즐길 수가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유이의 등장은 배우로서 박정민의 재발견이라 할만합니다.

장르적 특성에 따른 어둡고 투박한 분위기 가운데 위트와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한편 죄의식을 안고 사는 캐릭터로, 인남의 죄의식과 어느 정도 연대감을 이루며 레이의 포위망으로부터 벗어나 영화가 말하려는 구원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박정민의 모습은 얼마 전 본 한국영화 가운데, 가출팸과 트랜스젠더 등 사회 소수자에 관해 의미 있는 사유를 했던 영화 <꿈의 제인>의 구교환과 많이 닮아 보였습니다.

그의 이러한 죄의식은 제목 그대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작품의 주제를 에필로그에서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절대 악인 레이의 무자비한 맹목적 추격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 속에 살아가던 인남에 죄악 속에서 구원을 향한 속죄의 동기를 만들어낸 것 같았습니다.


맹목적 추격과 속죄의 동기가 만들어낸 구원,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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