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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식당', 사랑과 이별의 속성을 그려낸 뮤지컬영화

낭만적인 지중해의 풍광과 오색오감 이별식단은 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언론시사회 관람 경로가 막히고, 온라인 시사회 스크리너를 통해 관람한 독립영화 <이별식당>은 <카모메식당><심야식당> 등 제목에 '식당'이 포함된 기존 작품과 달리, 소극장 공연을 연상시키는 뮤지컬 영화라 새롭습니다.


극 중 배경은 영화 <맘마미아>와 드라마 <초콜릿>의 촬영 장소로 눈에 익은 그리스로, 주인공은 조금 전 카톡으로 즉석 이별을 당한 셰프 해진(고윤 분)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제의식과 연관된 '시가시가'는 천천히라는 그리스어로, 우리나라의 '빨리빨리'와 대조되어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주된 정서입니다.


여자 친구에게 차인 셰프 해진이 과거에 연인과 함께 가고 싶었던 그리스 스코펠로스 섬으로 떠나 '이별식당'을 오픈하면서 요섹남으로서 매력을 발산하며 아름다운 지중해를 배경으로 풋풋한 사랑을 펼쳐갑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달콤 쌉쌀한 사랑의 묘미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다양한 이별의 속성을 깨달으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성장해나갑니다. 섬으로 오는 배에서 그리스어를 되뇌는 해진은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는 일레니(에이프릴안 분)를 응시합니다.


금사빠,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금방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사랑 지랄 맞다'라는 말처럼 어느 한쪽이 기울기도 하면서 힘들어하기도 하고. 상대가 떠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하고.  


이별했는데도 아직도 미련이 남아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감정도 뒤죽박죽 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별에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오픈 후, 처음으로 찾아온 손님 또한 일레니였는데, 해인의 식당은 그녀의 세레나데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며, 개인적인 슬픔과 스캔들에 휘말려 모든 걸 잃고 일상으로부터 탈출한 팝스타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영화는 해진과 일레니의 만남을 조심스럽게 그려냈는데, 해진은 일레니를 식당 안팎의 비대면 허드렛일을 돕는 종업원으로 고용해 숙식을 제공합니다. 이 부분은 최근 유행했던 방송 예능에서 잇따라 선보였던 <윤식당> 등 해외 현지 한국인 식당 오픈해 요리를 통해 힐링을 전하는 것과 맥락이 같아 보였습니다.


해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던 것처럼 잔치국수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내놓으며 엘레인과 소통을 시도하지만,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만큼이나 해진의 옷에 토사물을 뱉어내고 이별 후유증이 심한 그녀의 마음을 잡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성과 헌신이 통한 걸까요? 새로 알게 된 그리스 식당 친구들 도움 탓일까요? 그리스어를 배우고 함께 요리를 하면서 '이별식당'은 이별을 앞둔 현지인들이 찾는 명소가 됩니다. 처음엔 건강한 이별을 목적으로 개설했지만 계속된 손님들의 방문으로 오히려 관계를 회복하고 사랑을 되찾는 명소가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 해진처럼요.



엉망이 되어버린 옷 대신 일레니는 해진이 주는 옷을 걸치는데요, 이때부터 영화 속 위트가 시작됩니다 등 뒤에 '밥은 먹고 다니냐', 헤어진 여자 친구나 새 연인과 그리스를 찾아온 후 해진은 마트에서 마주쳤을 때 중국인 행세하며 중국말로 얼버무리지만 가슴에는 커다랗게 '나는 한국인입니다'라고 적혀있죠.


영화는 태생적으로 독립영화의 한계를 드러내는데요, 주연배우의 호소력 짙은 가창력과 경쾌한 리듬, 밝고 활기찬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풍의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앞선 위트 넘친 시퀀스는 마치 레트로 풍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어딘가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해진이 그리스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런던에 사는 케이트 윈슬렛과 LA에 사는 카메론 디아즈가 서로의 집을 바꿔 살듯이 그리스 출신 셰프와 집을 바꿔 1년간 정착하기로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해진이 일레니와 좋은 관계를 이어갈 때쯤, 그리스 셰프의 일자리 유지에 어려움이 생겨 해진은 한국으로 건너가 식당을 주선하게 됩니다. 더욱 큰 위기는 헤어진 여자 친구 은희가 새 연인과 함께 그리스로 여행을 와서 숙소의 추천을 받아 '이별식당'을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선뜻 나설 용기가 없는 해진을 대신해 일레니가 서빙을 맡는데, 연인의 오글거리는 애정표현에 참지 못하고 좋은 분위기를 깨며 한바탕 난리법석을 피우게 되는 것이죠.

그들이 그리스를 떠나기 전에 물세례 복수를 하면서 해진과 일레니는 더욱 가까워지고, 그의 저주가 통했을까요? 한국으로 돌아온 커플은 이별을 고하게 됩니다. 해진은 이별의 아픔을 딛고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인스턴트식 연애가 팽배한 시대에 '시가시가'라는 그리스어처럼 진중한 사랑을 조명하고, 세프가 내놓은 다양한 이별식단을 통해 산해진미 요리로 힐링을 선사합니다.


토속적인 식재료와 현지의 레시피가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리스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맘마미아!>의 촬영지인 스코펠로스 섬의 아름다운 풍광은 누구나 금사빠가 될 것 같습니다.  


마치 소극장 공연을 보듯 사랑과 이별의 속성을 그려낸 로맨틱 뮤지컬 영화 '이별식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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