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기>는 한 병원에서 남녀가 함께 찍힌 엑스레이 필름이 발견되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 공동제의 불신을 조명합니다. 연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사랑을 나누다가 찍힌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계기로 다음 날 병원엔 부원장 경진(문소리 분)과 주인공인 간호사 윤영(이주영 분)을 제외하곤 모두 자취를 감춥니다.
간호사 윤영과 연인 성원(구교환 분) 역시도 방사선실에서 사랑을 나눴던 모양입니다. 영화의 도입부에선 방사선사(박영혜 분)가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비치지만 윤영-성원 커플은 필름을 집으로 가져와 엑스레이의 주인공이 자신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심은 점점 더 커져 의혹으로 번져가고 결국, 이러한 카더라 통신으로 서로를 불신하는 공동체의 웃픈 현실을 풍자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엑스레이 필름으로 인한 병원 안팎의 에피소드와 싱크홀로 성원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에피소드, 그리고 연인에게 선물 받은 반지를 잃어버리는 에피소드를 통해 연인관계의 위기 등 인간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엑스레이 필름을 가져갔다는 이유로, 윤영은 병원으로부터 피해 당사자로 몰려 부원장으로부터 사직을 권고받지만 영화 속 청년을 대변하는 캐릭터인 윤영은 패기 있게 다음 날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윤영을 비롯해 병원 직원 대부분이 사랑의 밀회 장소로 이후 누군가에게 패러디된 방사선실(seX-ray)을 사용했나 봅니다.
하지만, 방사선실에서 엑스레이 필름을 찍게 만든 가해자보다 사진을 찍힌 사건의 피해자인 남녀의 정체에 관심을 두는데 이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가해자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여성의 신체 일부를 노출한 피해자의 인권 침해가 더욱 심각하다는 걸 조명합니다. 즉, 영화는 인권보다 자극적인 부분에 관심을 더 갖는 여론의 방향성을 고발합니다.
극 중 경진은 "X-ray실에서 섹스도 할 수 있는 거지. 그게 뭐 대수라고. 신념은 자주 바뀌어요. 거짓말은 왜 해"라며 오해와 거짓으로 얽힌 사람들의 변명을 질타합니다. 어린 시절, 아파트에서 떨어진 아이에 얽혀 '살인미수'라고 놀림받았던 경험을 전하면서요.
이 영화에서 화자는 작은 어항 속에 갇힌 제법 큰 크기의 메기인데요 배우 천우희가 목소리 연기를 맡아 극 중 반목을 되풀이하는 캐릭터들과 반대로 관객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줍니다. 또한 메기는 윤영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매개체죠.
이 영화는 삼포 세대 청년들의 고된 현실을 위로하고 현대인들의 믿음과 불신에 관한 통찰을 전합니다. 병원에서 시작된 소동은 윤영과 성원 커플의 불신으로 이야기가 확산되는데, 불신의 도화선이 되는 의심이 쌓여 서로 간의 신뢰를 모래성처럼 허물어트리고, 도심 곳곳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해 불확실성의 시대에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14번째 인권 프로젝트로 제작된 이 작품에서 연인의 엑스레이 필름 시퀀스는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몰래 카메라 등 디지털 성범죄를 풍자했고, 싱크홀은 오히려 청년 실업 등 경제적 위기 속에 일자리를 만드는 모습 등 청년들의 인권을 역설적으로 성찰합니다.
특히, 영화에서 메기를 병원에 가져다 놓은 환자인 메기 아빠(권해효 분)는 메기의 도약이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고 설파하지만 그 누구에도 믿음을 주지 못하는 등 스토리 곳곳에 심어놓은 위트와 풍자는 또 다른 결로 사회를 풍자하면서 블랙코미디의 특성을 강조하는데, 마지막 메기의 도약은 그동안에 쌓아온 의혹을 한순간에 날려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