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람의 노래로 ‘싱어게인4' All Again

사람이 보였던 감동 무대에 세 가지 삶의 멜로디

지난 9일 밤에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싱어게인 4> TOP10 결정전은 단순한 오디션 경연이 아니었다.

누가 잘 부르고 못 부르느냐의 문제보다, 자기 삶을 얼마나 진심을 담아 노래하느냐가 관건 같았다. 그리고 그 답은 명확했다.

전 회차보다 판정에 냉정함을 더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TOP10 결정전에서 '올어게인(All Again)' 평가를 받은 세 명의 참가자 65호, 18호, 26호 가수. 그들의 무대엔 테크닉보다 사람 냄새가 짙게 베어 났다.



새벽의 노동요가 된 노래 — 65호 가수 이야기

65호 가수는 의류수거차를 몰며 생계를 이어가고, 그 사이사이에 노래를 놓지 않았다. 방송을 통해 그의 일상이 비칠 때, 괜히 가슴이 먹먹해졌다. 새벽바람맞으며 들었던 그의 노래엔 어떤 화려한 포장도 없었다. 그저 “오늘도 버텼다”는 마음의 고백 같았다.

그는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비범한 건 포기하지 않는 평범함이 아닐까. 적어도 그날 무대에서만큼은 그는 ‘가수’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렸다.



특히 2라운드 듀엣 경연에서 65호 가수는 1996년생 동갑내기인 19호 가수와 강산에의 원곡 <삐딱하게>를 들고 나와 더블 기타로 삐딱한 자세의 엔등까지 완벽한 무대로 브로맨스 케미를 자랑했다.

기타 연주 경험과 MBTI까지 공유한 두 참가자가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면 새로운 관점이 보인다"는 메시지와 퍼워풀한 보컬로 이혜리 심사위원은 물론 김이나와 규현 심사위원에게 진실의 턱을 개방시켰고 임재범 심사위원은 "참 잘했어요"라며 극찬했다.
이곡에서 65호 가수는 19호의 가수의 땡땡한 메인 보컬을 완벽히 받쳐주는 서브보컬을 맡아 태연 심사위원에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본인들의 만의 무대를 선보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고통을 이겨낸 아름다운 도전 — 18호 가수의 무대

18호 가수는 오디션 경연 기간에 대형 1톤 트럭에 교통사고를 당해 몸 여섯 군데에 골절상을 입어 한 동안 노래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다시 무대에 섰다. 첫 소절이 울려 퍼졌을 때,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절망감에 자포자기하지 않은 채 호연지기 가득한 보이스는 공간을 생명력으로 가득 채웠고 따뜻한 온기마저 느껴졌다. 점차 시청자들은 연민의 시선으로부터 빠져나와 치유의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이야기를 알기에, 노래 한 줄 한 줄이 너무 아프게 와닿았다. 드라마 <트렁크> OST로 인연을 맺은 배우 공유로부터 무대를 마친 뒤 응원을 받았다는 소식은 그의 빠른 쾌유 징조에 '럭키비키'였을까!

뒤늦게 알게 됐지만 그는 포크계의 전설, 가수 양희은의 딸로 알려졌고 노래에 대한 18호 가수의 진심은 누군가에 제대로 닿았구나 싶었다. 잘 버텨줘서 고맙고, 다시 노래해 줘서 예쁜 사람, 내겐 바로 그런 가수였다.



한 걸음 비켜 선 길 — 26호 가수의 ‘조선팝’ 메들리

26호 가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주류 음악에서 한걸음 비켜선 ‘조선팝’을 고수해 왔다. 처음엔 다소 낯설었지만, 그의 무대를 듣는 동안 판소리의 깊은 정한과 K팝의 선율이 어우러져 발라드에 자신은 감정을 실어 한복의 선처럼 곱고, 신명 나는 장단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리듬감을 경험케 했다.

그는 “K팝의 파도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는 포부를 남기면서 한 길을 오롯이 걷는 <서편제>의 판소리 장인을 떠올리며 깊은 여운을 주었다. 세상의 눈치를 보기보다 스스로의 길을 걷는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울림이었다. 진심으로 멋있었다.


우리는 왜 이러한 무대에 감동을 느끼는가

돌이켜보면,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노래는 나의 인생>으로 성인가요 무대에 국민가수로 남은 이미자의 그것처럼 경연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는 것이다.

감동이 사라진 시대, 무대 위의 화려한 조명보다 팍팍한 삶 속에서 굳건히 일어서는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라, 메마른 땅에 그들의 목소리가 심사위원과 전 국민에게 오롯이 전해졌던 것 아닐까.

65호의 새벽, 18호의 도전, 26호의 외길. 이 세 가지 이야기는 누군가의 자전적인 에세이이자,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린 미담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노래는 결국 살아 숨 쉬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3명의 가수에게 짧은 편지를 남겨봅니다


65호 가수님께,

당신의 새벽이 누군가의 빛이 되었습니다.

묵묵히 버티며 흥얼거렸던 그 노래,

한국판 폴포츠의 신화가 되어

이제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기를 바랍니다.

포기하지 않은 당신의 목소리에 박수를 보냅니다.


18호 가수님께,

다시 걸어줘서 고맙습니다.

회를 거듭할 때마다 휠체어에서 목발로

이제 오롯이 우뚝 서서

고통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걸,

당신이 보여주었습니다.

온전히 건강한 몸으로 회복해서

그 용기가 누군가의 내일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길 기원합니다


26호 가수님께,

지금 세계는 K팝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국악의 K팝 버전이라 할 '조선팝'이

그 뒤를 이을 수 있길 바랍니다

세상의 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당신의 음악을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조선팝’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그 길 끝에서 당신만의 새로운 K팝의 역사가 되리라 믿습니다


/소셜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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