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도 괜찮아, 일본 저상버스에서 배운 배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서 느낀 ‘함께 가는 길’의 의미

by 정선미

작년에 후쿠오카를 여행하며 시내를 돌아다니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가 도착하고 차례대로 줄을 서서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묘한 안도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버스는 저상버스였다.
계단이 거의 없어 천천히 타고 내려도 시간이 크게 걸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노인이거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버스에 오르는 어르신을 보며, 주변 누구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기사님은 그분이 안전하게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어 누구 하나 천천히 오르는 어르신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지켜보는 내가 더 초조하게 바라봤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풍경을 쉽게 볼 수 없다.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이 버스를 타려면 짧은 시간 안에 높은 계단을 올라야 하고, 서둘러야 하는 분위기에 눌려 마음 편히 탑승하기 어렵다.
많은 어르신이 위험을 피하고자 지하철이나 다른 길을 돌아서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보행이 불편한 큰딸과 버스를 탈 때면 늘 긴장된다. 내리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조금 천천히 움직였을 뿐인데, 왜 항상 미안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서둘러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저상버스는 단순히 편리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장애인, 노약자, 유모차 이용자 등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된 공간이다.
천천히, 그러나 안전하게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사회. 그 속에서 나는 작은 위안을 얻었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겪은 일본이 보여주는 풍경은,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세계최초의 초고령화 사회의 미래를 살아야하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수준에서 그 사회의 의식을 수준을 읽을 수 있다.

우리에겐 중요한 때에 기지의 힘을 발휘하는 슬기로움이 있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걱정과 우려가 많지만

어려움이 생길때마다 지혜롭게 극복한 만큼 기술의 발달과 의식의 전환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깊이 고민한다면 미래사회를 재앙으로만 여기면서 두려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희망을 가져 본다.


빠름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안전하게, 함께 도착하는 것이다.
우리도 조금 느리더라도,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걸어가는 문화가 더 널리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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