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경험의 시작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by 글쓰는 노무사

몇 년 전 제이콥 모건의 <직원경험>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MZ세대가 선택하는 회사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신규 입사자 10명 중 3명이 조기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MZ세대의 조기퇴사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많다고 응답한 기업도 68.7%나 되었는데요. 청년 체감 실업률이 20% 대가 넘는 시대에서, MZ세대는 취업 후에도 자발적으로 다시 실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직원이 그만두지 않더라도 충분히 조직에 몰입하도록 하기는 쉽지 않죠. MZ세대는 자신의 삶과 취향을 중시하는 세대입니다. 나와 회사는 엄연히 다르고, 다른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것이니까요.(적극적으로 MZ라고 할 수 없으나 저 역시 그렇습니다.)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이탈하지 않고 충분히 일에 몰입하여 성과를 내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고, 그 해결책으로 대두된 개념이 직원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원경험이란?


직원경험이란 직원이 회사에 입사해서 회사를 떠나는 순간까지 직원 개인이 회사와 일에 대해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데요. 마케팅에서 말하는 고객경험과 비교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객경험은 마케팅부터 제품 구매, 사용,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매 여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으로, 고객과 브랜드가 맺는 상호 작용의 일체라고 할 수 있어요. 좋은 경험을 한 고객은 그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고객경험은 늘 강조되었죠. 고객경험을 만드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회사의 직원이므로 직원경험 역시 중요한 기업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제이콥 모건은 근무환경, 성과 프로세스, 성장기회, 시스템 지원 등의 직원경험은 직업의 몰입에 영향을 미쳐 고객만족, 이익 증대, 효율성 증가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하였는데요.


직원경험은 회사와 직원이 맺게 되는 상호 작용의 일체입니다. 직원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입사 지원을 하여 회사에 입사한 후 일을 하고 회사를 떠날 때까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직원경험에 해당하는 것이죠. 직원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회사는 직원의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무환경, 성장기회 제공, 일과 관련된 시스템 지원 등을 통해 직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직무만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는 것이죠.



입사일의 중요성


채용과 관련된 모든 절차부터 지원자들은 회사의 문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체계적인 면접과정, 전문적인 면접관, 채용 절차에 대한 알림 등을 통해 지원자 입장에서 회사를 판단하게 되죠. 입사하여 직원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직원경험이 시작되는 날은 바로 입사일인 것 같습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하였을 때 어떤 회사는 입사하였더니 사무기기가 준비되지 않아 개인 노트북을 지참하라고 하기도 했고, 인수인계를 해줄 직원이 휴가라서 하루 종일 규정을 보며 눈치를 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첫날의 경험은 단 하루의 이미지만은 아니었어요. 더 나빴으면 나빴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입사한 지 하루 만에 회사를 관두는 직원도 많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단 하루이지만 강렬하게 아니라는 신호를 받은 사람들은 바로 회사와 이별을 결심합니다. 사실 이별이라고 하기엔 만남조차 없었겠지만요.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시하여야 한다. 근로계약 체결 후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직원 경험의 시작은 근로계약서!


회사의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기본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직원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바로 입사일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합의된 근로조건을 반영한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제시하고, 회사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을 알려주며 취업규칙 내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합니다. 취업규칙이 없다면 우리 회사에서 꼭 지켜야 할 것만 공유해도 충분합니다. 몰라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가 먼저 기본을 지킬 때, 직원도 기본을 준수합니다. 그 기본은 바로 근로계약서 작성입니다!



근로계약서 작성이 필수라고 설명하는 노무사들은 근로계약서를 잘 작성하고 있을까요? 입사하였을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곳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근로조건이 변경되었을 때 바로 근로계약서를 수정하는 곳은 없었던 것 같네요. 계속 근로조건이 변경되어서, 아니면 우리 사이에 굳이, 다 아는 사람들끼리 왜? 이런 이유들로 근로계약서를 갱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 것은 신뢰는 바로 기본을 준수하는 것에서 생긴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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