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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Oct 27. 2024

가장 민감한 보상의 공정성

얼마를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다양성에서 잠깐 언급했었는데요, 세대 차이는 세대 갈등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조직에서 세대 갈등은 어디서 크게 드러날까요? 바로 보상에 대한 인식입니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바로‘임금’이니까요.‘나는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근로기준법에서도 근로계약은 임금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보상은 먹고살기 위한 재정적 가치 외에도 일에 대한 인정,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지닙니다. 보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수행한 일의 결과가 보상으로 연계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겠죠. 저 역시 많은 일을 했음에도 보상이 따라오지 않으면 일에 흥미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경영조직론에서 배운 아담스의 공정성 이론이 떠오르네요. 사람은 자신의 노력과 보상을 비교하고 투입된 노력 대비 보상이 적정하다고 자각하면 직무에 만족을 느끼지만 노력 대비 보상이 부족하다면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을 줄인다는 것이 이론의 핵심 내용입니다. 기성세대와 MZ세대의 다른 점은 바로 이 불공정성 지각에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당장 보상이 없더라도 미래의 가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장기근속하면 따라오는 자녀 학비 지원, 철마다 지급되는 명절 상여금과 복지포인트, 익숙한 공간과 좋은 동료들은 보상의 불공정성을 완화시키죠. MZ세대는 다릅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의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원합니다. 원하는 보상이 지급되지 않았을 때는 주어진 일만 하며 조용한 사직을 선택합니다.     



호봉제는 공정하지 않지만, 직무급은 공정하다?

 우리 기업들의 상당수 임금체계는 연공성을 반영하고 있는데요. 연차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호봉제뿐만 아니라, 연봉제를 표방하고 있는 기업에서도 직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임금을 설정하여 호봉제에 가까운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성과를 반영하여 임금 인상률이 적용되어도, 기존에 받던 임금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저 직급에서 그 성과를 내어도 고직급 저성과자보다 인상되는 금액이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일한 저연차 직원들은 이런 임금 인상을 불공정하다고 표현하고, 고연차 직원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저연차 직원들이 불편합니다. 호봉제를 활용하는 공공기관 컨설팅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호봉제 중심의 보수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어요. 공공기관 임금체계에 대한 문제는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연공성을 해결할 방법으로 제안된 것이 직무급인데요. 직무급은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임금 결정 방식을 의미합니다.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직무급 도입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으나, 노동조합에서 직무급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일방적인 도입은 쉽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직무급에 대한 의견이라도 조사해 보자고 하셔서 설문조사에 소심하게 두 가지 질문을 넣어 보았습니다.     

직무급에 대해 알고 있는가?

직무급 도입은 필요할까?     


공공기관 종사자분들이라 그런지 직무급에 대해 모르는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직에 직무급 도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은 확연히 구분되었습니다. 고직급 고연차에서는 직무급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저 직급 저연차일수록 직무급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기타 의견에는 직급과 관계없이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임금은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불만이 의견도 있었습니다. 공정한 보상은 가능한 것일까요? 지금 임금 결정 방식에 불만이 있는 저연차도 고연차가 될 텐데,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대해서만 임금이 결정되어 연차가 쌓여도 동일한 금액을 받는다면 불만이 없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직급에 따라 업무량, 책임이 차별적으로 주어져야 하는데, 보통 조직에서 업무량과 책임이 모두 저연차가 떠안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컨설팅을 하면서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이유는, 이론과 현실이 너무 다르기에 현실을 고려하다 보면 인사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처음 목적을 잃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과급 공정성을 논하려면 직급별 역할, 책임의 정립부터 시작

 연초 연말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주제는 ‘성과급’입니다. 대다수의 글은 차별적인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긴 하지만요. SK이노베이션의 일부 직원들은 최태원 회장의 SNS 계정에 DM을 보내 불만을 표출하기도 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실적에 비해 성과급이 적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주된 내용이라고 하는데요. MZ세대 직원의 DM을 받은 회장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성과급 논란이 되는 회사에서 MZ세대는 지급 수준보다는 책정 기준에 불만을 가집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많은 보상을 지급하라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죠. MZ세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제도 설계와, 설계된 제도의 공정한 적용을 원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서는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동일가치의 노동’은 회사 내의 서로 비교되는 남녀 간의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그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대법원 2002도 3883, 2003.3.14. 선고). 간략히 요약하면 보상이 공정하려면 동일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동일 가치의 노동은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작업조건이 유사한 것을 의미하며, 직원의 학력, 경력, 근속연수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더라도 맡은 역할과 의사결정 권한, 책임 등이 다르다면 다른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정한 보상을 위해서는 직급별 역할과 책임이 우선적으로 정립되어야 합니다. 직급이 올라도 똑같은 일을 하고, 초기 경력자가 업무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문화라면 이미 보상의 공정성을 논하기 어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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