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다가 실망했다가 그래도

쉽게 속는 내가 싫지만 그래도

by 글쓰는 노무사

도를 아십니까?


몇 년 전 광화문을 혼자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기요, 제가 처음 서울 올라와서 길을 잘 모르겠는데. 광화문 교보문고가 어디예요?"


경상도 사투리가 가득한 안경을 낀 젊은 여자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이 길로 쭉 가시면 왼쪽에 있어요."

"이 쪽이요, 저 쪽이요?"

"이 쪽이요."

"아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인상이 좋으세요. 혹시 그런 말 많이 안 들어보셨어요?"

....

"아이씨.."


저도 모르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투리를 쓰는 순박한 소녀처럼 보였던 여자분은 도를 아시냐며 저에게 말을 걸었던 것일 뿐인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상냥하게 길을 안내하고 있었으니까요. 이제와 생각해 보면 모두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요즘 시대에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길치인 저는 길 잃고 방황하는 그 여성분을 외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분의 얼굴이 생생하네요.


왜 저에게 연락을 하시는 건가요?


개업을 하고 나서 저에게 오는 전화는 거의 낯선 번호인 경우가 많은데요. 상담 요청이라면 너무 기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부재중 전화가 있어, (살짝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는데요.


"부재중이 있어 전화드렸습니다."

"아 황선민 노무사님이신가요?"

"네네. 혹시 어디시죠?"

"아 저희는 0000 회사라고 하는데요. 인사노무 자문 업무 하고 계시죠?"

"(살짝 기대하며) 네네. 무슨 일이 실 까요?"

"최근 노무법인 새솔에 ~~ 키워드로 유입이 많아지셨는데 알고 계신가요?"

"(??) 네?"

"저희는 노무법인 새솔에 키워드 검색을 ~~ 해드리는데요. 다른 추가적인 비용 없이 지원 가능합니다."

"(급 실망) 네. 근데 제가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는 아니라서요."

"저희는 마케팅 업체가 아니라 키워드 광고를 통해 효율적으로 검색이 되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원 기간도 딱 2년뿐이라 정말 좋은 기회세요."

"(그게 마케팅이에요) 네 제가 이동 중이라서요. 필요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낯선 번호가 새로운 일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가다 다시 실망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직장인이었을 때 새로운 일은 부담스럽고 하기 싫었는데, 사업을 하다 보니 새로운 일에 목마르고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안녕하세요. 노무사님. 방송 출연 의뢰 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네? 어디시죠?"

"OOO의 유튜브인데요. 인사노무 자문과 관련하여 출연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또 기대하며) 아 네. 언제 촬영이신 거죠? 관련 내용 메일로 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메일을 받아보았더니, 출연하려면 돈을 내라고 합니다. 세상 일에 공짜는 없다는 부모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지금 딱히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들어온 일을 쳐내기도 바쁜 일정이니까요. 그럼에도 새로운 고객을 기대했다 실망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왜 마케팅 대상이 저일까요? 진짜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이런 마케팅이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요? 또 궁금합니다.



전문직 마케팅


한가할 때에는 저도 마케팅과 영업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요새처럼 정신없이 바쁠 때에는 마케팅도 영업도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요새 왜 바빠졌나 생각해 보니, 기존에 저와 한 번이라도 업무를 해보았던 분들이 추가로 일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싶어 기존 고객을 소홀히 한다면 다른 기회도 잃게 되는 것이겠죠. 노무사 선배님이 해주신 조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힘든 시기는 내 실력을 쌓기 위한 시간이고, 들어온 일을 최선을 다해 잘 해내는 것이 영업이다! 이 말만큼 개업 노무사에게 힘이 되는 말이 있을까요? 저는 동료 노무사, 개업 전문직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다른 기회가 생겼다고요.


매일매일 기대하고

또 실망하는

일희일비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즐거운 시간입니다.


오늘도 나를 위한 최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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