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년 창립 기념일 때 진행했던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창립 5주년 기념행사
11월 15일은 이 회사 창립기념일입니다. 보통 회사에서는 창립기념일이 되면 휴일을 하거나 회식을 하곤 합니다만, 이 곳에서는 이 날 하루 종일 먹고 뛰고 놉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오전은 쉽니다.
벤처 기업으로써 5년을 버텨온 것에 서로에게 고마워하며, 내년을 기약했던 이 날은 하루 종일 회사 멤버들과 어울리며 웃고 떠들었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하루 종일 회사 근처에서, 또는 사무실 내에서만 보내보는 워크숍도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아침 10시부터 행사가 시작됩니다.
복장은 자유라고 해서 평소 입던 데로 츄리닝 바지에 외투 하나 걸치고 갔더니 의외로 정장을 입고 온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다른 행사와 마찬가지로 개회사를 시작해서 회사의 역사라던가 에피소드 등을 발표하는 시간이 오전에 채워져 있습니다. 또한 회사 멤버 중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가 회사를 위해서 곡을 만들어서 불러주는 시간도 함께 있습니다. 오전은 임원들이나 창업 멤버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되는 듯합니다.
5주년을 맞이해서 심기일전을 위해 5년 동안 사용했던 로고를 버리고 새로운 로고로 변경을 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그동안 사용했던 로고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변경된 로고를 설명합니다.
Densi jision이라는 그룹 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 멤버가 동료들을 이끌고 와서 함께 축하도 해줍니다.
점심 식사시간에 맞춰 호텔에서의 기념식을 마친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옵니다.
점심 식사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닌, 조를 짜서 음식 경연 대회를 합니다.
각 조마다 해야 할 요리는 정해져 있고 랜덤으로 그 조에 할당되는 방식인데, 저의 경우에는 주먹밥을 만드는 조에 들어가게 됩니다.
심사는 같은 회사 건물의 카페 사장님이 직접 오셔서 시식을 하고 평가를 한 뒤에 시상을 합니다.
1등 한 팀은 사장님의 카페에서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식사권.
우리 팀은 아쉽게 3등을...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으로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합니다.
식사를 하면서 회사에서 직접 만든 새로운 로고가 들어간 이런저런 물건들을 나눠 줍니다.
우리 회사 건물 6층에 가면 3D 프린터로 뭐든 만들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3D 프린터로 이것저것 기념품을 만들어서 멤버들에게 제공하는데, 저는 명함 케이스가 당첨이 되었네요.
점심식사를 하면서 기념품도 나눠갖고 수다를 떨면서 보낸 뒤, 회사 주위의 거리에서 런닝맨 게임을 합니다. 이건 하도 뛰어다녀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도둑과 경찰 조로 나눠서 경찰이 도둑을 잡는 식의 게임입니다. 나이 40이 다되어서 뛰어다니니 숨이 차서 사진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
런닝맨이 끝나고 저녁 회식을 하기 전, 5년 동안 추억이 되었던 물건들을 블랙박스에 집어넣어는 행사를 잠시 갖었습니다. 10주년이 되는 해에 다시 꺼내보기로 하고 추억이 되거나 기념이 되는 물건들을 집어넣으면서 멤버들과 회상하는 자리를 마련한 듯합니다. 각자 회사 입구에서 사진을 찍어서 이 날 모였던 멤버들의 사진도 모두 넣었습니다. 혹시 이 자리에 함께 했지만 10주년이 되는 날 이 회사에 근무하지 않더라도 모두 모이길 약속을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저녁 회식을 갑니다.
저녁 회식은 카시와노하에서 전철역으로 두정거장 거리에 있는 모리야(守谷)라는 지역인데, 이 곳은 지금 넓은 사무실로 이사 오기 전 운영했던 사무실이 있었던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아래에 있는 이자카야에 자주 갔었는데 5주년을 맞이해서 추억도 할 겸 이곳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우리는 3시간 동안 먹고 마십니다.
멤버들이 직접 짠 만담을 하기도 하고, 또 테이블별로 조를 짜서 퀴즈를 맞춰 상금도 나눠주기도 하면서 정말 실컷 떠들고 놉니다.
1년이 지나도 이 친구들이 하는 만담은 아직도 절반 정도밖에 들리지가 않네요..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먹고 마시느라 피곤하기도 했지만, 입사 1달밖에 되지 않았던 이때, 이 회사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서 좋은 인상을 남겼던 기억이 납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사무실과 주변에서 회사 멤버들끼리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꽤나 새삼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5주년 때 바랬던, 10주년이 되고 50주년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일단 1년 뒤에도 다들 별일 없이 함께 있고 싶다던 대표의 말처럼, 대부분의 멤버들은 변함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세련되고 겉보기 좋은 행사도 그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지만, 이런 스타트업이라는 정돈되지 않은 회사에서 이런 투박하고 소소한 행사가 저에게 있어서는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0세가 되어서도 (일본에서는 아직 40세가 아님을 스스로 위로하면서..) 대학생 시절 MT를 가서 치렀던 다듬어지지 않은 여행 같은 경험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큰 에너지가 되고 있으니까요.
다음 글에는 일본 3대 불꽃 축제 중에 하나인 나가오카 하나비를 보러 떠났던 워크숍에 대해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남은 추석도 별 탈 없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