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나를 품어준 카시와시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일본을 오기 전 치바(千葉)라는 동네는 마냥 지진만 많이 나는 동네라고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일본의 어느 부분에 있는 지역 인지도 몰랐고,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프로를 통해 고로 아저씨가 가끔 생선을 먹으러 가는 어촌마을이라고 생각을 했다.
더욱이 카시와(柏) 시라는 곳은 더더욱 알지 못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비교적 많은 한국 선수들(홍명보, 황선홍, 유상철을 비롯해 최근에는 김창수, 김승규 선수들이 뛰었다고 한다.)이 소속되어 있는 카시와 레이솔이라는 일본 프로축구팀이 스포츠뉴스에 간간히 나왔을 때 듣고 잊혀져 갔던 그런 지역이다.
4년 전 일본 회사로 초대를 받아 인터뷰나 술자리를 가지면서 처음 가본 이곳은 치바나 카시와는커녕 일본에 대해서도 거의 알지 못한 나를 4년이나 편안하게 품어준 너무나 고마운 지역이기도 하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카시와시는 치바쿤의 콧등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이다.
이곳을 떠날 날이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쉬운 마음으로
그동안 느꼈던 이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일본 행정 구역으로써의 카시와
일본은 크게 도도부현(都道府県:とどうふけん)으로 나뉜다.
도쿄도(都), 홋카이도(道), 오사카부(府), 그리고 기타 현이 우리나라의 특별시, 광역시, 경기도 같은 도의 단위와 비슷하다.
그 아래로 시(市) / 마치, 쵸(町) / 무라, 손(村) / 특별구(特別区)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시/군과 비슷하다.
가장 작은 단위로 군, 행정구, 마치, 아자(字), 초메(丁目)등이 우리나라의 동, 읍, 리 같은 단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중 시(市)는 정령 지정도시, 중핵시, 특례시, 계량 특정 시 등으로 구분하여 해당 도시의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구 20만이 넘으면 특례시로 지정되며 인구 30만을 넘기면 중핵시, 50만이 넘으면 정령 지정도시로 지정된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카시와시는 현재 중핵시이며, 얼마 뒤 이주하게 되는 삿포로시는 정령 지정도시이다.
흔히 알고 있는 정령 지정도시로써는 삿포로시 이외에 오사카시, 교토시, 치바시, 후쿠오카시 등이 있으며 중핵시 같은 경우는 카시와시 이외에 하코다테시, 돗토리 시등이 있다.
일본 지인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로는 카시와시는 치바의 신주쿠라고 불리울 정도로 의외로 번화가의 규모가 크기도 하고, 도쿄와의 거리도 비교적 가까운 편이라 주거지역이 안정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어촌의 이미지가 강한 치바의 여러 마을에 비해 카시와시는 비교적 도쿄에 가까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도시이다.
더군다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카시와노하(柏の葉)라는 지역은 도쿄대, 치바대학 등의 캠퍼스가 존재하며, 정부에서 스마트 도시로 지정되어 각종 선진 기술들이 적용되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자는 목표로 만들어진 도시라 상당히 깨끗하고 세련된 건물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마을이다.
https://www.mk.co.kr/news/realestate/view/2017/03/188715/
츠쿠바 익스프레스
특히 도쿄 아키하바라로 연결되는 [츠쿠바 익스프레스]라는 전철 노선은 기존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리는 시간을 최대 30분으로 단축시키는 혈관 같은 역할을 하면서 도쿄에 직장을 둔 젊은 부부들이 집을 사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요 츠쿠바 익스프레스라는 이 녀석이 참 매력이 있다.
일반 전철로써 최고 시속 130KM(추후에는 160KM까지 목표)까지 내는 스피드를 가지고 있으며, 지하철이 아닌 지상철임에도 불구하고 기후에 따른 연착이나 운행정지등을 거의 하지 않고 달리는 박력 있는 녀석이다.
수도권 반경 50KM 안에 있는 일본 전철중 가장 빠른 전철 4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내가 살았던 4년 동안 연착이 되거나 운행이 정지된 적은 2번인가 밖에 되지 않았다.
일본에 있는 기차 오타쿠들에게 꽤 많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실내 크기 또한 일본에 다수 존재하는 좁은 전철이 아닌 한국의 지하철처럼 넓은 공간이기 때문에 한국사람에게는 전혀 위화감이 없다. ( + 푹신푹신한 좌석)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동네의 인구가 늘면서 초짜부 출근길의 기억을 안겨준 그 녀석이기도 하다.
특별함이 없는 매력
카시와시는 일반적으로도 인지도가 많지 않지만 관광지로써도 유명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매력이 없다고 말하는 일본인들도 많이 있었다.
더군다나 오사카나 히로시마의 오코노미야키나 삿포로의 수프 카레, 도쿄의 몬자야키, 나가사키의 짬뽕처럼 내놓을만한 특별한 음식도 없으며, 북해도 유바리의 멜론이라던가 교토의 두부, 시즈오카의 녹찻잎, 아오모리의 사과 등과 같은 특산품도 가지고 있지 않다.
도쿄의 비싼 물가와 월세를 피해 머무는 베드타운(bed town) 일뿐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도 많다.
카시와노하의 경우는 자연과 더불어 생성된 젊은 도시라 고층 빌딩도 많고 유럽의 어느 마을의 집들처럼 이국적인 모양의 단독주택들이 여기저기 모여있어 세련되고 깨끗한 느낌을 주지만 도쿄의 그것들과 비교하면 결국 지방 도시구나 라는 느낌을 지운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수요와 공급의 순환이 도쿄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물가 또한 도쿄보다 비싼 부분도 적지 않다.
오히려 식당이나 생필품의 경우에는 도쿄가 더 싸기도 하고 품질도 좋지 않았나? 라는 의심이 든 적도 있으니 특별히 지방만의 특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없는것 같다.
하지만.
해마다 11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중순까지 일루미네이션을 느낄 수 있으며
멀리 가지 않더라도 매년 봄이 되면 어디서든 다양한 벚꽃을 구경할 수도 있고,
적절히 높지 않은 건물들은 파란 하늘을 방해하지 않아서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때의 기분은 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것이다.
가끔씩은 예고 없이 작은 행사들도 열리며,
매년 여름이 되면 여기저기서 마츠리가 쉬지 않고 열려 포장마차에서 이것 저것 사먹으며 마음껏 비만도를 높일수 도 있으며,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파란 하늘과 짙은 초록, 그리고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직선이 펼쳐지는 자연 공원이 있어
언제든지 달릴 수 있다.
흐린 날이 아니라면 저 멀리 후지산도 보여 주기도 하고,
가끔 우연히 돌아다니다 숨겨져 있는 멋진 장소를 발견하게 되면
뜻밖의 선물에 흥분하기도 한다.
적당히 붐비는 슈퍼마켓과 적당히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범죄율은 시부야의 1/3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 치안도 좋은 편이며,
유학생이 많은 마을이라 외국인에 대해서도 특별히 구분없이 상대해주는 자연스러움들은
4년동안 살면서 큰 불만 없이 삶의 질이 올라갔다고 자부하는 큰 이유가 되는 것들이다.
아쉽다.
찾으면 찾을수록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카시와.
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더 찾아가서 더 담고 싶지만,
이 아쉬움은 아마 곧 떠나기 때문에 생기는 욕심일 것이다.
다른 유명 관광지처럼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들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난 이런 특별함이 없는 매력이 좋다.
작별 인사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4년간 아무 탈없이 품어준 이 마을에게 조만간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
이젠 우리 동네가 아닌 나의 특별한 관광지로써 다시 찾아오겠노라 약속을 하면서.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시약소에 가서 전출신고를 하고.
우체국에 가서 주소 변경을 하고.
카드 회사 홈페이지에 가서 주소 변경을 하면서
하나씩 이 곳의 주소를 다른 주소로 바꿔가며 사라져 간다면
그때서야 실감이 날지도 모르겠다.
이 마을의 풍경도 좋았고.
동네의 하늘도 좋았다.
그리고 동네의 사람들의 미소들이 좋았다.
お世話になりました。柏さ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