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n Feb 07. 2021

#18. 2차 성징

끝나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  우리 회사는 또 한 번 성장하려 합니다.

여전히


세상은 시끄럽습니다.


여전히 뉴스에서는 지겨운 단어가 반복되어 언급되고.

여전히 그(?) 그래프의 수치는 위로 올라가기만 하고.

여전히 밖에 나갈 때는 답답한 마스크를 껴야 하고.

여전히 그 녀석은 당당하게 세상을 툭툭 건들며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news.yahoo.co.jp/pages/article/20200207


지난 연말과 연초 최고치를 찍은 신규 감염자 수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계속 감소 추세에 있지만 일본의 전체 감염자 수는 기어코 40만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저의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거나 이 팬데믹에 대한 공포감이 그리 높게 실감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비. 교. 적.)

작년 (2020년) 3월 이후 줄곧 재택근무를 해왔으며, 2020년 3월부터 올해 2021년 2월 초까지 회사에 출근한 날짜는 7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도쿄의 지옥철을 거의 경험하지도 않았고, 점심시간에 밀집된 음식점 공간에서 식사를 하지도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고, 최소한 일주일에 서너 번은 외부로 나가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적어도 그 밀집된 공간이나 상황을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다는 것은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지난 글에도 설명을 했었지만 

https://brunch.co.kr/@seonology/35


회사의 유연한 대응 덕분에 여전히 심각한 팬데믹 상황에서 저는 지금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이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활용해 또 한 번의 변화를 합니다.


The New Normal Phase

작년 3월부터 우리 회사는 여러 단계에 걸쳐 재택근무를 시행해왔습니다.

1. 선택적 재택근무
   -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할 무렵 회사의 자체 결정.
   - 출근에 불안감을 갖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대상. ( ~ 2020년 3월 31일)
2. 선택적 출근( 당번 출근제. 팀당 2명씩 출근)
   - 일본 정부의 긴급 사태 선언에 따라 회사 방침 변경.
   - 기본적으로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 필요에 따라 회사로 출근. ( ~ 2020년 6월 30일)
3. 선택적 출근( 당번 출근제. 팀당 1명씩 출근)
   - 감염자 증가 제2 파(the second wave)로 인해 회사 방침 변경.
   - 기본적으로 모두  재택근무.  출근하기 위해서는 승인 필요 ( ~ 2020년 9월 30일)
4. 선택적 출근 (당번 출근제. 팀당 2명씩 출근)
   - 감염자 증가가 감소되어 비교적 안정되어 감으로써 방침 완화
   - 자유 출근 가능. 사원의 자체 판단으로 재택 / 출근 선택 가능 ( ~ 2020년 10월 31일)

하지만 10월 말 무렵 일본에는 세 번째 감염자 폭발 단계 (제3파 : The third wave)로 접어들어 또다시 출근 승인제로 바뀌게 됩니다.


나처럼 사무실보다는 내가 원하는 환경에서 조용히 집중해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타입도 있지만, 어린 아기가 있거나 식구가 많은 경우에는 집보다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타입도 많습니다.


삿포로 이주후 업무만을 위해 마련한 공간.


난 이런 붙어서 업무 하는 환경이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아.


계속 불안정하게 변경되는 재택근무 제도와 그 제도에 피로감을 느끼는 직원들의 소리도 적잖이 들려오고 있던 시점, 

회사는 재택근무에 대해 전 사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합니다.



그리고 2020년 11월부터 회사의 정책이 팬데믹으로 인한 임시적인 성격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 운영되는 정책으로 전면 수정됩니다.

그리고 재택근무에 따른 지원 정책도 추가되었습니다.

- BYOD 수당 (개인 담당 전화번호 부여에 따른 통신비 지원) - 3000엔 / 월
- 원격 근무 수당 (원격 근무로 인해 발생되는 전기세/통신비의 일부 지원) - 4000엔 / 월
- 원격 설비 지원 수당 (원격 근무로 인해  필요한 장비값의 일부 지원) - 15000엔 (한번)

 

단순히 재택근무 허용이 아닌, Full 리모트 근무로 바뀜으로써 장소에 관계없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상황이 더 호전이 된다면, 이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정책 변경 덕분에 다른 글에도 언급했지만 저는 현재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살면서 문제없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seon-jp-life

또한 도쿄로 출근을 할 때는 교통비까지 지원이 되므로 도쿄로 갈 때도 큰 금전적 부담 없이 갈 수 있게 되었구요.


이미 교토에서 리모트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멤버, 삿포로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저를 제외하더라도 정책이 변경된 이후, 현재 고베로 이사가 예정되어 있는 멤버, 나고야로 이주 계획을 세우고 있는 멤버 등 리모트 근무를 활용하려는 멤버들이 우리 회사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다 좋은 것은 아니겠지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리모트 근무가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출근 방식을 변경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변경되는 것도 아닐 테니까요.


공간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나, 가족이 많은 경우로 인해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케이스도 발생하기도 하고, 다른 부서 또는 같은 팀에서 협력하기 위해서 대화나 협의를 할 때도 리모트 근무는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현재 우리 회사의 경우는 다른 회사와 달리 팬데믹 이후에 사업이 더욱 확장되었으며, 신규 채용도 매달 2~3명씩 추가되는 등의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상태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출근을 해도 타 부서에 신규 멤버가 들어와도 대화하고 인사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데 리모트 근무로 인해 그 빈도는 아예 제로가 되어버렸습니다.


회사는 이 부분도 함께 고민해서 대안을 내놓습니다.


1 on 1


팀 리더와 1주일에 한 번씩 10분 정도 잡담을 하는 시간입니다.

주제는 없습니다. 그냥 안부 인사라던가 업무 회의에서 하지 못한 내용들을 다루면서 가볍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팀 리더가 한국의 개발 환경이나 문화에 관심이 많아 그런 내용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최근 내가 삿포로로 이주하면서 이 동네의 동향들을 묻기도 합니다.

가끔은 수다가 길어져서 1시간씩 늘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아저씨들의 수다는 의외로 즐거울 때가 있답니다.


이 제도는 오히려 정상적으로 출퇴근할 때보다 대화의 기회가 많아져서 제가 꽤 마음에 들어하는 제도중 하나입니다.


신규 입사자 인사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회사는 작년 꽤 많은 멤버가 입사했습니다.

올해 2월까지 평균 2~3명씩 입사를 했으니 20명이 넘는 입사자들과 실제로 만나 인사를 하지 못한 셈이네요. 몇천 명씩 되는 회사도 아닌 우리 회사에서 얼굴과 이름이 매치되지 않은 상태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회사에 근무하는 것은 꽤나 쓸쓸한 일입니다.


온라인으로 인사할 수 있는 링크를 넣어 초대를 합니다.

이에 회사에서는 신규 입사자가 있을 때마다 화상채팅을 통해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서 초대를 합니다. 신규 입사자의 얼굴도 알 수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니 썩 좋은 시도라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나중에 서로 만날 때 눈만 멀뚱멀뚱 뜨고 어색한 공기를 나눠마실 기회는 줄어들 테니까요.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잘 부탁합니다

비록 텍스트로 첫인사를 나눠야 하는 부분이 좀 쓸쓸하긴 하지만 그래도 직원들은 열심히 인사를 보냅니다.


회사 멤버 프로필 노트

회사는 각 멤버들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자 멤버 프로필 노트라는 것을 만들기로 합니다.

우리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Teams를 이용해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데 그와 연동되는 OneNote를 활용해서 각 멤버들의 페이지를 만들고 그곳에 자신들의 내용을 자유롭게 적도록 권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부서별 이름이나 담당 업무 등을 자신이 기록을 하며, 사진 또한 알리고 싶은 사진을 골라 마음대로 올립니다. 해당 이름을 클릭하면, 그 멤버의 좀 더 자세한 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름 : 
입사일 : 
회사에서 부여받은 개인 업무 전화번호 : 050-XXXX-XXXX

프로필
<자유 입력, 생년월일, 혈액형, 고향 등 적고 싶은 내용을 적어주세요!>

캐리어
- 이 회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 내용
- 지금까지 경력 (자유 입력)

업무 스타일
- 00시부터 00시까지 근무합니다.
- 연락방법 : 업무 번호로 연락 주세요 / Teams 채팅으로 연락 주세요 등등

취미 /  휴일을 보내는 방법
- 자유 입력

대체로 이런 내용 등을 입력하도록 해놓았습니다.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오픈하는 방식이 아닌 이름만 적어두고 각자의 공간에 자신이 오픈할 수 있는 정보를 자유롭게 적어두게 한 것이 마음에 듭니다.

더군다나 적당히 채워놓았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각자 자신의 정보를 다채롭게 써놓은 것을 보고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Online Bottoms up 제도

사내 멤버들과의 친목을 위한 제도로 회사에서 타 부서와의 멤버, 리더와 식사 또는 회식을 할 경우 회사에서 일부 비용을 제공해주는 제도입니다.


회식비가 회사에서 팀별로 나오는 것은 일반적인 제도이지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제도는 일반 사원급 멤버가 부장급 이상의 상사에게 식사나 회식을 권할 때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실제로 만나 식사를 하는 경우 저녁은 한 사람당 5천엔, 점심은 천 엔이 지급됩니다.

이번에 추가된 것은 온라인으로도 적용이 돼서 온라인에서 함께 점심을 먹을 경우 천 엔, 저녁은 2천 엔까지 참가한 멤버에게 지원됩니다.


반드시 리더급의 멤버가 포함되어야 하고, 타 부서의 멤버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이나 상한선이 있긴 하지만 되도록 다른 부서 및 임원들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는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직 저는 사용해보진 않았습니다.


위에 정리한 내용 이외에도 출근 멤버를 위해 인테리어 변경이나 단순 화상 통화등의 친목이 아닌 가상 환경에서의 친목 환경 준비등 여러 시도 등이 더 있지만 좀 더 경험 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If there is no wind, row


영어 속담 중 바람이 불지 않으면 노를 저어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코로나 초기 시절 회사에 이런저런 제안을 하고 몇 번에 걸쳐 회의를 하면서 건의하고 제안했을 때는 우리 회사의 임원들도 평소의 일본 아저씨들처럼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되도록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주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판데믹 상황에서 유연하게 회사를 운영해 왔고, 직원들에게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 결과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은 계속 올라갔으며, 회사의 수익도 함께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익이 오르면서 고객사가 늘게 되고 직원도 늘게 되었습니다.

작년 회사 온라인 종무식에서 대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해준 직원들에게 감사해하며 기존 목표에 2.5배가 넘는 수익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그리고 새로 입사한 젊은 20대 직원들로 TFT(Task Force Team)을 꾸려 자신들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여전히 제 사촌동생은 일본에서 구직 중입니다.

좀처럼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있고, 채용이 확정된 곳에서도 취소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일본 내의 외국인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일본인들도 직장을 잃고, 사업을 접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회사들은 되도록 인력을 줄이고 운영자금을 줄여서 이 시국을 버티려는 시도는 틀린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노를 젓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노를 저어 다음 포인트로 가서 배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동료 선원을 더 늘려서 또 다음 포인트로 가고 있습니다.


좀 더 믿음직한 성인이 되기 위해 우리 회사는 현재 2차 성징 중입니다.



삿포로로 이사 이후, 2021년 첫 글이 되었네요.


삿포로로 이사한 전후로 꽤 붕 떠있었던 상태여서 근 2~3달간 업무 및 생활환경 정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었습니다.

일본으로 넘어온 이후 첫 이사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토록 동경했던 삿포로로의 이사여서 그런 건지 업무상이나 개인적인 생활이나 모두 충실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2~3개월을 제자리로 돌리고자 글을 쓰자는 생각만 했을 뿐 적지를 못했던 것 같네요.

(결국 예전과 마찬가지로 게으른 천성으로 인해 글을 띄엄띄엄 쓰는 것뿐인데 변명이 참 깁니다.)


밀린 업무는 대충 정상 궤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가 되었고 새로운 생활의 터전인 삿포로의 집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만끽하며 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자주 글을 올려보도록 힘내 보겠습니다.


한국은 다음 주면 설날이겠네요.

올 한 해는 모두에게 작년보다 더 밝은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매거진의 이전글 #17. 신종 코로나를 바라보는 일본의 작은 회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