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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 Sep 27. 2017

#6. 워크숍(1) : 일본 스타트업의 워크숍이야기

 

오키나와

지난 9월 초 2박 3일로 회사에서 오키나와로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작년 이맘때쯤 오키나와를 갈 예정이었으나, 태풍으로 인해 취소되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워크숍은 회사 멤버 전체가 더더욱 들뜬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이 회사는 꽤 자주 워크숍을 다녀옵니다. 다만, '워크숍'이라는 단어는 잘 사용하지는 않고 그때마다 의미를 부여해서 이름을 붙이곤 합니다. 이번에 다녀온 오키나와 여행은 '수학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 느낌도 정리할 겸 이번 글에는 이 회사의 '워크숍'에 대해서 써 볼까 합니다.


올해 들어 이 회사에서 함께 했던 워크숍은 대여섯 번 정도 된 듯합니다.

대체적으로 한국 회사에 근무했던 시절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이 회사는 단체로 여기저기 많은 걸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어떤 워크숍들은 주변에 친한 지인이나 가족들도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해준다거나, 빡빡한 일정이나 회식자리가 대부분인 경우가 아닌 개인의 자유시간을 많이 준다는 점도 꽤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습니다.


되도록이면 한 번의 글로 모두 담아보려 했는데 글이 길어져서 두 번으로 나눠서 써볼까 합니다.

지루한 글보다는 가급적이면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게 좀 더 전달하기 편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마 오키나와 이야기는 다음 글이나 다다음 글에 언급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츠모우데(初詣)

1년 중 가장 처음 함께하는 워크숍은 새해맞이 신사 참배로 시작을 합니다. 일본어로는 하츠모우데(初詣)라고 합니다. 보통 한국에서의 시무식과 비슷합니다. 일본은 연말에 약 5~7일 정도 긴 연휴를 갖게 되는데, 그 연휴 이후 새해 첫 출근날 회사 멤버가 모두 모여 절에 가는 행사를 합니다. 모든 일본 회사가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회사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해마다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하네요.


오랜만에 보는 멤버들끼리 아침에 모여 수다를 떨기 시작합니다.


참배하기 전 차례로 손을 씻고


참배를 하기 전에 대기실에서 모여 또다시 수다를 시작합니다.


단순히 차례로 신사에 가서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비는 참배가 아닌, 교회에서 예배하듯이 한 신당에 모여 앉아 신관이 의식을 치르고 우리 회사의 발전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는 행사를 합니다. 위 사진은 그 신당에 들어가기 전 대기하는 장소입니다. 꽤나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르는 의식이라 새해 첫날 마음가짐이 의외로 바르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참배의식이 끝나면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또다른 행사 준비를..


약 2시간에 걸친 참배 의식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또 다른 행사를 합니다.

여기저기서 공수한 술을 모아놓고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회사 대표는 올해 한 해의 비전을 제시하며 프레젠테이션을 합니다.



그리고 새해 떡을 만들기 위한 절구도 준비를 합니다. 요거 참 재미납니다. 


밥솥에서 밥을 만들어 절구에 넣고.
내리칩니다.
회사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내리칩니다.


완성되면 콩가루나 꿀을 묻혀서 요렇게 먹습니다.


약 오후 3시까지 먹고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새해를 시작합니다.




동계 합숙


약 5년의 회사 운영 기간 동안 가장 많은 회사 직원들이 들어왔고, 좀 더 마음가짐을 다지고자 니가타로 동계 합숙을 다녀왔습니다. 회사 창립 이래 최초로 일본 내 지방에 거점 사무실이 생겨 모든 직원들에게 그 사무실도 소개할 겸 해서 장소는 니가타(新潟)로 정해졌습니다. 또한, 회사에서 니가타에 있는 여자 프로 농구팀을 기술 지원방식(홈페이지 및 전용 앱 제작)으로 스폰하고 있는데 그 팀에서 초정을 받기도 해서 겸사겸사해서 가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으로 유명해서 내심 기대도 됩니다.


HR의 동계 합숙 공지
동계 합숙 알림
'알비렉스'(니가타의 여자 농구 팀 이름)의 최종전이 2월 4일(토)로 결정되었습니다.
2월 9일~2월 10일까지로 일정이 결정되었었습니다만, 2월 3일~2월 4일로 변경 부탁드리겠습니다.
휴일이기 때문에 2월 4일(토) 일 분의 대체 휴가는 신청받는 방식으로 하겠습니다.
시합 티켓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모두 우리 회사 로고가 들어있는 유니폼을 입고 알비렉스 선수들 응원하러 갑시다!
이번 동계 합숙은 니가타 사무실 견학, LT대회, 스노보드, 농구 관람 등 다채로운 내용이 있습니다!
동계 합숙 숙제로 한 사람당 3분 발표분의 자료를 작성해주세요!
요로시쿠~!

이번에는 회사나 팀의 비전 공유가 아닌 각자 멤버의 3분간 자유 발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발표입니다. 쿠키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발표하고 직접 만든 쿠키를 나눠주는 개발자도 있었고, 자기소개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발표하는 멤버도 있었고, 저는 일본 생활과 한국생활의 차이점을 발표했었습니다. 


츤데레 개발자 하타케야마상
이 회사가 처음 취직이라는 모에코상 (현재 오리콘 차트에도 오르내리는 밴드 활동 병행중입니다.)


거리는 요정도~!

카시와 쪽에서 니가타를 가기 위해서는 도쿄를 횡단해서 사이타마-군마를 경유해서 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적응이 안되었던 부분은, 니가타까지 가는 길이 실제로 5시간 30분 정도 걸렸기 때문에 가는 도중 점심식사를 해결해야 했는데, 이 점심식사는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적응이 되어 있는 일본 친구들이나, 일본 문화에 적응된 외국인 멤버들은 각자 도시락을 가지고 오거나, 미리 편의점에서 먹을거리 등을 사 와서 버스 안에서 해결을 하더군요. 

저는 이번이 회사에서 멀리 떠나는 첫 경험이라,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빈손으로 갔습니다만... 니가타 향 일본 고속도로 휴게소는 정말 먹을거리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저녁 식사시간까지 빵 1개로 버텨야 했습니다.


카시와 지방은 눈이 안 오는 지역으로 유명한데, 군마에서 니가타로 넘어가는 약 10MK 길이의 시미즈 터널을 지나면 거짓말처럼 눈이 쏟아집니다. 터널을 지나기 전 맑았던 하늘이 터널에서 나왔을 땐 거짓말처럼 눈이 쏟아집니다.


시미즈 터널을 나오면 바로 설국!


호텔에서 찍어본 눈! - 저정도 눈은 기본으로 온다고 하니...


사무실 견학을 마치고, CEO의 회사 역사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장장 1시간 30분 동안 듣고 (새삼스럽지만, 이 회사의 임원들은 발표하는 걸 미친 듯이 좋아하는 듯합니다.) 각각 멤버들의 3분 스피치를 듣고 다니 늦은 저녁 식간이 되었습니다. 빵 한 조각으로 하루를 버틴 저에게는 천국과 같은 시간입니다.


저녁 식사는 가이세키(會席) 정식!


오늘 잘곳! 먹고 마시고 돌아오니 이미 세팅이 되어있습니다.


10시쯤 그날 모든 일정이 끝나면 다음날 오후 3시까지 자유시간을 받습니다.

해당 날은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온천을 가거나 술방을 만들어 술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이 회사 일본 친구들도 의외로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아침까지 술을 마시며 놀기도 합니다.


왜 이 사진만 보면 대학 MT가 생각이 나는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른 곳에 가서 자고 와도 되고, 다녀오고 싶은 곳에 여행을 다녀와도 됩니다. 모이는 시간만 맞춰서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대부분은 호텔 근처에 있는 스키장에 가서 스키를 타거나 보드를 탑니다.

저는 송영버스(호텔에서 가까운 역까지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주변 역과 시장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며 만든 눈사람들이 하나씩 늘어갑니다.


초밥도 먹어보고~ (니가타 쌀은 정말 맛있습니다)


각자 자유시간이 끝나면 우리가 스폰하고 있는 니가타의 여자 농구단의 경기를 보러 경기장으로 갑니다.


올해의 눈은 여기서 다 구경했습니다.
요건 숙소 발코니에서 바라본 하늘
중하위권 팀이긴 하지만 오늘 경기는 즐거웠어! ... 오늘도 졌지만..


경기가 끝나고 해당 팀의 관계자 분들이 나와서 일일이 고맙다고 인사까지 받고 다시 카시와노하로 돌아갑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꽤나 많은 일을 한 거 같아서 몸이 무거워 6시간 버스 안에서 눈을 좀 붙일까도 했지만, 옆자리 일본인 친구와 수다를 떠느라 많이 자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 인 그 친구는 2자녀를 둔 가장인데 생활 관련이나 사회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이번 여행 동안 가장 많이 친해진 친구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이 친구가 한국 문화 중에서 가장 쇼크를 받았던 문화가, 찌개에 라면을 넣어 먹는 거라 합니다. 하지만, 먹어보고 홀딱 빠져서 한국 음식점을 갈 때마다 찌개에 라면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별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집니다. 


워크숍이란..


어떤 회사든 그 조직의 단합력이나 애사심을 위해 워크숍을 갑니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즐겁고 그리웠던 워크숍도 있었고 말 그대로 하루 종일 프레젠테이션만 하고 난상토론만 했던 워크숍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괴로웠던 워크숍은 그 회사 대표나 임원진들 취향대로 짜인 일정대로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단체사진만 찍고 밤새 술만 마신 워크숍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워크숍의 주체는 사원들이고, 바쁜 업무에 밀려 미뤄놨던 부분들을 하나씩 꺼내서 공유하면서 그 사원들이 자연스레 회사가 좋아지고, 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워크숍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결국 사원을 위한 워크숍들은 좋은 기억으로 오랫동안 남아있는 반면, 대표 한 명의 취향으로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유부남 임원들이나 소수 꼰대들에 의해 바람 쐬기 용으로 전락한 워크숍들은 여전히 좋지 않은 기억으로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위의 글이 단순히 개인 블로그처럼 다녀왔던 추억을 나열하는 것뿐일 수 도 있지만, 이 회사에서는 저 일정을 짜기 위해 3개월 전부터 슬랙에 공유하면서 계속 피드백을 받은 뒤에 수렴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다음 글에도 계속 이어지겠지만, 동계 합숙, 하나미(꽃놀이), 하나비(불꽃놀이), 수학여행 등 여러 이유로 워크숍을 진행하지만, 그 일정 속에는 임원진뿐만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피드백이 반영되어 있으며, 단순히 단체로 몰려다니는 일정이 아닌, 그 안에서도 각자가 다른 방법으로 즐길 수 있도록 자유시간을 과할 정도로 많이 넣어놓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워크숍이란 단어가 꽤 부담스러웠던 기억이었지만, 이 곳에서는 꽤나 기대되는 행사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 물론 한국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기분 좋았던 워크숍도 그립긴 합니다. 

이곳 현지인들에게는 지방여행이 단순한 지방여행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지하철 다음 역만 가도 새로운 해외여행이 돼버리니 더욱 좋을 수도 있겠네요.


다음 글에는 5주년 행사 및 나가오카(長岡) 하나비에 대해서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주제들은 나열해 놨지만... 아직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들...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미리 20개가 넘는 주제를 정해 놓고 문득문득 글을 써놓고는 있지만, 의외로 발행 버튼을 못 누르고 있네요. 한국에서 지인들도 자주 찾아오고 회사에 일정도 많아서 퇴고를 못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1개 발행하기]는 물 건너갔지만 되도록 자주자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는 분들 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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