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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호 Feb 25. 2024

시한부 예술

영수증 플레이리스트 6p

  오후 3시 4분. 고요하고 적막한 거실. 옷들은 제각각의 모습을 한 채 바닥에 누워있고, 저 멀리 그릇 청소거리들은 은근하게 자신의 냄새를 풍기며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그러한 거실에 앉아있던 중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는 건 '꿈'이었다.

  예술가란 이름을 달고 미래를 계획했던 5년하고 2개월. 이 기간동안 정말 행복한 삶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떠나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서,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아야할 것 같았다. 누군가 예전에 내게 그랬었다. "정말 노력해보고 정 안될 것 같으면 포기하는 것도 능력이야. 포기해도 누가 너 뭐라 안 해." 포기하는 것도 용기일까. 마치 포커 카드와 같았다. 내 마음은 무대를 향하고 있는데 현실은 숫자를 보여주며 나를 주저앉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숫자말고 조커를 보여줬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이번 생은 아닌가 보다.

  복잡한 머릿 속을 한 가지 생각으로 정리했다. 냉큼 나의 최애 노트를 펼쳐 떠나기 전 만들고 싶은 공연 리스트를 적어보았다. 떠나야할 알기에 조금은 조심히 그리고 신중히 적어내려가는 모습은 긴장하게 만들었고, 코와 손바닥에 약간의 땀을 맺히게 했다. 생각이 생각을 잡아 먹었던 20분 전과는 달리 리스트를 만들 때는 행복이 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도 조심스레 묻고 싶다. 나와 같은 경험이 있었는지.


TOIL - 시한부

적어내려가는 wish list
뭐가 좋을지 고민
하는 중야 baby 마지막이잖아 우리
이제 곧 떠나야해 난 멀리
이제 곧 떠나야해 난 멀리


습관적 글쓰기를 위해 하루를 기록합니다. 하루동안 제게 입력된 생각이나 상상의 순간들 어쩌면 일기일지도 어쩌면 소설이 될 수도 있는 이 글은 하루의 끝 쯤 하루를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 정도 되겠네요. 영수증을 확인하면서 음악도 소개해드릴게요. 영수증 플레이리스트 <영플리>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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