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감정기복,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어느덧 직장인 9년차.
94년생 과장이 된 나의 문제는. 기복이 있다.
몰랐다. 워낙 무표정에 말 수가 없다보니 나만큼 기복이 없는 여직원도 드물다 생각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메타인지 부족. 작년 바쁜 프로젝트를 혼자 이끌어나갈때 부서원 모두 내 눈에서 살기를 보았다 했다. 아 이 사람 이렇게도 변하는구나 싶었다고. 사실 그 때 생리 전 증후군과 겹치기도 했고, 혼자 힘들어 화장실에서 울다 나오고 그랬다. 숨어 훌쩍이다 나올 땐 화장을 고치고 티를 안 냈다 생각했는데. 안면근육에서 티가 났단다.
나는 가끔 조울증 급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내가 생각하는 평균 주기는 3개월. 혼자 미친 애마냥 새벽 운동하고 점심운동하고 학원 다니고 약속 몰아잡고 옷을 무데기로 한 방에 사 패션쇼를 하고 난리도 아니다. 그러다 갑자기 내 루틴을 잃고 무기력증이 찾아오면 그 에너지를 한 번에 다잃는다. 거즌 영화 아이덴티티급 여러 자아 보유 중. 그럴 땐 자존감이 떡락하며 사람도 잘 안만나고 살이 찌며 몸도 무거워져 그냥 방 안에 혼자 계속 누워있는데. 얼굴에 활기도 없을 뿐더러 약간 다운 돼 있음. 주눅 들어있달까?
직장도 인생도 모든 게 다 기세.
그러다 문득.
내가 자존감을 잃고 숨어들어갈 수록 윗 사람들이 나를만만히 여기는 것 같았다. 주눅들어있는 모습에 냅다 달려드는 세렝게티 사자 호랑이들 같다. 안그래도 뭐 없다 생각했는데 쟤 역시 별거 없나보다. 나의 실체를 들켰나? 오만 생각이 들며 생각에 잠식된다. 2025 MBC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탄 유세윤의 수상소감이 생각난다. 생각은 늘 안좋은 쪽으로 간다고. 사람들이 생각없이 웃을 수 있게 개그맨이 웃기겠다고. 그렇게 하기 위해 개그맨들은 생각을 하며 살겠다고. 맞다. 나는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의 결과는 늘 부정적이었다.
내가 신입사원이던 시절, 나와 가장 친한 동기오빠는 늘 자신감이 넘쳤다. 당차고 빠른 발걸음. 큰 목소리. 작은 짐을 들 때도 종이가방은 늘 에르메스 포장가방을들고 다녔다. 우리 팀 사람들은 동기오빠 집이 잘 산다며 웅성웅성 거렸다. 나의 동기오빠는 나와 술 한잔하며 얘기했다. 00아. 준나 잘사는척 해. 나 일부러 에르메스 가방 들고 다닌다. 사람들은 모두 잘 사는 사람한테 준나 조심해.
그러나 나는 늘 약자 포지션이었다.
남이 하기 싫어하는 업무. 버거운 업무량. 그냥 이래저래 뒤치닥 거리 업무는 내가 다 받아했다. 그렇게 일을 많이 하고 간혹 인정 받을 때도 늘 주눅들어 있었다. 나의 기세는 내 루틴과 연결돼 있었다. 루틴대로 운동하고 겉모습을 아름답게 꾸밀 때 내 자존감은 올라갔다.
그러나 늘 몇 주 지나지 않아 그 루틴을 잃고 괴로워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오늘 문뜩.
내 스스로가 부족해 보일지라도. 늘 꼿꼿하고 밝은 얼굴로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듯한 얼굴로 다니지 말자고. 물론 그 떳떳함의 근본이 되는 실력은 내가 계속 개발하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의 부족함만 탓하고 무료해지면 스스로 발전할 에너지 마저 잃게 된다. 어차피 직장인 다 거기서 거기다 슈발. 쫄지말고 준나 당당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