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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유 May 15. 2016

차갑지만 아름다운, 바람의 도시
시카고

03.21.2016

3월 21일 월요일, 오전 5시 비행기라 새벽 2시 반쯤 숙소에서 우버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갔다. '그 새벽에 우버가 과연 바로 올까?'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놀랍게도 5분 내 바로 집 앞에 미리 도착해있었다. 얼마나 편리한지! 이번 여행 내내 우버 덕택에 편히 이동할 수 있었다. 국내선은 생각보다 탑승수속이 간단해 1시간 정도 여유를 부리다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American Airlines은 4시간 후 시카고 O'hare 공항에 도착하였다.


비행기에서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고 보니 시계가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11시에 도착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도착했지? 하는 생각에 옆자리에 앉았던 수다스러운 미국인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우리 시카고에 도착한 게 맞냐고. 그러자 그가 그렇다고, 예정보다 좀 일찍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할 수가 없는데 하는 순간...! 시카고가 샌프란시스코보다 2시간 빠르단 걸 그제야 깨달았다. 분명 출발하기 전에도 2시간 시차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몰랐던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이런 게 시간여행인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말이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 다시 한번 깨달으며... 시카고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짐을 찾고 나오니 나를 기다리고 계신 고모와 고모부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낯선 땅에서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열흘 동안 너무 느끼한 음식만 먹어서 그런지 한국음식이 땡긴다고 하니 고모와 고모부는 나를 한식집에 데려가셨다. 제육덮밥을 먹었는데 무지 달았다. 여긴 한식도 달게 만드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밥 먹을 때 국이 없으면 밥이 잘 안 넘어가는 게 어른이 된 건가 싶다. 여기 한식집에 오는 한국사람들도 꼭 국을 찾기에 미소된장국을 그냥 주지만, 미국 사람에게는 국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진짜 한국 사람인 것 같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고모 부부는 독일 교환학생 때 친했던 시카고 토박이 미국인 친구가 사는 숙소에 나를 데려다주셨다. 교환학생 기간 이후엔 모두 영영 만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시카고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친구가 사는 곳은 Sorority와 Frat을 합쳐놓은 것 같은 일종의 커뮤니티인데 그곳에 남는 방이 있어 하루 묵을 수 있었다. 그날 밤 멤버들끼리 모여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각자의 favorite cereal에 대해서도 말해야 했다. 각기 다른 종류의 cereal을 말하는데 나는 뭐라 말할지 몰라 나는 한국사람이라 cereal 안 먹는다고 하니 다들 웃는 것이 아닌가.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어서 머쓱했다. 




숙소에 짐을 두고 나와 처음 간 곳은 Lincoln Park Zoo이다. 동물원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무지 작은 우리 안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보는 게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다. 태어나 이렇게 가까이서 호랑이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 사자,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을 그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동물원은 흔치 않을 것이다. 



Zoom 해서 찍은 것이 아니다. 그만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다.

뒷모습이 참 귀여운 고릴라. 서로 핥아주고 쓰담 쓰담해주는 것이 정말 인간 같았다. 많은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지만 우리가 너무 작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동물들... 



Lincoln Park 에서 바라본 skyline of Chicago. John Hancook Center, Sears Tower 전망대에 가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했다. 




03.22.2016

벨기에 테러를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Marshall Field's 에 있는 한 레스토랑. 대부분의 손님들이 중장년층이다. 영화에서 흔히 나올법한 그런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밀레니엄 파크 바로 옆에 있는 Chicago Cultural Center. 각종 전시와 볼거리가 있다. 원래는 공공도서관이었다고 한다. 건물자체가 정말 아름다워 찬찬히 둘러보았다.


시카고 명물(?)이라며 친구가 사준 피클이 들어간 시카고 핫도그. 담백한게 괜찮았다. 





03.23.2016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최고의 가이드이신 고모부와 함께 박물관을 둘러보며 작품에 대해 설명도 듣고,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도 했다. 뭔가 미국의 중산층의 삶을 체험해보는 느낌이라 기분이 으쓱으쓱 했다. 




03.24.2016

고모가 자주 가신다는 Portillo Chicago. 고추가 들어간 핫도그도 정말 훌륭했지만 가게 내부의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역사가 꽤 오래된 곳이라 한다. 



핫도그를 먹고 점심쯤에 드디어 유학생인 고등학교 동창 윤희를 만났다! 꽤 오랜만에 봤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그런 느낌이 없는 게, 유난 떨 필요가 없는 친구다. 만나자마자 그녀가 날 데려간 곳은 Garrett 팝콘. 신세계를 맛봤다. 안 그래도 단걸 좋아하는데 물 만난 고기처럼, 쉬지 않고 계속 팝콘을... 한국에도 들어왔다는데 살찔까봐 먹으러 갈 엄두는 안난다.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을 하느라 지친 우리는 맛난 식사를 하러 갔다. 우리가 간 곳은 FOGO DE CHAO. 고기뷔페인데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한번에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웨이터들이 돌아다니면서 고기를 잘라주는데, 그걸 보는 재미도 있다. 친구가 먼길 왔다며 쿨하게 쏘는데 그렇게 비싼 줄은 몰랐다. 팁은 내가 냈는데 팁도 30불은 족히 넘었던 것 같다.  




03.25.2016

규모가 어마어마한 시카고 자연사 박물관. 볼것은 너무 많은데 체력이 안따라줘서 중간에 의자에서 쉬다가 깜빡 졸았다.



무게가 7톤정도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티라노사우루스. 성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름이 SUE라 'she'라고 불린다고 한다. 



젊음이 넘치는 보드타는 곳. 고수로 보이는 보더들이 꽤 많았다. 



저녁을 먹으러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거리 공연. 샌프란시스코에선 운이 나빴는지 이런 대규모의 거리공연을 별로 보지 못했는데 시카고에서 처음 보았고, 뉴욕에 가니 거의 매일 보았다. 보통 흑인들이 춤을 추고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해 통해 웃음을 준다. 그럴 때 공연의 참여자로 걸리는(?) 사람들은 거의 백인 중년층이다. 돈이 많을 거라 예상되는 사람들이니.. 재밌었던 건, 공연이 끝나고 관객 중에 어떤 흑인이 20달러를 기부하자, 흑인 비보이가 이거 진짜 돈 맞냐고, 흑인이라 의심된다고 농을 던지는 게 아닌가. 같은 흑인이 흑인에게 하는 농담이서인지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미국인들은 특히 인종주의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다고 들었는데, 이런 식의 농담도 상황에 따라 개그로 받아들여지는 게 신기했다. 




Pizza Uno. 이것이 시카고 피자! 진짜 엄청 두껍다. 원조 시카고 피자를 먹기 위해선 한시간 정도 웨이팅은 기본. 숙소에서 두블럭 밖에 안되었는데 길을 헤멨다.


치즈가 줄줄... 한 조각만 먹어도 배부르다. 




03.26.2016

시카고 마지막 날, Michigan Avenue를 쭉 따라 밀레니엄파크로 갔다. 해는 좋았는데, Windy city 답게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이폰을 놓칠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사진을 찍었다. 

도심이 미국 국기와 시카고 flag로 뒤덮여있다. 여기가 '미국, 시카고야!!!' 하고 외치는 것 같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Cloud Gate.



시카고 토박이 미국인 친구와 고모 내외는 시카고에 오래 살아서인지 시카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어딜가나 이 도시에 관한 역사나 이야깃거리들이 끊이질 않았다. 처음에 Loop를 중심으로 도로가 얼마나 치밀하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얘기, 시카고에 있는 각종 동상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 시카고 출신의 유명인들, 각종 명소에 관한 재밌는 이야깃거리들.. 사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정말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지만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나는 과연 대한민국, 서울에 대해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반성하게 된다. 



Michigan Avenue를 걷다가 재미난 걸 발견했다. 마음에 드는 시카고 광고였는데 'Find a date, go for a picnic, get a room' 이렇게 그림과 딱 어울리는 세 개의 문장이 있다. Find a date를 묘사하는 그림은 미국 화가 Edward Hopper의 Nighthawks이다. Go for a picnic을 묘사하는 작품은 프랑스 화가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이다. 마지막 Get a room의 그림은 반 고흐의 '아를의 반 고흐의 방'이다. Nighthawks을 빼곤 두 작품 모두 다른 나라에서 가지고 온 작품을 가지고 그들의 도시를 홍보하고 있다.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의 작품들은 대부분 미국 화가들의 작품들이 아니지만 Chicago를 브랜딩 하는데 잘 활용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Cheese cake factory. 수십가지의 케익이 진열되어 있는데 우리가 고른 건 당근케익! 높이가 손바닥만하다.


John Hancook Center가 보이는 Oak beach. 단걸 참 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달아 다 못먹었다. 



시카고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교외에 위치한 고모댁으로 가는 열차안에서. 편도 티켓이 6.5불인가 했다. 확인된 티켓을 앞 좌석 뒤에 꽂는다.

일주일간 시카고에 머물면서 주요 관광지를 모두 둘러보진 못했지만, 가족과 오랫동안 못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시카고 교외에 위치한 4천 평이 넘는 운동장보다 훨씬 큰 마당이 있는 고모네 집에 충격을 받고, 이게 미국 중산층의 Class구나... 싶었다. 반면 가보지 못했지만 흑인, 저소득층이 밀집해있는 시카고 남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내가 느낀 시카고는 날씨도 춥고 철저한 계획도시라 그런지 뭔가 차가우면서도 북적북적한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휑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문화, 예술적으로 볼 것이 참 많았던 시카고. 시카고는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자부심도 대단한 쿨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마치 휴양지 같았던 샌프란시스코와 어쩜 이리 다른지! 뉴욕은 또 얼마나 다를지 기대에 부푼 채 국내선을 타기 위해 27일 아침 O'Hare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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