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SaaS 스타트업 디자이너의 커리어 회고, 그리고 강의 소개
맥북은 나에게 꿈이었다. 그 유명한 애플의 노트북은 항상 내가 가지고 싶었던 컴퓨터였다.
나의 커리어의 시작은 맥북과 함께 교환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에 교환학생을 갔는데 어느 날 한국에서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좋은 소식이 있다고. 아이폰 3gs 유저일 정도로 그 시대의 얼리어댑터였던 아빠는 독학해서 아이폰앱을 만들어보겠다고 맥북프로를 구매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직감했다. “아 이건 내 거다!” 얼마지 않아 (예상대로ㅎㅎ) 일찍이 포기하시고 그것은 내 손으로 들어왔다.
그때부터였다. 나의 꿈의 시작은!
13인치의 작지만 나름 고성능의 맥북프로를 한 손에 들고 다니면서 여느 다른 대학생들과 다르게 맥북으로 수업을 듣고 (그 당시에는 맥북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이 많지 않았다.), 맥북으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는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맥북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친구 genie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때부터는 정말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각종 앱, 웹 서비스들을 연구하고 사용해 보기 시작했다. 맥북에는 윈도우pc와 다르게 더 특별한 앱들이 많았고 인터페이스 자체도 너무나 유려했다. 마우스 없이 모든 게 컨트롤된다는 경험도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맥북 하나로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꽤 큰 규모의 서울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고, 경험은 없지만 유틸리티/생산성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협업툴을 만드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인하우스 디자인 경험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수주를 받아 프리랜서 생활을 1년 반동안 하기도 했다.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커머스, 모바일앱, 홈페이지 디자인 등 정말 다양한 도메인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휘발성이 높은 중, 단기 프로젝트를 계속하다 보니, 이제는 정말 하나의 제품을 파 깊이 있는 프로덕트 디자인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계속 들었다.
그렇게 해서 입사하게 된 회사가 지금도 재직 중인 HR SaaS를 만드는 Swingvy라는 곳이다. 열심히 일했고, 이제 만 5년이 흘렀다. 5년이라니… 1, 2년 다니고 그만둘 생각으로 입사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 5년을 채울 줄은 몰랐다. 왜 한 곳에 이렇게 오래 몸담고 있는지 나도 알고 싶어, 지난 5년을 돌이켜봤다.
1년차에는 제품과 팀을 이해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새로운 제품을 처음부터 설계해 론칭까지 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했다. 2년차에는 디자이너로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고, 동시에 팀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부분들에 많은 공부를 했다. 3년차에는 제품디자인뿐만 아니라 리브랜딩 작업까지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곳에 투입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하나의 유저스토리만 설계하는 것을 넘어서 제품을 마케팅,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4년차부터는 나름 조직에서 짬이 차다 보니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롤을 넘어서 ‘프로덕트 매니저’의 책임을 겸직하게 되면서 굵직한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5년차인 지금은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때때로 팀원들과 함께 고민한다.
정말 많이 성장했다. 한 회사에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지금 같이 일하지 않더라도 나의 성장을 도와준 동료들이 참 많았으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은 더욱 고맙고 소중한 인연들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긴 시간을 지치지 않고 (물론 한 번씩 권태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한 제품에 깊이 있는 고민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Swingvy에서는 5년, 총 경력 8년 차인 디자이너가 되었다. 햇수로는 경력이 어느 정도 되다 보니, 이제는 어디 내놔도 제법 쓸모 있는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자부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를 마주한 순간에는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겸손은 미덕이라 하지만, 찾아온 기회를 마다할 수 없기에 지난 5년 동안 SaaS 프로덕트를 끈질기게 파본 경험을 살려 온라인 강의도 하게 되었다.
패스트캠퍼스에서 ‘FULL 프로세스로 끝내는 UX/UI 디자인’라는 강의 중, ‘Domain 4. IT/SaaS’ 편을 맡게 되었다.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 중, 내가 되려 배운 게 정말 많았다. 소프트웨어와 SaaS는 어떻게 다른지, SaaS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다른 도메인 (커머스, 핀테크, 소셜미디어 등)과 어떤 점이 다른지, 디자인 프로세는 어떠한지, 그리고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나만의 인사이트를 집약한 강의다. 이제 막 프로덕트 디자인을 시작하는 주니어 디자이너나, 디자이너로 직무를 변경하려는 분들이나, 현역에 근무 중이지만 SaaS 쪽은 생소한 디자이너들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래 쿠폰코드로 할인 받을 수 있으니 기간내에 많은 분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금액으로 수강하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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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소프트웨어라는 어찌 보면 건조해 보이는 도메인을 5년 동안 디자인하면서, 조금 더 개인 고객과 가까운 다이나믹한 서비스 디자인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제품 자체가 서비스이기에 제품/디자인이 비즈니스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SaaS 디자인을 하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한 도메인을 오래 파보다 보니, B2B SaaS는 100m 달리기보다는 마라톤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오늘 개발한 기능이 내일 당장 팔리지 않을뿐더러, 한 개의 wow point만으로 제품이 성공하진 않는다. 출시해야 할 기능도 끝이 없다. 이 마라톤이 언제 끝날까... 하고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서비스를 접지 않는 이상 끝이라는 게 있을까.
당분간은 현재 근무 중인 회사 Swingvy도 나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기에, 그 성장의 더 가파른 곡선을 위해 계속해서 머리를 싸매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매일매일이 머리가 아프고 가끔은 내가 디자이너인가, PM인가, UX writer인가 헷갈릴 때도 많지만, 그 롤에 나를 가두지 않고 서비스의 성장만을 위해 집중하고 싶다. 이 여정이 어떻게 끝날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보이지 않는 성장을 하고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더이상 맥북을 바라만 봐도 설레는 감정은 없지만, 변함없는 건 지금도 맥북을 두들기며 무언가를 만들고 즐기고, 어떨 때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달라진 점은 좋아진 맥북 사양과 디자이너로서의 시장가치가 아닐까? 많이 성장했다. 2024년도 어떤 일들이 나를 성장시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