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디자이너의 바이브코딩 앱 출시, 수익화까지

누구나 쉽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지만, $1 벌기 정말 힘들다!

by 김선유

정말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작년에는 오래 몸담았던 회사를 나오게 됐고, 한동안은 백수 생활을 꽤 즐겼다. 그러다 요즘 ‘바이브코딩’이 핫하다고 하길래,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마침 중국 여행을 다녀온 뒤로 중국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 앱 컨셉으로 단어장 앱을 기획하게 됐다. 그렇게 어찌어찌 만들다 보니 앱 스토어 출시까지 가게 되었고, 결국 수익화까지 하게 됐다. 처음에는 Xcode에 앱 빌드하는데만 3일이 걸렸는데 그래도 되는게 신기했고, 이걸 스토어에 제출하면 받아줄까 했는데 승인이 나서 세상에 나오는게 신기했고, 아무런 광고를 돌리지 않았는데 검색으로 유저가 붙는 걸 보며 비로소 “서비스가 시장에 닿는구나”를 실감했고, 그러다 욕심이 나서 “결제도 붙일 수 있을까?” 싶어 붙여봤는데, 진짜 결제가 되는 게 또 신기했다. 그리고 먼 나라에서 첫 결제건이 들어왔을 때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 하나하나 결코 쉽지 않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이었지만, 값진 시간이었다.


그런데 작은 앱 하나를 AI와 함께 끝까지 출시해보니, 지난 10년간 디자이너로 일하며 느꼈던 변화보다 최근 1~2년의 변화가 훨씬 크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2026년의 변화는 이전과 결이 다르구나. 도구가 바뀐 정도가 아니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2016년-2026년, 10년의 회고


대학교 1학년때 국내에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들어왔고, 나는 생산성 툴의 덕후가 되었다. 그리고 2016년부터 SaaS 프로덕트 업계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모바일 UI/UX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 같은 비전공자 문과생도 비교적 빠르게 툴을 익혀, 나름 전문가스럽게 UI/UX 디자이너 혹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다.


그 시절 업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UI 디자인툴은 Adobe를 위협하는 듯한 Sketch였다. 동시에 Framer, ProtoPie 같은 다양한 프로토타이핑 툴이 등장했고, Sketch에서 만든 UI 결과물을 손쉽게 동적인 프로토타입으로 옮길 수 있는 도구들이 환영받았다. 한편으로는 디자인 작업 자체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 웹사이트 빌더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Squarespace, Webflow, Framer 등은 서로 타깃 유저가 조금씩 달랐고, 각자 다른 강점으로 시장을 넓혀갔다.


그리고 2016년 즈음부터 시작된 Figma의 반란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웹 브라우저 위에서의 디자인 작업을 대중화한 툴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Figma는 디자인, 프로토타이핑을 넘어 웹사이트 빌딩, 마케팅까지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풀어내려는 방향으로 계속 확장하고 있다.




2026년, 지금


내가 10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늘 아쉽게 느꼈던 것이 하나 있다. 나는 개발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유저로써 직접 쓰고 싶어 디자인한 작은 앱들 아이디어는 많았으나, 개발자 그들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2026년의 지금은 어떠한가. AI의 등장으로 개발자 없이, 코딩없이, 사실상 누구나 자연어로 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걸 ‘바이브코딩’이라고 부른다. 작년부터 핫해진 ‘바이브코딩’이 나에겐 마치 유행어같은 느낌이라 코딩없이 개발한 서비스가 진짜 제대로 작동을 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특히 나는 2024~2025년에는 ChatGPT, Gemini을 활용해 컨텐츠를 쓰거나 리서치, 간단한 쿼리 작성등에 이용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 대규모 감축이 있다”,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 같은 이야기들이 아주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건, 직접 바이브코딩으로 앱을 출시하고 수익화까지 해본 경험이었다. 요즘 인스타나 유튜브 컨텐츠에 바이브코딩 관련 밈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개발자 이제 다 대체될거다.“ “개발자들이 코딩을 할 필요가 없다“라는 현실을 재밌게, 혹은 씁쓸하게 표현한 밈들이다. 처음엔 과장처럼 보였는데, 코드 한 줄 못 쓰는 비개발자인 내가 직접 앱을 출시하고, 심지어 수익화까지 해보니(물론 아직 대단한 수익을 내는 건 아니다. 이제 막 출시했고 유저가 하나둘 쌓이는 중이다), 왜 개발자들이 그런 자조적인 밈을 만드는지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다.




AI 혁신이 체감되는 사람과 아닌 사람


물론 AI가 바꾸고 있는 영역이 코딩뿐일 리는 없다. 전 산업에 걸쳐 변화를 만들고 있다. 다만 아직 이 변화의 파장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얼마 전 어떤 쇼츠에서 이런 내용을 봤다.“이제는 간단한 프롬프트만으로 AI가 너무 리얼한 영상을 만들어준다. 진짜 대박이다.” 그 영상을 보면서 나는 솔직히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영상 업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결과물을 AI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영상 툴로 만든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가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니 그것이 얼마나 혁신적인 변화인지도 체감하기 어렵다.


반대로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개발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일인지 안다. 그래서 ‘바이브코딩’이 얼마나 믿기 힘든 변화인지 더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AI 혁신의 체감도는, 그 사람이 원래 알고 있던 노동의 밀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바이브코딩, 실제로 해보니 어떤데?


몇 달 동안 ‘개발자 코스프레’를 하며 Claude Code, Lovable, Gemini, GPT 같은 모델들을 붙잡고 서비스를 빌딩해보니, 기존 시장의 강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얼마나 클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최근 SaaS 업체들의 주가가 많이 빠졌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시장 역시 비슷한 불안과 재평가를 반영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AI 때문에 SaaS가 사라질 것이다” 같은 극단적인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의 워크플로우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점에는 확신이 생겼다.


예전에는 보통 이런 흐름이었다. 아이디어 → 디자이너가 Figma에서 디자인 → 개발자에게 전달 → 개발/빌드.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순간, 디자인과 개발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러니 예전처럼 프로토타이핑을 따로 만드는 과정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결국 앞으로는 이 새로운 흐름을 가장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플레이어가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Lovable과 비슷한 서비스들이 계속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실제로 나 같은 비개발자가 서비스 하나를 만들 때 필요한 도구는 이미 10개가 넘는다. Claude code, Supabase, Vercel, RevenueCat, Claud, ChatGPT, Lovable, Gemini, Microsoft Azure, Capgo, Capacitor, Firebase, Figma, 그리고 각종 마케팅 툴들까지. 너무 많아서 일일히 열거를 하기도 힘들다. 모두가 AI를 활용해 자신들만의 특별한 경험과 가치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직함보다 중요한 것


이제는 기존의 IT종사자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바이브코딩’에 도전할 것이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주일, 아니 하루가 되는 시대라면, 앞으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같은 직함보다도 이 수많은 툴을 조합해 빠르게 결과물을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무슨무슨 builder’ 같은 새로운 정체성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가 올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같은 일을 10년 하면 대가가 된다고 하지만, 그 말이 예전만큼 절대적인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이제는 10년 동안 같은 일을 쌓아 대가가 되기도 전에, 그 일의 방식 자체가 먼저 바뀌거나 대체되고 있다. 하루 종일 Figma 아트보드 위에서 단축키를 외워가며 한 땀 한 땀 디자인하고, 팀원들에게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피칭하기 위해 정교하게 프로토타이핑하던 장인정신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런 일들을 AI가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해낼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스마트하게·적절하게 질문하고 명령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만들 수 있는 것과, 선택받는 것은 다른 문제


작은 앱이지만 직접 스토어에 출시해보고, 유료화 이후 예상과 다른 처참한 성적도 받아보니 새삼 느끼게 된다. 바이브코딩으로 “만드는 것”의 문턱은 분명 낮아졌다. 하지만 고객에게 “선택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대단한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익화에 성공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지 몸으로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 살아남아 있는 모든 서비스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지 않을까.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AI의 영향을 받을 시대다. 내 밥그릇은 누가 챙겨주지 않는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위기는 늘 다른 기회와 함께 온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방구석에서 열심히 프롬프트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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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과정 바이브코딩으로 출시한 중국어 학습앱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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