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 위한 시간

상처로부터 배운 나만의 관계 연습

by 서온
그때는 몰랐지만,.png

나의 어린 학창 시절엔 언제나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특히 고등학생 때 암흑이 가득했다.

나는 어릴 적 소심한 아이였다. 소심하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항상 숨어 다니는 아이였다.

학교 친구들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쟤는 너무 소심해, 재미없어"라며 나랑 친해지기를 거부하는 친구도 많았고,

친해지려다가 멀어지는 친구도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었다.

왕따생활을 하는 것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내가 왜 왕따를 당하나를 나에게서 찾는 나 때문이었다.

한 번은 다가가보려고 전학 온 친구에게 다가갔는데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점에서 우린 빨리 친해졌다.

아니,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다.

나와 다르게 밝은 그 친구는 친구가 많았고,

나는 그것으로 자존감이 더 낮아지고 부러움이 점점 마음을 잠식했다.

그 낮은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나도 모르게 밝은 그 친구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어느 날, 다른 친구가 말했다.


"너랑 너랑 되게 닮았다. 하는 행동이 비슷해"

라고 지나가듯 이야기를 했다. 그걸 들은 다른 친구가

"얘가 얘를 따라 하는 거잖아"

나는 당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따라 한다고 들은 그 친구 역시 "나도 느꼈어. 너, 나 그만 따라 해."라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의식 중이었을지라도, 나는 그 친구를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걸 계기로 나는 다시 왕따가 되었고, 학년이 올라가 고2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나는 혼자 다니게 되었고,

다른 반에서 그나마 인사하고 지내는 친구들은 나만 보면 도망 다니기 바빴다.

인사만 하고 싶었던 나는 그런 친구의 모습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하루하루 눈물로 지새웠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싫은 건가?'

'내가 왕따라서 그런 건가?'

'나는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존재구나'

단계적으로 생각은 더욱 깊숙하게 내려갔다.


그 당시엔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친구 사귀는 방법도 모르는 아이였고,

친구를 대하는 방법도 전혀 모르는 아이였다.


몇 년 후, 나는 우연히 또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고등학생과 달라진 나의 모습을 전혀 몰랐고, 알게 되었을 때 엄청 놀랐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쟤 성격 엄청 좋다, 되게 밝아"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나를 알게 되고 단 둘이 술 한잔을 할 때도

"너 고등학생 때랑 성격 엄청 달라졌다. 지금이 훨씬 보기 좋다"라는 말을 나에게 해줬다.


물론 지금도 친구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나는 과거에서 일어난 사람이 되었다.

아직도 그 어릴 적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나는 그때 그 일이 없었으면 지금도 친구 하나 없는 아이였을지 모른다.

당시엔 되게 힘들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때의 아픔이 결국 나에게 커다란 교훈으로 남는다는 걸 알게 된다.

물론 지금 다시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 후회도 아직까지 한다.

그 후회를 발판 삼아 교훈을 찾고 나는 겉만 어른이 아니라 내면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친구가 없어도 행복하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이지만 나를 위한 시간이 지금이듯 나는 나를 위해 살아간다.

당신의 인생에도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작가의 이전글모두의 장난감이었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