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을 삼킨 날

미안함을 말로 꺼내지 못하는 이유

by 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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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니와 다퉜다.

시작은 통화 중에 나온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말이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나,

감정은 격해지고 상처 주는 말을 주고받게 되었다.


전화를 끊은 뒤에도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오히려 눈물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방울처럼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하루가 최악의 하루로 마무리가 되었고,

다음 날이 되어도 우리는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각자의 감정만 앞세운 채 하루를 보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우리는 언제 싸웠냐는 듯 자연스럽게 다시 말을 섞는다.

사과 한마디 없이 말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나는 내 감정을 돌아보았다.

그때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또 내가 얼마나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주었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나는 감정이 앞서 이성을 잃을 때가 많았다.

부끄럽지만, 나의 감정만큼 상대방의 감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앞으로도 다툼이 생기면 지금과 똑같이 내 감정을 먼저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싸움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때마다 내 감정과 함께 상대방의 마음도 돌아보려 한다.

내 말로 상처받았을 언니에게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가슴 한켠에 아직도 남아 있다.


나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사과를 잘하지 못하는 모순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는 형식적으로라도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쉽게 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그 말을 아끼고 말았다.

그럼에도 ‘가족이니까’라는 이유로 서로를 이해하고 넘어가 주는 우리 가족이 늘 고맙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가족에게 사과를 잘하시는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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