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독서노트 1

by 김서온

글이란 게 참 무섭다. 사람의 기분을 이리 밑바닥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니. 이 책을 읽기 시작한 후로 나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의 감상평을 보던 중 나와 비슷한 생각을 담은 글을 봤다. 그 글을 인용해 내 얘기를 써 보자면, 난 타고나길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상대의 기분이 곧 내 기분이었고, 어제와 다른 상대의 말투 몸짓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내 말투 몸짓은 상황에 맞지 않거나 너무 지나치지 않았는지 밤마다 복기했고, 나이 지긋한 이들을 보면 왠지 그냥 불쌍하고 가엾었다.

그러나 살다 보니 조금은 이기적이고 무던한 사고를 할 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자존심에 그런 척한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까지 속이고 살아온 건지도. 혹은 어리고 여린 내가 살아갈 요령이었는지도. 한데 이 책을 읽고 나의 예민함과 감수성이 다시 깨어난 것 같다. 요 며칠 우중충한 기분이 나아지질 않던 이유가 그래서였나 보다.


다자이 오사무는 그보다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그 짤막한 인생을 살면서도 세상을 어찌 견뎌냈을까. 나로선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이다. 다섯 번이나 자살 시도를 하기까지 어떤 속으로 살아냈을까. 스스로에게 인간 실격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인간답고 싶은 욕망과, 그 누구보다 인간다운 모습을 내비친 것이 아닌가. 한 사람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듯한.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는 철저히 솔직한 개인의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릴 때 읽기 좋은 책이란 말은 맞는 듯하다. 읽을 땐 그저 한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비통함과 안타까움이 잔상으로 남더라. 이 책에 공감하는 슬픈 이들이 많다는 점도 마음 아프다.


’ 더는 세상이 용납하지 않을 ‘ 거라는 호리키의 말에 세상이란 뭘까 고뇌하던 대목이 좋았다. 속으로나마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고 되받아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결국 세상은 개인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라는 문장을 쓰기까지. 무수한 혼란과 고뇌 끝에 펼쳐질 해피 엔딩을 암시하는 글이길 바랐었다.


이 소설은 ‘비’이지만, 어떠한 결과로든 ‘요조’가, ‘다자이 오사무’가, ‘쓰지마 슈지’가 평안에 다다르게 된 것이라면 ‘희’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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