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여보!

어느 날 당신이 내 곁을 떠났다.

by 장희명



"엄마,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집에 오면 깨끗한 이불에서 몸조리하라고 종일 이불 빨아서 널어놨는데..."

언젠가 헤어질 날이 올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내가 세 살이 더 많은데 그저 '코로나 19'에 걸렸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인사도 없이 내 곁을 떠났구려.


3일을 끙끙 앓고 내가 끓여준 죽 한 숟가락 뜨고는 방에 들어앉아 그렇게 기도하는 소리만 들리더니 60년 함께 산 세월이 무색하게 간다는 말도 없이 그렇게 가는 법이 어디 있냐고 허공에 대고 소리가 나오지 않는 원망을 쏟아내기도 했다오.


내 나이 90세가 되고부터 몸이 너무 힘들어 당신한테 모진 소리도 했는데 그 소리 듣기 싫어 그렇게 인사도 없이 성급하게 떠난 것이었소? 늘 본인이 먼저 죽어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야 속이 시원합니까? 내가 먼저 가고 나면 산에서 뛰어내려 죽을까? 강물에 빠져 죽어야 하나? 쥐약을 먹고 죽을까? 하더니, 나만 혼자 남겨두고 훨훨 날아갔구려.


관에 누워 있는 당신의 얼굴을 보는데 너무 편안해 보이고 얼굴이 고와서 당신 좋은 데 갔구나 싶었소. 그러면 됐다고 생각했소. 한동안 당신의 환영이 눈앞에 아른 거려 같이 있는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영영 갔는지 그마저도 눈에 보이지 않구려.


여보, 그 약한 몸으로 다섯 명이나 되는 새끼들 먹여 살리느라 한평생 고생 많았소. 나는 당신을 보내고 어린아이가 되었소. 당신과 내가 자식 복은 있나 보오. 아이들이 나를 어찌나 살뜰하게 살피는지 하루하루 걱정도 근심도 없이 잘 지내고 있다오. 문지방이 닳도록 아이들이 드나들고 있으니 내 걱정일랑 하지 마오.


"여보, 나는 당신을 처음 만난 날부터 당신을 사랑했다오."

살아 있을 때 사랑한다는 이 한 마디를 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오. 나보다 세 살 어린 당신이 가끔 놀리듯,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누나'라고 부르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도는 듯 하오. 아이들이 당신의 사진을 침대 맡에 두었는데 마치 당신이 내 곁에 나를 지켜주는 느낌이라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당신을 보며, 뭐가 그렇게 좋아 헤벌쭉 웃고 있냐고 심통을 부리기도 한다오. 당신을 보내고 나서야 사는 게 참 아무것도 아닌데 한평생을 애면글면 살았구나 싶소. 잘생긴 내 남편,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진 풍파 이겨내며 함께해 주어서 고맙구랴.


내가 요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어 잘생긴 내 남편 얼굴도 잊게 될까 봐 겁이 난다오. 그래서 이렇게라도 이제 당신께 인사를 하려고 합니다.



"잘 가요, 여보. 잘생긴 내 남편"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