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1일차 공법
1. 개요
공법 시험은 헌법과 행정법 두 개의 과목으로, 오전 10시에 시작해 1교시는 100점 배점의 선택형 40문제(70분), 2교시 200점의 사례형(120분), 3교시 200점의 기록형(120분)으로 이루어진다.
본격적으로 공법 공부를 시작한 작년 하반기 동안 선택형은 평균보다 살짝 위, 사례형과 기록형에서는 평균치인 50점의 표점 방어를 목표로 했다. 따라서 12월까지는 선택형 기출을 풀며 사례형으로 빈출 쟁점을 익히고, 12월부터 시험 직전까지 한 달간은 내 수준에서 정하여 생소하고 휘발성이 강한 단원들만 모아다 반복하는 식으로 했다. 지난 시험에서는 사례형 2문 통치구조론에서 30점 배점의 불의타를 맞았다.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헌법총론과 통치구조론을 포함해 그동안 공부가 미진했던 지방자치법, 공물, 이외에 행정법 각론에서 놓친 쟁점들을 파이널 기간에 각 3회독씩을 추가했다. 최신판례는 헌법은 3회독하고, 행정법은 2회독했다.
2. 객관식
헌법 객관식은 강성민 변호사의 객관식 강의자료를 주 교재로 삼아 헌법 ox 교재의 헌법재판론, 헌법총론, 통치구조론을 각각 발췌독했다. 기본권론까지 봤으면 좋았겠지만 양이 너무 방대하므로 5개년 최신판례와 빈출지문으로만 갈음했다. 기본권론 문제들은 다 맞혔으니 잘 판단한 것 같다.
행정법 객관식은 강성민 변호사의 핸드북과 박도원 강사의 정지문집을 병행하여 조문집(행정기본법, 절차법, 심판법, 소송법, 소송규칙)을 보는 것으로 준비했다. 막판 회독 주기를 지나면서는 다음 주기 때까지 도저히 안 까먹을 자신이 없어서, 격일로 오전 5시부터 2시간은 강사가 정지문을 통독해 주는 강의를 2배속으로 듣고, 헷갈리는 부분을 정지문집에 표시 후 핵심지문총정리 문제집에서 다시 풀어보는 것을 전범위로 2번 반복했다. 객관식 목표점수는 각 18개, 12개로 총 30개였으나 채점 결과 사이좋게 14개, 14개씩으로 28개를 맞았다. 지난 시험보다 어려웠다니 간소하게나마 오른 것으로 만족한다.
3. 사례형
사례형은 마찬가지로 핸드북 그리고 파이널 강의를 쟁점 별로 따로 정리한 50쪽짜리 노트를 시험 전날을 포함하여 4회독, 행정법 사례형은 따로 5급 공채 3개년 기출문제를 추가했다. 이번 시험에서는 통치구조론의 자유위임(20점), 지방자치법의 조례(30점), 행정재산의 목적 외 사용(10점)이 나와줘서 잘 대비한 보람이 있었다.
마음 아픈 점은, 하필이면 시험 전날 회독에서 이것만 빠트린 부담금이 출제된 것. 정말 왜 그랬어? 1문의 2-2에서 25점 배점으로 나왔다. 목차까지도 명확하게 주어지는 쟁점인데, 목차는커녕 당황한 나머지 골프장 부가금을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으로 잘못 포섭했고, 쓰면 쓸수록 진짜 뭔가 아닌 것을 알았지만, 왜인지 다시 고민하고 돌아갈 수도 없다고 판단해서 여기에 재정조달목적 부담금(특밀지동근책효) 요건을 냅다 붙인 것이다. 평등권 침해 심사기준(자의금지)도 틀리고 엄한 목수침법 썰을 열심히 풀었다. 바보. 1문의 3-2(20점)에서는 부작위의무의 하명(부담)을 조건으로 판단했고, 따라서 별도 쟁송은 안 되고 학설대로라면 부진정일부취소를 해야 한다며 엄청나게 우겼다. 2문-1(20점)의 경원자소송의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협의의 소의 이익이 주요 쟁점이었는데, 일반론과 학설까지 쓰고 취소처분의 기속력과 재처분의무까지 언급한 것이 강사의 해설과 다른 부분이라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배점과 논리의 완결상 쓰는 편이 나았다고 판단한다.
4. 기록형
헌법 기록형은 5개년 최신판례 중 위헌판례의 청구취지, 문제되는 기본권, 목수침법 논거, 이외에 헌법재판론의 기재례를 따로 정리해서 봤다. 학원 모의고사 두어 번 외에는 변호사시험 기출문제 풀 시간을 마련할 수 없어서 대신에 해설집을 읽었다. 후회한다. 행정법 기록형은 본안 판단의 목차와 행정법의 기본원칙 기재례를 외우고, 나머지 소의 적법요건은 행정소송과 행정심판 사례형의 쟁점을 몇 번씩 더 보는 것으로 했다.
올해 헌법 기록형이 어려웠다는 평이 정론이라는데, 나의 체감은 정말이지 그것보다 더 어려웠다. 한국어를 해석하는 데에 10분, 고뇌만 하는 데에 10분, 신세한탄에 5분 정도를 쓴 것 같다. 보통이라면 내부 회의록만 읽으면 알 수 있도록 쟁점을 친절히 주곤 했는데, 올해는 한정위헌 청구취지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내용 외에 크게 힌트가 되는 부분을 찾지 못했다. 기록 자체도 분량이 매우 짧았다. 다행히 침해되는 기본권 중 표현의 자유를 맞혔으나, 기본권을 맞히는 데에만 골몰한 나머지 일반론과 포섭까지를 건드리지도 못했다. 공무원법에 대한 청구 중 명확성원칙 위반을 서술했으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본권침해의 비례심사에서는 근본 없는 말들로 두어줄 정도 끄적거리다, 60분을 도과하여 어쩔 수 없이 행정소송으로 넘어갔다. 이 문제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도 다음날 시험을 준비하는 저녁 시간 내내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행정법 기록형은 재결취소가 나왔다. 순순히 넘어가기엔 전날 열심히 본 것이 억울해서 원처분주의부터 썼는데, 유의미한 기재일지는 모르겠다. 배점이 있었을까요? 재결취소 외에 철거명령 취소를 따로 구하긴 했으나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본안판단에서 목차를 제대로 나누어 쓰지 못하고 뭉뚱그린 부분이 아쉽다. 나머지 재량의 일탈남용 부분에서 평등원칙, 비례원칙에 대하여는 포섭을 더 풍부히 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남는다.
II. 2일차 형사법
1. 개요
형사법 시험은 형법과 형사소송법 두 개의 과목으로, 마찬가지의 선택형과 사례형, 기록형으로 이루어진다.
형사법 공부는 시간에 쫓기느라 시험 유형끼리 중첩되는 범위를 먼저, 더 많이 보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중요도 순위는 형법의 경우 사례형에서 학설 쓸 일이 많고 선택형으로 나와도 어려운 총론을 먼저, 상대적으로 최신판례로 여러 번 숙지한 각론은 나중으로 뒀다. 형사소송법의 경우 기록형을 위해 수사와 공소제기, 증거법을 회독의 최우선으로 두고, 나머지 공부가 미진했던 상소 및 특별절차 단원부터 거꾸로 읽으면서 빈출 주제의 학판검을 암기했다. 최신판례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각 3회독 했다.
2. 객관식
형법총론은 오재현 강사의 기본서를 주 교재로 하여 내가 어려워하는 위법성론, 책임론, 죄수론, 형벌론을 각 발췌독하여 따로 정리했고, 나머지는 엑스칼리버를 약 2.5회독했다. 형법각론도 모의고사 준비하면서는 엑스칼리버를 열심히 봤지만, 이후로는 보면 볼수록 지루하고 진도도 안 나갔던 것. 차선책으로 평소 이해가 부족하고 쟁점이 큼직한 문서죄, 뇌물죄, 횡령 및 배임죄만 따로 정리해서 보고, 나머지는 5개년 최신판례집을 2회독 후에 잠시 손을 놨다가 이후 최신판례 정지문만 정리한 자료를 구해다가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형사소송법도 마찬가지로 수사와 상소 및 특별절차는 따로 정리해서 몇 번 더 보고, 헷갈리는 절차(체포구속적부심부터 구속취소까지 등)나 증거법, 이외에 불복절차를 도표화한 암기장을 발췌독하며 가리고 외우는 식으로 여러 번 봤다. 선택형을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었는데 의외로 사례형으로 출제되어 행운이었다.
3.사례형
사례형은 오재현 강사의 기본강의를 들으며 학판검으로 정리한 자료를 보다가, 집중도 안 되고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어 12월에는 같은 강사의 암기장을 새로 사서 시험 전날까지 빠르게 3회독을 했다. 기본서에서 보던 내용과 호환이 잘 되었고, 무엇보다 같은 쟁점 안에서도 어떻게 강약조절할지 판단하며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1문에서는 시험 전날 힘을 줬던 뇌물죄와 문서죄가 한 문제에서 20점 배점으로 나왔다. 1인 주주인 대표이사의 회사 자산에 대한 개인채무 담보 목적 근저당권 설정행위가 제1의 업무상배임, 이후 추가로 가등기를 설정한 행위가 새로운 법익 침해로서 제2의 업무상배임이 성립하는 것까지 맞게 서술했다. 그러나 추가 가등기 설정행위가 선행 근저당권자에 대하여는 업무상배임이 ‘안 된다’는 최신판례를 놓친 것. 죄가 안 되는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했으나 사례 쓰는 감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어 사문서위조는 유형위조만 처벌하므로 무죄인 점까지는 썼으나 왜인지 헷갈려서 대표권 남용으로 자격모용 사문서위조는 된다고 해버렸다. 왜 그랬나요? 이후로 배임수증재, 업무상배임과 이중적 신분범의 공범에 대한 형법 제33조 본문의 연대작용까지 나온 문제를 무리 없이 썼다. 강사의 해설에는 회사 자금으로 부정한 청탁에 공여한 행위를 배임증재로만 평가했는데, 비슷한 판례에서 비자금을 뇌물로 공여하면 업무상횡령과 뇌물공여가 성립하고 이를 배임증재의 경우에도 원용한다고 한 것을 본 기억이 나 업무상횡령도 추가로 검토했다. 배점이 18점인데 주체 못 하고 30줄 가까이 써버린 점이 아쉽다.
나머지 40점 배점의 형사소송법 문제는 증거법 위주로 분설되어 출제됐는데, 쉬웠고, 다만 빨리 쓰고 나중에 시간 남으면 누락한 조문 번호만 몇 가지 추가하고자 했는데 못 그런 점이 아쉽다. 어차피 10점 배점에 최대 8점을 받는 구조라 조문 찾는 시간을 다른 문제에 쏟겠다는 전략이었으나, 거저먹을 점수를 낭비했다는 후회가 든다.
2문에서는 가장 큰 30점 배점의 1/3에 해당하는 죄책에서 문제를 끝까지 안 읽는 바람에 실수를 했다. 문제에서 준 대로 부진정부작위범의 보증인지위 착오를 이분설로 풀었어야 했는데, 엄한 부작위와 작위의 구별부터 해서 부진정부작위범의 요건으로 길이 샜고 행위정형의 동가치성 어쩌고 하며 유죄로 창작한 것. 맞는 결론은 이분설에 따라 사실의 착오로 고의를 조각하여 무죄로 갔어야 한다. 이 부분 실수 때문에 결론에서도 깎이게 됐다. 이후 재전문증거에 대한 문제에서는 피고인의 진술이 담긴 수사과정 외에서 작성한 제313조 제5항의 문서로서 제4항의 요건 검토에 더하여 제316조 제1항 요건까지 제대로 포섭해 놓은 다음, 답안을 다 쓰고 시간이 남아 음미하다가 이걸 2항으로 고쳤다…. 원진술자 갑에 대한 공소제기를 순간적으로 제3자에 대한 공소제기로 착각했고, 정말이지 귀신 들린 듯이 답안 제출 3초 전에 이 모든 내용을 고치고, 자동제출 됐다. 제출되기 직전 0.1초에 실수를 깨달은 타이밍까지 수려했다. 무력감과 수치심마저 들게 하는 그런 타이밍이었다. 그 부분 배점이 크지 않기를 기도하며.
4. 기록형
기록형은 평소 학원 모의고사를 응시하는 것으로 준비하다가 11월에서야 김기용 변호사의 기본강의를 듣고, 특별형사법도 12월 중 하루를 정해서 같은 강사의 기본강의를 급하게 몰아 들었다. 기록형 기본강의는 암기장에 열심히 필기해 놓고도 왜인지 두 번 다시 못 볼 것이라는 직감에 미리 플래그 해두었던 공소장 변경 및 축소사실 죄명들과 공소기각, 면소 부분만 시험 직전에 한 번씩 더 보는 게 다였다. 기재례도 성실하게 외워 갈 생각이었으나, 결국엔 시험 당일에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정갈하게 쓰는 나의 태도로 갈음했다. 대신에 배점이 큰 후단 무죄의 신빙성 판단 부분은 꾹 꾹 눌러 담아 10개씩 넣어줬다. 교수님께 마음이 닿기를…. 이외에 교통사고 범죄는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자 시험 직전에 한번 봤는데 다행히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고, 대신 열심히 공부한 특가법에서 최신판례의 누범 문제를 얻어걸려 잘 쓸 수 있었다. 이외에 공갈의 타인 소유의 재물 구성요건을 날리고 축소사실인 폭행에 대하여 공소시효 도과로 면소인 점, 비트코인과 지입차에 대한 횡령 및 배임 성부를 무리 없이 썼다. 다만 비밀침해의 최신판례 결론을 헷갈려 유죄라고 썼다. 이건 무죄로 간 다음에 절대적 친고죄로 공소기각을 했어야 한다. 형식판결 우선 쟁점까지 추가되어 배점이 클 것이라 속상하다.
III. 3, 4일차 민사법
1. 개요
민사법은 선택형 175점의 70문제(120분), 사례형 350점(210분), 기록형 175점(180분)으로 이루어진다. 3법을 통틀어 가장 배점이 많고, 사례형 1문과 기록형은 잘 보면 표점에서 매우 이득을 보는 과목이다. 기록형은 나의 주력이(었)고, 사례형 2문, 3문은 모의고사에서 10% 안쪽의 성적을 유지했기에 잘 준비해서 공법과 형사법의 빈틈을 메우고자 했다. 목표점수는 선택형 45개 이상, 사례형 1문 80점, 2문 55점, 3문 55점, 기록형 100점이(었)다.
2. 선택형
선택형은 10월 모의고사 때까지는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를 풀고 MGI를 반복해 보다가, 모의고사 이후로는 과목 별로 자료를 달리 정하여 봤다. 민법은 정연석 변호사의 로스쿨 민법의 정석을 주 교재로 하여 별표 친 부분만 따로 정지문을 정리해서 문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대로 채권총론, 물권법, 채권각론, 총칙 순으로 회독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나름 생각한 방안이었는데 효율적이지는 못했다. 한 달에 걸쳐 손수 정리한 자료보다, 강사가 시험 전날 나누어준 자료와 통독하는 음성을 들은 것이 더 큰 도움이 됐다. 민사소송법은 박승수 변호사의 암기장을 회독하며 속도를 올려서, 시험 전날 빠르게 전범위를 읽고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결국은 반만 성공. 상법은 장원석 변호사의 선택형 풀이 강의를 수강하고 문제집을 3회독 후에 요약자료를 구해다가 3회독했다. 나는 민법 선택형 앞에서는 유독 작아지며 지문에 파놓은 함정에 족족 걸려드는데, 상대적으로 상법은 정직하게 풀린다고 생각해서 상법 문제는 다 맞는 것을 목표로 하여 주력했다. 잘 판단한 것 같다. 최신판례는 4회독에 중요도 순위로 몇 차례 더 봤다. 선택형 성적은 채점 결과 48개를 맞아 전체 수험생 평균보다 높게 받았다.
3. 사례형
사례형은 기본서를 주 교재로 하여 12월 전까지는 학원 모의고사를 풀고 오답노트를 반복, 이후로는 강사가 배포한 출제 예상표를 기준으로 하여 반복하는 방식으로 했다.
1문은 민사소송법이 관건이다. 병합과 공동소송은 언제나 어려운 주제고, 나머지 단원들도 요건과 판례의 문구를 옮겨다 쓸 일이 많기 때문에 시험 전날은 이것들을 우선으로 복기하고 외우는 방식으로 했다. 1문-1에서 판결경정에 관한 두 문제는 강사가 강조한 문제라서 목차까지 잘 나누어 서술했다. 지금 나의 마음을 아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1문-4(25점)이다. 인도청구와 집행불능 대비 손해배상청구는 성질상 단순병합인 점, 허나 원고가 부진정 예비적 병합으로 청구한 점, 심판은 청구의 객관적 성질을 따르는 점까지 맞게 서술한 다음 정작 항소심 심판에서 예비적 병합에 따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여기다 결론은 또 맞게 내서 도중에 길을 잃은 논리를 어디서 갖다 붙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잊기로 한다. 1문-5에서 30점 배점의 기판력 문제에서는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시적 범위까지 검토 후에 사안 포섭에서 잘못된 길을 갔다. 동시이행항변권은 차단효가 미치지 않는다는 최신판례였다는데, 이걸 떠올리지 못한 바람에 결론을 틀렸다. 1문-6에서 20점 배점의 소멸시효와 배당이의의 소 문제는, 회사가 당연상인이므로 상사채무 5년 소멸시효 진행 및 도과, 이에 대위채권자의 시효원용권까지 맞게 썼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안드로메다로 가서, 혼자 배당액 계산하고, 갑 회사와 병이 나누어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썼다. 배당이의의 소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탓이다. 결론적으로 배점이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들은 논거와 결론까지 맞았으나, 배점이 컸던 문제들은 결론을 틀리고 쟁점 누락이 있는 바람에 걱정된다.
2문에서 소멸시효와 상속 문제는 무리 없었으나 30점 배점으로 출제된 임대차계약 문제가 어려웠다. 자신 없는 주제가 나오면 사실관계부터 눈에서 튕겨나가는 기분이다. 공동임차인의 연대채무 관계, 일부에 대한 면제의 절대효, 차임채권은 3년의 단기시효로 소멸, 성질상 공제는 가능한 점, 인도 완료 후 동시이행관계 소멸 시점부터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것까지 쟁점이었으나 이 중에 두 개만 맞게 쓴 것 같다. 이외에 계산은 면제 나오자마자 정신이 혼미해져서 회피해 버렸다. 나머지 15점 배점의 문제에서 이미 건물이 경매되어 넘어간 이전 건물 소유자에 대한 토지 소유자의 인도청구가 기각되고, 마찬가지로 그는 현재 토지의 점유자가 아니므로 토지에 대하여 제203조 유익비상환을 구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여러 번 익힌 법리인데도 당황한 나머지 틀리게 썼다.
3문은 불의타로 출제된 창고업, 보험법은 강사의 해설과 비교하여 대체로 비슷한 논거를 제시했고 결론도 맞다. 그런데 3문-1에서 하필 주주 간 계약을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포섭하여 아예 틀린 결론을 내버렸다. 최신판례 중에 주주와 회사 간에 투하자본 회수를 보장하여 무효인 약정 판례와 헷갈린 것. 최신판례가 많았던 쟁점인 만큼 사실관계를 구분하여 암기했어야 했는데 1문부터 답안의 인상을 구기게 됐다. 다만 배점이 작으니 다른 문제에서 상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4. 기록형
기록형 대비는 학원 모의고사를 풀고 오답노트를 반복, 이외에 빈출 쟁점의 항변과 재항변을 정리하고 요건사실을 외우는 방식으로 했다.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를 한 번이라도 더 정리하고자 했으나 도저히 그것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계획대로 했으면 사례형 2문의 인도청구와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를 잘 풀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내 기준 가장 힘겨웠던 기록형이었다. 출제 난이도 높기로 유명한 모 법전원의 교수님이 출제진이라, 뭐가 됐든 다 청구해 버리라는 충고를 단단히 듣고 전날 급하게 채권자대위와 순차대위 청구의 기재례를 공부하고 들어갔다. 이날 피고 10명에 청구취지 10개가 나왔다. 마음의 준비를 했던 덕에 다행히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에서 의뢰인의 요구를 무시하고 대위청구하는 쟁점을 잘 찾아내 쓸 수 있었다. 나는 매매 소이등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해서 매도인의 소유자에 대한 매매 소이등청구권을 대위청구했는데, 아직 강사의 해설이 나오지 않아 답을 확인하기 어렵다. 나머지 중 확실히 틀린 부분은 이행인수에서 대위청구하지 않고 연대까지 넣어 직접 청구한 것, 임대인을 대위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 해지를 구하지 않은 것, 채권자취소에서 취소 및 가액배상 범위이다. 후반부에서는 전차인 상대로 인도를 직접청구 했다가 나중에 급히 대위청구로 바꾸느라 청구원인을 누락하다시피 했다. 맨 처음 소멸시효 문제에서 긴장한 탓에 20분을 더 지체하느라 시간 안배를 잘못한 탓이다. 이외에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요건사실과 기재례를 참하게 써서 냈으니 90점 선에서나마 방어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IV. 마치며
올해도 4월에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나는 변호사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는 회색지대에서 대기한다. 이곳의 대기시간은 매우 느리게 흐른다. 기다리는 시간은 선생님이다. 수백 가지 경우의 수를 꼽다가, 자책하다가, 체념했다가, 스스로 다독이는 방법을 알게 한다. 그래서 또 버텨진다. 겨울을 지나면 봄이 올 것이다. 그날의 나는 마침내 웃게 될까요?
오늘은 모 학원에서 선택형 점수 커트라인을 공개했다. 사례형과 기록형에서 평균 점수를 맞는다고 가정하였을 때의, 합격을 위한 최소한의 선택형 점수. 올해는 100개다. 내 점수는 그것보다 살짝 위이므로 사례형과 기록형을 모두 평균 정도는 맞고 합격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때까지 희망들과 불안들을 고이 접어다 이 글에 묻고, 나는 그것들을 잠시 떠나 오늘을 살기로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