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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by 서로

신이 실수로 통지를 누락했고 사람들은

자기 발보다 큰 신발 신고 거리를 활보했네


세상은,


수풀로 된 미로가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그 안에 몸을 웅크려 넣어야 반대편 통로가 열리는 방식으로 작동했으며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사람 뒤통수에 묻은 티끌로

나의 검댕이를 설명하는

그런 일은 없었을까?



장대비 퍼붓는 깜깜한 밤이었다


성난 발자국들이 오고 간 골목에서

여자는 맨발로 움직인다


진흙을 딛고

발가락을 오므린다

무릎을 접었다 폈다 춤을 춘다


쫄딱 젖으면서

발을 구르면서

벽을 부닥치면서 작정하기로 작정한 듯

휘적대면서

물을 튀기면서


가면서


가다가


미로가 시사하는 바


그래그래 수풀도,

그랬겠지.


그래서 그랬을 거야


마음먹을 때마다

우주가 한 번씩 바뀌는 거란다


그래도

의심이 들면

있는 힘껏

수풀을 안았다



지도에 없는 곳을 너도 보았니



장대비가 퍼붓는

깜깜한 밤인데



마음먹기를 도통 관두지 않는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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