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읽는 저녁 : 해군 부사관 상관모욕죄 사건

단톡방에서 교관 욕한 것도 "상관모욕"이 되나요

by 김새벽

*본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 조언으로 해석되지 아니하며, 본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조력이 필요하신 경우 반드시 주변의 변호사를 통하여 도움 받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번의 안내와 다르게 '대법원' 사건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오늘 같이 읽을 판결문은 대법원에서 2021년 8월 19일 파기환송 선고된 상관모욕죄에 대한 판결문입니다.

(대법원 2020도14576)




제목이 다소 무거운가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무시무시한 사건은 아니니, 안심하고 함께 보시죠!


1. 사실관계

이 사건의 피고인은 갓 임관한 해군 부사관입니다. 임관 직후 '초등군사교육반' ('초군반') 과정을 받고 있던 피교육생이었죠.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장교와 부사관은 우선 훈련을 거쳐 '임관'을 해야 정식으로 군번이 부여되고 비로소 군인이 됩니다. 군번이 부여된 후에는 각 직별에 따라 직무와 관련된 특화 교육을 받는데 그 과정이 임관 후의 '초군반' 과정입니다.

|-----------훈련과정-----------| 임관 |-----------초군반-----------| 실무----------------------------------------|

위와 같은 구조로, 이 '초군반' 과정까지 마쳐야 비로소 실무로 배치받고 진정한 군생활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래서 부사관 교육을 갓 마치고 임관한 후 '초군반' 과정을 받고 있던 부사관들은 아직은 실무로 나가기 전 "양성교육" 중에 있는 것이고, 따라서 임관 전 훈련 받을 때와 비슷하게 엄격한 교관의 통제를 받는 교육생의 신분으로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이미 임관한 어엿한 부사관이지만, 그 지위는 사실 햇병아리와 같이 뽀송뽀송한 여전히 교육생 신분에 있다는 데에서 오늘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아직 교관의 통제를 받는 교육생 신분이지만, 계급장도 멋지게 달았고 일과 외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데에서 오늘 사건에서 문제된 "상관모욕"이 발생하게 됩니다.


사실, 훈련이던 교육이던 교관으로부터 교육을 받는 교육생이 교관 욕을 하지 않았던 적은 아마도 사람의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한 이후로 단 한번도 없을 것입니다. 교육생들이 고단한 교육을 인내함에 있어서 동기들과 일치단결하여 교관에 대한 불만을 수시로 늘어놓는 것은 거의 필수적이라고도 할만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그래서, 동기들끼리 몰려서 교관 욕을 하다 걸렸다고 해서 '상관모욕죄'를 문제삼은 경우는 잘 없었을 것입니다. 교관들도 그러한 사정을 이미 잘 알고 있고, 어떤 경우는 이를 통해서 동기들의 단합을 유도하기도 하곤 했으니까요. (아마도 적당한 수준의 '얼차려'를 통해서요.) 그런데 이번 사건이 문제된 것은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이런 얘기를 했고, 그게 그대로 채팅 기록으로 남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으니 순간 듣고 흘리거나 지나가듯이 넘어갈 수 없는 형태로 되어 버렸던 것이었겠죠.


하지만 판결문에만 나와있는 '모욕'의 수준을 보면 이 사건이 공식적으로 문제가 되어 기소까지 되었다는 것이 조금 의아하기는 합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피고인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피해자(=교관)가 목욕탕 청소 담당 교육생들에게 과실 지적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글을 게시하여 공연히 상관인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딱 듣기에도, 이 정도 발언이 형사처벌을 논할 정도의 내용인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이 사건 1심법원은 무죄라고 보았고, 2심법원 (고등군사법원) 이를 '도라이'라는 표현은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고, 상관에 대한 표현으로 이를 사회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표현의 범위 내도 아니라고 보아 유죄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오게 된 사건인데요! 그러면 아래에서 대법원은 여기에 대하여서 어떻게 판단하였는지 함께 보시죠!



2. 주요 이슈

가. 상관모욕죄와 모욕죄의 차이는 뭔가요!


그냥 모욕과 상관모욕은 다른 것일까요? 다르다고 할 때 '모욕'의 개념도 다른 것일까요?


우선 형법 상 '모욕죄'"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공연히 타인을 모욕한 경우에 이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형법에 대한 특별법인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상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보호에 더하여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를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하네요!


그렇기 때문에 군형법은 '상관모욕죄'의 처벌과 관련된 사항을 형법 상 '모욕죄'에 비하여 보다 엄격하게 두고 있는데요, 가령 (i) '모욕죄'는 형법 상 이른바 친고죄에 해당하여서 피해자 등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반면 '상관모욕죄'는 그러한 제한이 없고, (ii) '상관모욕죄'에 대하여는 벌금형 없이 자유형만 두고 있기도 하고, (iii) '모욕죄'와 달리 '상관모욕죄'는 모욕이 '공연'하게 이루어졌을 것을 요구하지 않아, 상관과 당사자만이 있는 자리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나. 상관모욕죄에 그럼 해당하는 것인가요?

군형법 제64조 제1항은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관이 군대 '상관'에 해당함은 크게 다툼의 여지가 없고, '도라이'라는 표현도 '모욕'에 해당함은 크게 다투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면전"인지 여부도 문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1심, 2심, 대법원 모두 동기 단톡방에서 교관에 대하여 '도라이'라고 표현한 것"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점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결국 이 사건 표현은 상관모욕죄에는 해당한다는 것에 대하여서는 다툼이 없는 것입니다.


다. 상관모욕죄긴 한데.. 이 정도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위 아닌가요?


우리 형법은 제20조에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규의 문언만 따지면 형법에서 처벌하는 죄에 해당하지만, 그 정도가 경미해서 통상 그 정도 행위는 허용된다고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행위는 벌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우리는 이것을 '위법성이 조각된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형법에서 정하고 있는 금지된 행위를 한 것은 맞는데, 그 정도 행위까지 일일이 처벌하는 것은 상식선에서 너무하다고 보이니까 그 정도 잘못은 법을 만든 취지를 볼 때 '위법'한 것이라고 까지는 보지 말자, 라는 것입니다.


우리 법원은 '모욕죄'도 "당연히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살펴보아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 형법 제8조는 본법 총칙은 타법령에 정한 죄에 적용된다고 하고 있어, 형법 제20조는 군형법 상의 '상관모욕죄'와 관련하여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따라서, '상관 모욕'의 행위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으면 역시 그 위법성이 조각되게 됩니다!


결국, 단톡방에서 '도라이'라고 교관을 지칭한 것이 사회적으로 보아 통상적으로 '그럴 수도 있는' 정도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 대법원상관모욕죄에 있어서는 '그럴 수도 있는' 정도인지를 판단할 때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해자 및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해당 표현으로 인한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의 침해 여부와 그 정도 등을 함께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보다 엄격하게 보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➀ 이 사건 표현은 장마철에 습기가 많은 목욕탕을 청소하여야 하는 피 고인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청소상태 점검방식과 그에 따른 과실 지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➁ 이 사건 단 체채팅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피고인을 포함한... 동기생들만 참여 대상으로 하는 비공개채팅방으로, 교육생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개설되어 교육생 신분에서 가질 수 있는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었고, 교육생 상당수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를 사용하여 대화하고 있었 던 점, ➂ 당시 목욕탕 청소를 담당했던 다른 교육생들도 이 사건 단체채팅방에서 피고 인과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의 이 사건 표현은 단 1회에 그쳤고, 그 부분이 전체 대화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은 점, ➃ 이 사건 표현은 근래 비공개적인 상황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고 그 표현이 내포하는 모욕 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인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이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3. 정리

군대에서 교육생들이 교관 '욕'을 하는 것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유구한 전통일 것입니다. 고된 교육과정을 소화해야 하는 교육생들은 의지할 것이라고 동기 뿐이고, 동기들과 자신들을 힘들게 한 (=교육시킨) 교관을 욕하는 것 말고는 달리 그 고단함을 덜어낼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말이지요.


물론 도가 지나치게 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볼 것이고, 그렇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어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겠죠! 다만, "도가 지나치다"라는 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살펴보아" 도가 지나치는지 판단하는 것인데, 사실 이것도 결국 그 때 그 때의 '맥락'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사건에서처럼 동기생들끼리 고충을 토로하는 장인 '단톡방'에서 다소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다고 그것을 군형법을 적용해 처벌까지 하려는 건 조금 너무하다고 본 것이지요. 1심 법원과 2심 법원의 판단도 엇갈렸던 만큼, 각자 생각은 다 다를 수 있다고 보이는데요, 그렇지만 저도 교육생들이 조금 투덜댄 것을 처벌까지 하려고 한 것은 과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어떠신가요..?






3줄요약

(1) 초군반 교육생들이 동기 단톡방에서 교관 욕을 하였다.

(2) 교관을 단톡방에서 욕한 것은 상관모욕죄에는 해당한다.

(3) 하지만 정도가 약한 "그럴 수도 있는 행위(사회상규를 위반하지 않는 행위)"라서 결국 무죄라고 우리 대법원은 보았다.



그러면 저는 오늘은 여기까지 마치고, 다음에 또 흥미로울 만한 판례로 찾아뵙겠습니다!

이만, 안녕.



*본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 조언으로 해석되지 아니하며, 본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조력이 필요하신 경우 반드시 주변의 변호사를 통하여 도움 받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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