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강하고 창조적인 삶의 위대한 비밀이다.

삶을 이해하는 16번째 망각과 무아 (Self-transcendence)

by 심상

"망각은 강하고 창조적인 삶의 위대한 비밀이다." - Honoré de Balzac (오노레 드 발자크)



망각은 사라짐이 아니라 경계의 해체입니다.
몰입이 깊어질수록 나와 대상 사이의 구분이 흐려집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결국 '나'조차도 잊게 됩니다. 책에 깊이 빠져든 순간, 나는 더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닙니다. 책 속 그 자체가 됩니다. 손에 책을 쥐고 있다는 느낌도,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도, 밖에서 들리는 소음도 모두 사라집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이것은 존재하지 않음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것과 하나가 되는 충만한 상태입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분자나 원자 이전에 먼저 에너지로 존재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무도, 책도, 사람도 모두 화학적 원자기호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근원적 에너지입니다. 몰입 후 망각 속에서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질감 없는 에너지와 에너지의 만남입니다. 이는 앞서 말한 <자각> 편을 넘어선 초월의 상태입니다. 자각이 의도적이라면, 망각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반가운 축복입니다.



망각은 우리를 더욱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망각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억과 그렇지 않은 기억을 지혜롭게 선별합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능력을 잘 활용하면 의도적으로 망각의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잊어야 할 일은 되새기지 말고, 기뻐해야 할 일은 되새기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서 그 실용적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하루가 지나면 절반만 기억하고, 한 달이 지나면 약 20%밖에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1일, 3일, 7일, 14일, 한 달 간격으로 복습하면 90% 이상을 기억하고, 6개월 후에도 7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의도적인 망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휴식을 통해 불필요한 기억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 행복한 일, 감사한 일을 이 간격으로 되돌아본다면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요? 아마도 세상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결국 망각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몰입을 통해 경계를 허물고 우주와 하나가 되는 신비로운 경험이며, 다른 하나는 선택적으로 기억을 관리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실용적 도구입니다.

오늘부터 망각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깊은 몰입을 통해 자아의 경계를 허물어보세요. 그리고 잊어야 할 것은 과감히 잊고, 기억해야 할 아름다운 순간들은 의도적으로 되새겨보세요. 망각은 잃는 것이 아니라, 더 풍요로운 존재가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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