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이해하는 41번째 속성: 공간
"공간이 넓어지면 마음도 넓어진다." — 가스통 바슐라르
당신은 지금 몇 개의 공간을 가지고 있나요? 얼마나 넓고, 얼마나 당신답게 꾸려진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나요? 공간을 지배한다는 것은 곧 마음을 지배하는 일입니다.
공간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공간, 심리적인 공간, 그리고 가상의 공간. 우리는 이 세 가지 공간을 모두 넓혀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물리적 공간과 가상의 공간은 결국 심리적 공간의 크기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16평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도 있고, 24평에서는 4인 가족과, 32평에서는 3인 가족과 지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사람은 여유 있는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 24평 시절, 저에게는 공부방이 있었습니다. 그 방은 ‘내가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명확했고, 집중이 잘 되니 승진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16평 아파트에서는 식탁이 제 책상이었고, 주방과 거실의 소음이 늘 제 곁에 있었습니다. 공부를 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불안했고, 결국 다음 승진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문제의 난이도는 같았습니다. 달라진 건 공간뿐이었습니다. 좁은 공간이 심리적 압박을 만들고, 그 압박이 사고력과 감정의 여유를 갉아먹었습니다.
공간이 좁아질수록 마음도 좁아집니다. 자기 방이 없는 아이, 프라이버시가 없는 부모는 쉽게 예민해집니다. 청소를 조금만 게을리해도 집은 금세 어수선해지고, 그 어수선함은 다시 스트레스로 되돌아옵니다. 같은 평수라도 거주 인원이 많아질수록, 개인 공간이 줄어들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환경심리학에서는 이를 ‘공간 밀도’라고 부릅니다.
서울 사람들은 높은 집값 때문에 작은 공간에 서로 부대끼며 살아갑니다. 돈의 관점에서 보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도와 정신적 여유의 관점에서 보면, 그 선택은 반드시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곳에서는 상상력과 자유를 잃습니다.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말했습니다. “여성이 글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이는 단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모든 창조적 인간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사고하고 성장합니다. 집값 상승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숨 쉴 틈을 가지는 것입니다. 자식과 자신을 존중한다면, 미래의 부동산 가치보다 지금의 정신적 여유를 택해야 합니다.
현대인은 물리적 공간만큼이나 가상의 공간에서도 산소를 얻습니다. ‘콜 포비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전화 통화를 어려워하지만, 텍스트로는 놀라울 만큼 감정 표현을 잘합니다. 그만큼 가상공간은 현대인의 새로운 대화방이 되었습니다.
스레드,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 같은 플랫폼은 단순한 취미 공간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글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게 도와줍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솔직할 수 있는 ‘익명성의 안전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7월, 제 삶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태어난 지 95일 된 조카를 떠나보냈고, 여동생의 가정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재발한 유방암 수술을 마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어머니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진단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보험사와 싸우고, 사기 부동산 매물을 막아내느라 저는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습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감정을 억눌렀지만, 결국 화장실에서 기절해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그때, 저를 구해준 건 사람도, 약도 아닌 '스레드'였습니다.
그곳에 무심코 글을 올리자, 낯선 사람들의 따뜻한 댓글이 제 마음을 감쌌습니다. 익명의 위로가 진심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 경험은 가상의 공간이 인간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힘을 보여줬습니다. 미국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이 감소하고 면역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 치유 효과가 더욱 크다고 합니다.
SNS에 글을 쓰는 것을 무서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위로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때로는 익명의 한마디가 가족보다 큰 힘을 주기도 합니다. 물리적 공간을 정리하고, 심리적 공간을 비우며, 가상의 공간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해 보세요.
바슐라르의 말처럼 공간이 넓어지면 마음도 넓어집니다. 세 공간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 당신의 삶은 놀랍도록 단단해집니다. 넓은 마음에서 상상력이 자라고, 그 상상력이 당신의 내일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공간을 한 뼘만큼 넓혀보세요. 그 한 뼘의 여유가 결국, 당신을 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