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집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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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 오서산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궁티가 철철 흐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의 휴식, 안정 같은 것이 느껴져 사진을 찍었다.


어렸을 때 이런 집은 흔하게 봐왔던 집이고, 결혼해서도 잠시 이와 비슷한 집에서 산 적이 있기에 마음이 끌리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이와 비슷한 전원주택에 살고 있지만 공간의 질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이다. 하지만 지금 사는 곳이 예전과 비교해 더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답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다시 저런 집으로 가 살겠냐고 물으면 이 또한 '그렇다!'라고 답변하기 어렵다.


예이츠가 노래했던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현장 취재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섬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살기 어려운 조그만 돌섬이었다. '이니스프리의 호도'는 예이츠가 만들어 낸 마음의 안식처일 뿐이었던 것이다. 도연명의 '무릉도원'처럼 말이다. 내겐 저런 흙집이 '이니스프리의 호도'나 '무릉도원'같은 곳이다.


사진을 찍은 날 느낀 바 있어 두보의 '강촌(江村)'을 흉내 내어 '한거(閑居)'란 제목으로 엉터리 한시를 한 수 지었다(무심히 읽고, 욕하지 마시길!).


黎明始出場 여명시출장 이른 아침 마당에 나서니

山隔間鳩鳴 산격간구명 마주한 산에서 간간 비둘기 소리 들리네

晴昊白雲流 청호백운류 개인 하늘엔 흰 구름 흘러가고

平湖日傘橫 평호일산횡 고요한 호수엔 햇살이 한가득

貧妻布燥衾 빈천포조금 아내는 이불 널어 말리고

老士圃經營 노사포경영 나는 채소밭 돌봐라

滿月吟漫步 만월음만보 보름달 아래 천천히 걸으며 읊조리나니

凉風入性淸 양풍입성청 서늘한 바람 불어 마음이 맑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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