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는 게 낫지 않을까?

어느 식기에 쓰인 문구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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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에 이 가격이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맛과 가성비의 조화이다. 이 프로에 등장했던 업소 중 가장 유명해진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 집은 이를 구현했기에 백종원에게 상찬을 받았다.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은 생각은 이런 순일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 → 식재료를 싸게 사서 많이 팔아야 한다. 가격은 높은 것이 좋겠지?” 반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좋은 음식을 팔고 싶다 → 가격에 상관없이 좋은 식재료를 사서 적정한 수만큼 팔아야 한다. 가격은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가급적 낮추는 것이 좋겠지?”


성리학에서 심(心)은 성(性)과 정(情)으로 구분된다고 말한다. 성은 다시 본연지성(本然之性)과 기질지성(氣質之性)으로 나뉘는데, 기질지성을 정으로 본다. 본연지성은 본래의 마음이고, 기질지성은 외물과 접하여 발하는 마음이다. 기질지성은 부여받은 기의 상태에 따라 청탁(淸濁)이 있다고 본다. 청의 발현을 사단(四端,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으로 보고, 탁의 발현을 욕(欲)으로 본다. 사단을 발현하여 끊임없이 확충하면 성인이 되고, 욕의 발현에 끄들리면 범인(凡人)이 된다고 한다.


위에서 예로 든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전자는 기질지성의 탁이 발현된 것일 터이고, 후자는 기질지성의 청이 발현된 것일 터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기질지성 청의 발현과 탁의 발현을 가늠 짓는 조종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경(敬)’이다. 한국 성리학의 금자탑을 쌓았던 퇴계가 가장 중시했던 것도 이 경이다. 청탁의 갈림길에서 탁의 길을 포기하고 청의 길을 택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은 경에 달렸다.


포방터 돈가스 집의 주인은 바로 이 경으로 청의 길을 택했던 것이다. 그가 지속적으로 이 길을 걷는다면 그는 적어도 요식업계에서는 ‘성인’이라는 명칭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요식업계에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탁의 길을 걷는 범인일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내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요식업계의 성인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사진은 당진에 있는 한 음식점에 들렸다 찍은 것이다. 식기에 쓰여 있는 것이다. 심지감이동 위지정 정유선유악이성우분언(心之感而動 謂之情 情有善有惡而聖愚分焉) 석정(石井). 이런 뜻이다. "마음이 외물에 감응하여 움직이는 것, 그것을 정이라 한다. 정에는 선도 있고 악도 있는데 성인과 범인[愚]의 구분은 여기서 나뉜다. 석정(글씨 쓴 이의 아호) 쓰다. " 위에서 관련 내용을 이미 말했으니 되풀이할 필요는 없겠다.


음식을 대하며 '이 식당의 주인은 어떤 마음을 발하며 장사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곳은 짬뽕을 파는 곳인데, 한 그릇에 8천 원 하고, 항아리 짬뽕이라는 것을 시키면 2만 원을 받는다. 분량은 2~3인 정도가 먹을 수 있고, 보너스로 밥과 피자 작은 것 한 판을 준다. 맛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서너 자 자세히 살펴보자.


感은 心(마음 심)과 咸(다 함)의 합자이다. 대상과 일체가 되어 일어나는 마음이라는 의미이다. 느낄 감. 感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感情(감정), 感動(감동) 등을 들 수 있겠다.


動은 力(힘 력)과 重(무거울 중)의 합자이다. 행동한다는 의미이다. 力으로 뜻을 표현했다. 重은 음(중→동)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행동할 적에는 신중(愼重)하게 행동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움직일 동. 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作動(작동), 動作(동작) 등을 들 수 있겠다.


情은 忄(마음 심)과 靑(푸를 청, 선명하다란 뜻 내포)의 합자이다. 사람이 갖고 있는 희로애락 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마음이란 의미이다. 靑은 음(청→정)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외물에 반응하여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情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뜻 정. 情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戀情(연정), 心情(심정) 등을 들 수 있겠다.


聖은 耳(귀 이)와 呈(드러날 정)의 합자이다. 사물과 사태의 이치를 꿰뚫고 있다란 의미이다.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사물과 사태의 이치에 통했다는 의미로 耳를 가지고 뜻을 삼았다. 呈은 음(정→성)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뭇사람 가운데 두드러진 이가 聖人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성인 성. 聖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神聖(신성), 聖物(성물) 등을 들 수 있겠다.


愚는 心(마음 심)과 禺(원숭이 우)의 합자이다. 원숭이 같이 답답한 심사를 가진 사람이란 의미이다. 어리석을 우. 愚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愚鈍(우둔), 愚昧(우매) 등을 들 수 있겠다.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도 경의 자세를 가져야겠지만, 음식을 사 먹는 소비자도 경의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돈 내고 먹는다 해도 음식 먹은 뒤처리를 깨끗하게 하고 가급적 시킨 음식은 다 먹는 자세. 범인이 되기보다는 성인이 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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