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스토리'의 글 쓰라는 압박에 떠밀려 서너 마디 쓰다
"천지는 만물이 잠시 머물다 가는 여관. 세월은 영원한 과객. 부평초 같은 인생 한바탕 꿈과 같나니, 천지간에 살면서 기쁨을 누리는 날이 얼마나 되던가."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 첫대목. 놀아야 되는 명분을 참으로 거창하게 내걸었다. 어제 이백의 말을 핑계 삼아 '휙~' 순창에 있는 용궐산에 다녀왔다. 암벽에 설치된 잔도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풍경이 별미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이백을 닮기 어려운가 보다. 풍류를 풍류대로 즐기지 못하고 쓸데없는 불만을 떠올렸기 때문. 암벽에 설치된 잔도가 마땅치 않았고, 추사의 글씨를 억지로 바위에 새겨둔 것도 마땅치 않았다.
"이 사람아, 그러면 아예 가덜 말었어야지!"
"그러게요. 그래서 제가 더더욱 이백을 흉내내기 어려운 소인인 것 같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