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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찔레꽃 Mar 13. 2024

한시 한 수 감상

정지상의 '송인(送人)'



어제 오늘 *같은 뉴스 계속 들으니 심중에 화가 불끈불끈 솟지? 그래도 술이나 **질은 하지 말고 좋은 시 한 수로 마음 다스리게. 어뗘? 같이 한 번 읽어 볼 텐가? 정지상의 '송인(送人)'일세. '대동강(大同江)'이란 제목으로도 알려졌지.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비 개인 긴 언덕 풀빛 푸른데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그대 보내는 남포엔 구슬픈 노래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 마를 날 없으리

別淚年年添綠波 별루연년첨록파  이별의 눈물 해마다 보태니


빛은 어둠과 대비될 때 더 빛난다. 마찬가지로 슬픔도 희망과 대비될 때 더 처절하다. 이 시는 이런 대비를 통해 이별의 아픔을 표현했다.


비 온 뒤 더없이 싱그럽고 푸른 언덕은 희망적인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희망적인 상황에서 시인은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임과 헤어지고 있다. 내외의 불일치에서 오는 파열음 때문에 시인의 아픔이 한층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는 셋째 구와 넷째 구에서도 반복된다. 대동강의 '대동'은 '크게 하나 된다'는 의미이다. 대동강은 만남이요 기쁨의 상징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 '대동'의 강에서 시인은 결코 만남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 돌아올 길 없는 임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흘려야 할 것이기) 때문. 대동강과 대비되기에 시인의 눈물은 더 애처롭다.


흔히 이 시의 묘미를 3, 4구에서 찾는데, 사실 이 시의 묘미는 2구 '동(動)'에 있다. 3, 4구는 외려 슬픔을 객관화시켜 이별의 아픔이 반감된다(의문은 상황을 객관화시킬 때 제기되는 것이다). 표현의 묘함은 있을지언정 감정의 핍진한 전달에는 실패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동(動)'이야말로 이 시의 묘미인데, 헤어지는 이와의 이별에서 느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적실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쏟아내기도 어렵고 간직하기도 어려운 이별의 마음을 그야말로 '절묘하게' 표현한 일자천금(一字千金)의 시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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