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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한 시국 한가한 옛날 얘기

by 찔레꽃
20241215_074929.jpg '통감절요'에 나오는 장완 관련 대목. 장완은 제갈량 사후 촉의 난국을 수습한 이이다.



비상한 시국에 한가한 옛날 얘기.


"황제가 승상장사 장완을 상서령으로 삼아 국사를 총괄하게 했다. 당시 막 원수[제갈량]를 잃었을 때라 내외원근이 모두 상황을 위태롭게 여기며 두려워했는데, 장완은 발군의 모습으로 뭇 신료들에 임해 조금도 슬퍼하거나 기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모든 언행을 평소와 같이 안정감 있게 행했다. 이로 하여 뭇사람들에게 신망을 었었고, 사람들도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제갈량에게 국가의 명운을 걸었던 촉. 그가 죽으니 나라 안은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를 수습한 이가 제갈량이 죽기 전에 천거했던 장완이다. 장완이라고 왜 당시 상황에 불안해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중책을 맡은 자신이 흔들리면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에 애써 태연한 척했을 터이다. 설사 그가 평소 일희일비하지 않는 진중한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정치 지도자라면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계엄 선포 이후 우원식 국회 의장의 대처 방식에 많은 이들이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단다. 그간 너무 유화적이란 비판을 받았는데 위기 상황에서 안정감 있으면서도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재평가하게 됐다는 것. 당시 국회 상황을 중계방송으로 지켜본 이들이라면 이런 평가에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 같다. 그는 계엄군이 닥치기 전에 빨리 표결하라는 국회의원들의 고함에 계엄 선포 시 즉시 송부라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애써 달래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은 후에 표결을 진행했다. 만일 그가 이런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곧바로 쫓기듯이 표결을 진행했다면, 그에게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처신에 아득한 옛이야기의 주인공 한 사람이 오버랩된 것인데, 확실히 본질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위기일수록 침착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 (어허, 그러고 보니, 이 번 계엄을 선포한 자는 우 의장과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네? 막중한 계엄 선포를 국무회의 심의조차 제대로 안 했다지? 미친 X)


그나저나 어제 진행된 탄핵 표결에서 무효표가 8표나 나왔단다. 중계방송을 보니, 국회의원이면 당연히 알고 있을 것 같은 기표 요령을 굳이 담당자가 나와서 알려주던데, 어떻게 8표나 무효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막중한 시국을 가르는 기표에 말이다. 일정 인원 수가 되면 항상 모지리 역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던데, 난다 긴다 하는 국회의원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거 참,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세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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