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듯한
돌멩이 하나가
투명한 호수에 무심코
툭, 하고 던져졌어
돌멩이가 만들어낸
파도에 햇살이 들이치고
물결은 잔잔히 일렁이다가
이내 큰 파도가 되었지
파도가 부끄러운 호수는
모래바람을 만들고
그 속에 돌멩이를 가라앉혔단다
돌멩이를 잊은 호수는
물결에 들이치는 햇살이 그립다며
이따금씩 일렁이다가
멈추곤 했지
파도치는 법을 잊은
가엾은 호수 위로
햇살을 닮은
달빛이 내려앉았어
새벽마다 가볍게 떨어지는
투명한 이슬과
간질거리는 버드나무를
호수는 만났단다
호수야
호수야
너는 너일 뿐이란다
햇살도 달빛도,
투명한 이슬과
간질거리는 버드나무도
너일 순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