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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Nov 17. 2023

임팩트에 집중했더니 생긴 일

기대했던 변화들과 기대 못했던 긍정적 변화들까지

지난 글 - 16배 성장을 이끌고도 패배한 실험의 핵심 메시지는, "작업물을 배포하는 것보다 그 임팩트의 크기가 얼마나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하여 글에서 밝혔듯 이번 분기부터는 모든 기획서를 작성할 때에 반드시 예상 임팩트 크기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수준으로 작성해 보기로 했다. 그것이 정말 간단한 기능 업데이트더라도, 일단 초반에는 '무조건' 동일한 포맷으로 작성해 보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임팩트 담론이 습관화되고 안착이 되면 그때는 보다 유연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CPO 이자 CEO 인 Jay가 제안해 준 새로운 기획 포맷 


그렇게 시작한 이번 분기가 절반 남짓 지난 지금, 돌아보니 임팩트 담론의 효과는 이미 대단했다.


#1. 기대했던 변화들


A. "생각보다 임팩트가 얼마 안 되네.." 현실 임팩트 직시하기

위와 같이 임팩트 계산을 하고 나면 대부분의 경우 "생각보다 임팩트가 얼마 안 되네.."로 귀결되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기획서 작성이라는 게 '어라 이거 될 것 같다.'라는 막연한 gut feeling으로 작성을 시작하기 마련이기에, 부풀었던 마음이 계산기에 의해 꺼지게 되는 케이스가 더 많은 것이다. ('이게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기획서 작성을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 여러 다른 제품들을 사용하다가 떠오르기도 하고 유저 VoC 내용을 살피다가도 떠오르며, 이런저런 데이터를 살피다가도 떠오르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은, 임팩트 계산이라는 도마 위에 올라오면 얄짤없이 작아졌다. 씁쓸한 현실을 미리 제대로 직시하게 된 것이다.


B. 생각보다 임팩트가 작았던 이유, 타겟 유저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보통 예상보다 임팩트가 작게 계산되는 데에는, 타겟 유저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곤 했다. 가령 정말 간단한 예시로 "구매화면에서 A라는 문제가 해결되면 구독 전환율이 1.5배가 될 것이다."라는 가설이 있다고 해보자. 여기서 흔히 타겟 유저를 '구매화면에 방문하는 유저'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곤 하는데, 사실 정확하게는 '구매화면에 방문했을 때 A라는 문제를 겪고 있는 유저'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팩트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A라는 문제를 겪는 유저의 비중이 구매화면 방문 유저 중 약 30% 정도라고 할 때에, 기대 구독 전환율 증분은 0.7*1.0 (문제를 겪지 않는 유저들) + 0.3*1.5 (문제를 겪는 유저들*개선폭) = 1.15 배로 초기 계산보다 크게 작아지게 된다.


C. 기획서 작성에 오래 걸리는 시간, 더 꼼꼼하고 깊게 사고하기

선행 지표들의 변화를 각각 예측하여 최종 임팩트를 산정한 예시 - 여러 안들을 비교하기 좋았다.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겪는 유저 모수를 산정하는 것부터 이전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대략적인 데이터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주차별 VoC 티켓 숫자를 참고하기도 한다. 또한 기대 전환율 증진폭을 산정하는 것도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든다. 목표 전환값에 선행하는 선행 지표들도 어떻게 변할지 함께 살피게 되고, 타겟 유저로 새그먼트를 좁혔을 때 기존 전환율이 어떠한지도 살펴볼 수 있는 선에서 미리 살펴보게 된다. 사실 이렇게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애초에 올바른 접근 방식인 것인데, 지금까지 유연함과 효율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와 함께 너무 속전속결로 기획서를 작성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기획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임팩트 있는 기획이 도출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기대했던 변화들이다. 이에 더해 뜻밖의 긍정적 변화들도 느낄 수 있었다.


#2. 기대 못했던 변화들


 A. 팀 운영에 있어서 심리적 안정감 증대 

임팩트를 명확하게 판단하니, 개발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일단 높아졌다. 이에 더해 산적해 있는 백로그들을 얼른 진행해야 한다는 무한한 압박감에서도 자유로워졌다. 그 백로그들의 임팩트 크기를 이미 다 산정해 두었기 때문에, 임팩트 순으로 정해진 우선순위가 묘하게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B.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이전보다 수월하게

각 기획서의 임팩트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에, 좀 더 효율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계산된 타겟 유저 수와 임팩트다 보니, 설득력이 높아지고 불필요한 '이럴 것 같다 저럴 것 같다'가 줄어들었다. 또한 중간중간 적용된 가정치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때에도 굉장히 뾰족해진 영역에서의 가정치다보니 의견 차이가 엄청 크게 벌어질 일이 적어졌다. 가령 예전에는 최종 전환율의 기대 증분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었다면, 이제는 그 기대 증분을 구성하는 각 요소(첫 진입률, 버튼 클릭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게다가 좁은 영역에서의 피드백은 그렇지 않은 피드백보다 훨씬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난 결국 결제를 많이 안 할 것 같아 왜냐하면' 보다는 '난 여기서 좌우 스와이프를 많이 안 할 것 같아 왜냐하면'이 더 의미 있는 의견 교류로 이어진다.)


C. 제품 전체 관점에서의 우선순위 판단이 용이

각 목적 조직은 본인들이 담당하고 있는 목표 지표 ('광고 매출', '구독 매출', '특정 인게이지먼트율' 등) 증진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토털썸(Total sum) 관점에서 최적의 우선순위대로 제품이 개선되어 가고 있는지 항상 불안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팩트 담론과 함께 각자 담당하고 있는 목표 지표의 상위 지표로 임팩트 수치를 환산하여 비교할 수 있게 되니, 그러한 불안감이 줄어들게 되었다. 가령 특정 인게이지먼트를 높이는 기획들은 최종적으로 그것이 제품 리텐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환산이 되어 판단되고, 광고/구독 매출을 높이는 기획들은 최종적으로 그것이 제품 LTV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환산이 되어 판단되는 것이다. 이전 분기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우선순위가 판단되면서 스프린트 플래닝과 개발 리소스 배분이 여러 목적 조직을 넘나들며 조율되는 말 그대로 초(超) 유연한 팀 운영까지도 가능해졌다.

  



위와 같은 좋은 변화들은 사실 아직 '과정'에 해당된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획들이 결과적으로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내야 한편의 완성된 변화라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남은 분기 개발로 이어질 임팩트 있을 기획들은 얼추 선정되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떠할지... 임팩트 담론의 마지막 후속글로 연말에 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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