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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Jun 28. 2024

말로만 듣던 프로덕팅 (Producting)

직접 해보니 역시는 역시다

2022년 여름 무렵부터 '프로덕팅 (Producting)'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들렸습니다. 마치 2015~2016년 즈음의 '퍼포먼스 마케팅' 붐(Boom)처럼, 이번에는 곳곳에서 '프로덕팅을 해야 한다' 는 다소 막연한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략 프로덕팅이란 아래와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마케팅(Marketing)과 제품(Product)이 이원화 되어서는 안되며 하나의 일관된 경험으로서 유저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마케팅과 제품은 유저 관점에서는 하나의 여정이다.

유저의 관점에서는 마케팅이나 제품이나 하나의 일관된 여정이기에, 이 점을 유의하여 일관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렇게 말로만 듣던 프로덕팅의 임팩트를 이번 2분기 얼떨결에 맛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커리어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경험으로요... 그 소회를 글로 남겨봅니다.




프로덕팅 프로젝트의 개요

알라미 11주년 11초 미션 챌린지


이번 프로덕팅의 대상이 되었던 유저의 경험은 '11초 미션 챌린지'였습니다. 게임의 성격을 띠는 미션 챌린지는 특정 초수 기준을 달성하면 추첨에 따라 경품이 지급됩니다. 하루에 한번만 참여할 수 있는데, 더 참여하고 싶으면 그만큼 친구를 초대하면 됩니다. 이 기획의 목적은 친구 초대를 통한 신규 유저의 증대였죠.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미션 챌린지를 유저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알렸습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유형의 콘텐트, 경품의 매력을 강조하는 유형의 콘텐트, 챌린지의 재미 또는 스토리 텔링을 부각시키는 콘텐트 등 이 미션 챌린지에만 바짝 집중하여 다양한 콘텐트들을 제작하고 유통했죠.



마케팅부터 제품까지의 여정

11초 미션 챌린지의 여정 : 유입 ~ 전환 ~ 유입

위 여정 상에서 유저는 일관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광고 채널 또는 친구로부터 받은 링크를 통해 '미션 챌린지'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유저는 스토어에 방문해서도 프로모션 관련 내용을 읽게 됩니다. '재미', '경쟁심', '경품' 등의 유인으로 앱을 설치한 유저는 온보딩 이후 첫 화면에서 미션 챌린지 엔트리를 접하게 되죠. 이를 통해 미션 챌린지 프로모션 화면에 진입한 유저는 대략적인 참여 방법을 숙지하고 미션에 도전합니다. 미션 초수 달성에 아쉬움을 느끼고는 한번 더 도전하고 싶어 다른 친구들에게 이 내용을 공유하며 계속 도전을 이어갑니다. 이를 공유받은 친구도 위와 동일한 플로우를 겪게 됩니다.


프로젝트의 결과, 회고


[0] 와, 이게 되는구나


친구초대 링크로만 2주동안 7,000 명이 유입되었는데요, 이를 경품 비용으로 환산하면 CPI $0.35 정도 되더군요. 프로모션 참여한 유저 중 가장 끝단에 놓인 '공유하기'를 행하는 유저 비중은 무려 77%에 달했습니다. 참여 인원만 해도 90만명에 육박했으니 앞단 퍼널의 유입부터 시작하여 완수율까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대단했죠. 제품 외부 마케팅 성과도 좋았습니다. 동기간에 진행된 콘텐트 마케팅으로 31,000 명이 유입되었고 CPI $ 0.55 를 기록했습니다. 어지간한 퍼포먼스 마케팅 효율보다도 좋았던 효율이었습니다. 제품과 마케팅이 힘을 합쳐 2주 동안 도합 40,000 인스톨을 건당 $0.51 단가로 만들어냈습니다.


[1] 성공 레버 획득


단발적인 성과보다도 더 좋았던 것은, 이 프로젝트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성공 레버를 얼추 찾았다는 점입니다. 무엇이 유저들로 하여금 프로모션을 참여하게 하고, 완수하게 하고, 친구에게 공유하게 하며 또 다음 날 계속 참여하게 만드는지 - 주요 변수들이 발굴되었습니다. 몇몇은 이번에 적용되어 임팩트를 내준 덕에 확인할 수 있었고 반대로 몇몇은 이번에 적용되지 못한 덕에(?) 역으로 확인될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을 몇 가지만 남겨보면 -


a. 경쟁 x 아슬아슬 x 다다익선

14-15초 근방으로 집결된 초수 분포

특정 초수를 기준으로 경품을 추첨해줄 뿐인데, 그 초수를 기준으로 친구들과 경쟁을 하는 모양새를 띠게 되었습니다. 일부러 11초에 '아슬아슬한' 난이도로 미션들을 설정했는데, 그 난이도도 잘 먹혀들었죠. 많이 응모할 수록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중복 응모 또한 좋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 측면에서 현재의 경쟁 상황을 랭크 보드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출제되는 미션 또한 고정된 난이도가 아니라 조금의 랜덤 요소를 섞었다면 '더 쉬운 문제가 나오면 기록이 단축될 수도 있겠다'라는 기대감으로 계속 더 참여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따라쓰기 쪽에서 생일 축하 관련 문장 베리에이션을 좀 뒀다면 어땠을까요.


b. 한번 참여한 유저들의 평균 참여 횟수 늘리기


'경쟁 x 아슬아슬 x 다다익선'으로 대단한 참여율, 완수율, 공유율을 보였지만 우리가 발견한 또 하나의 특징은 트리거가 된 순간에만 바짝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서 하루 공유 한도를 3회로 설정해두었던 점이 퍽 아쉽습니다. 막 재미를 붙이며 참여하던 유저들은 딱 3회까지만 추가로 참여하고 더 이상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인 이유로 제약을 두었던 부분인데, 다음 번에는 그 제약을 걷어내는 편이 더 임팩트 있겠다 싶네요.

보통 유저들은 하루만 참여하고, 2.6회 정도 공유했다.

또한 추가 트리거도 기획적으로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데이터를 보니 공유 한도를 없앤다고 해도 하루 바짝 참여한 유저들은 다음 날 참여를 안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간단한 푸시 메시지라도 제공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랭크가 내려갔어요. 오늘 2번만 더 응모하면 랭크가 훌쩍 올라요."


c. 미국 유저들은 한국 유저와 다르다


가장 아쉬움이 컸던 부분은 해외 유저들, 특히 미국에서의 성과가 좋지 못한 부분입니다. 보통의 마케팅이나 오가닉 유저 볼륨을 생각하면 미국에서 더 큰 임팩트를 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죠. 일단 한국과 경품이 달랐습니다. 한국이 '아이패드', '에어팟', '스타벅스 기프트콘' 이었다면, 해외는 '애플 기프트 카드', '아마존 기프트 카드'였습니다. 하나의 가설이지만 비슷한 비용이라면 좀더 tangible 하고 intuitive 한 경품이 좋았을 수 있겠다는 의견들이 모였습니다.

서로 경품이 달랐던 한국과 해외

한편 다른 가설로는 공유하기 플로우가 해외 유저들에겐 적절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참여~완수 퍼널이 한국 대비 소폭 낮았던 것에 비해, 친구에게 공유된 이후의 유입이 크게 좋지 않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처럼 '단톡방'에 공유하는 문화가 없다거나, 무언가를 공유받았을 때 바로 인스톨하는게 어색한 채널이라든가 - 해외 유저들의 일반적인 '공유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음 번에 진행할 때는 해당 부분에 대해 면밀히 조사를 하고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일반적인 오가닉, 마케팅 추이와는 다른 추이를 보였던 미국


[2] 오너십 일원화의 중요성  


괜찮았던 성과와, 뾰족한 성공 레버들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지만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프로덕팅'이 처음인지라 모든 부분에서 서툴렀습니다. 마케팅과 제품이 함께 협업을 한다는 의미에서 흡사 프로덕팅과 유사했지만 하나의 팀으로서 프로젝트를 끌어갔다기 보다 서로 다른 두개의 팀이 협업을 하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기획의 대부분을 마케팅 팀에서 진행해주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단계에서부터 PO가 이를 넘겨받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a. 소통의 혼선

디자인/개발 시작단계부터 조정이 필요한 기획에 대한 메인 의사결정자에 대한 혼선이 존재했고, 양 팀간의 언싱크도 누적되어 갔습니다. 중간 중간 소통 코스트가 크게 발생했고, 불필요한 작업 수정이 많아졌죠.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멤버들의 회고 지점들 : 오너십 이원화

b. 목표 이해 부족

이 프로젝트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수치, 그것이 전사 임팩트 우선 순위에서 어느 정도 위치하는지 등 Why 에 대한 싱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What 과 How 에 매몰되어 달리기 바빴습니다. 여기에는 너무나 복합적인 원인들 (담당 PO의 정신없음, 시의성이 중요한 프로젝트, 부족한 개발/디자인 리소스 .. 등)이 함께 놓여있지만, 무의식 한켠에 '기획은 마케팅 팀이 수행은 제품 팀이' 라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좋게 말해 ‘위임과 분업’이지 사실상 목표에 대해 생각을 아예 못한 것이죠. 그러다보니 제품 내에서도 프로모션 기능 개발에만 집중했지 그 기능으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여정을 깊게 고찰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프로덕팅은 바통을 이어받는 이어달리기가 아니라, 처음 출발선부터 함께 뛰는 2인3각 달리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예 기획 단계서부터 마케팅과 제품이 함께 목표와 전략을 이야기하고 역할을 나눠갔다면 소통의 혼선도 없었을 것이고,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도 잘 되었을 것이며 제품 내 기능 기획에 있어서도 더 매끄럽게 여정이 설계되었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Marketing)과 제품(Product)이 이원화 되어서는 안되며 하나의 일관된 경험으로서 유저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팀부터 일원화가 되었어야 했구나 - 오너십부터 일원화 되었어야 했구나 -

새삼 이 문장이 다시 읽히네요.  



말로만 듣던 프로덕팅, 글로만 읽어본 프로덕팅.


실질적인 유저 획득 성과 보다도, 확실한 성공 레버를 획득했다는 점과 오너십 일원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는 점, 이 2가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비슷한 포맷으로 한번 더 프로덕팅을 한다면 2주간 40,000 명이 아니라 400,000 + 명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수확한 레슨들은 충분히 그 정도의 임팩트를 낼 수 있을 레슨들이었기 때문이죠.


배움이 정말 많았던 프로덕팅에 대한 리뷰, 회고 끝 !





함께 달려주신 마케팅 그룹 (레오, 소피, 코코, 주디)

그리고 제품 팀 (스미스, 쑤, 리버, 노아), 급하게 디자인 서포트 해준 봄.

그 밖에 많은 부분에서 양해해준 PO들과 개발자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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