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벅찬 경험의 연속 (1)

가슴이 벅찼던 "글로벌 파트너십" 경험

by Stephan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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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찬 경험은 2 가지 의미를 뜻할 수 있다. 하나는 '가슴이 벅차다' 와 같이 "감격, 기쁨, 희망 따위가 넘칠 듯이 가득하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 두 가지 의미가 모두 공존했던 벅찬 스물 일곱의 해가 밝는다.


스타트업의 매력 중 하나가 회사의 비즈니스가 단조롭지 않고 늘 변한다는 점인데, 늘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에는 별도의 팀을 떼어내어 디벨롭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인력들이 겸업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여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랐을 때 완전한 분업이 이루어진다. 우연히(?) M사에는 외국어에 능통한 직원이 많았다. 거의 대다수가 영어를 할 줄 알았고, 그 이상의 언어까지 구사하는 인원이 제법 되었다. 2016년 말 나는 해당 멤버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파트너십 팀을 구축할 것을 명 받았고, 그렇게 광고 운영 팀 매니징과 글로벌 파트너십 팀 구축 - 2개의 팀 관리를 맡게 되었다.


0에서 1을 만드는 재미

앞서 누차 설명하였듯, 모바일 앱 비즈니스 업계는 글로벌 확장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우리의 국내 앱 광고주의 앱 서비스가 원빌드 글로벌 서비스인 경우 (동일한 앱이 여러 국가에 동시 서비스 되고 있는 경우), 우리가 세계 각지의 앱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고 운영할 수만 있다면 수주액은 2배 3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사적으로 보았을 때 분명 큰 기회였다. 여러 경쟁사들을 놓고 보았을 때, 당시 글로벌 앱 마케팅을 제대로 지원하는 업체는 부재하였다. 미리 그 위치를 선점할 수만 있다면, 해외 앱 설치를 희망하는 모든 국내 광고주들을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마치 2015년에 맨땅에 헤딩을 하며 국내 마케팅 전략을 세워갔듯이 2017년 초에는 해외 마케팅 전략을 위해 맨땅에 헤딩을 하기 시작했다. 업계 내 유명한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발간하는 업계 분석 리포트를 통해 대략적인 매체 구성들을 파악해보고, 전반적인 모바일 인프라 및 유저의 앱서비스 이용 패턴 등을 통해 국가별 유저들을 이해해보려 노력하였다. 우리의 목적은 어느 국가에 앱을 런칭하든, 가장 효과적인 앱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고 진행하여 KPI를 달성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었다.

당장 1월부터 리서치를 통해 검색된 업체들에 회사 소개 메일을 뿌리고, 2월 말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개최하는 MWC (Mobile World Congress)에 참석하여 그 넓은 행사장을 발빠르게 누비며 회사를 알리고 또 국가별 주요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모색하였다. 특정한 방향성이 주어지지 않은 말그대로의 '맨땅'이었기에 일단은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고 협업 가능한 지점이 무엇이 있는지를 논하였다. 돌아온 3월에는 raw하게 모인 정보값들을 정돈하는 시간을 보내었고, 그렇게 한 분기가 흘러가니 대략 권역별 공통점 및 차이점들이 보였다. 북미 / 유럽 / 동유럽 / 러시아 / 동남아시아 / 일본 등으로 권역을 구별하여 마케팅 전략을 딥다이브하기 시작한다.

당시 전략팀의 도움으로 멋지게 가공된 글로벌 자료집

시작하기 전에는 해외는 그냥 전부 '글로벌'로 묶인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마치 일본과 우리가 다르듯이, 동일한 권역 내에서도 국가별 차이점이 명료했다. 동남아로 묶였지만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는 인구 수부터 다르고 이용하는 언어며 주된 종교도 다르다. 또한 국민 총소득과 더불어 모바일 인터넷 환경, 사용하는 메신저 앱 등 뭐 하나 같은 부분이 없다.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에 통용되는 글로벌 매체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 되는 -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미디어) 도 주요 미디어 전략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도 로컬 매체에 대한 파트너십을 전개해 나갔다. 로컬 매체에 대해 엣지(edge)를 가지고 있는 국내 앱 마케팅 에이전시가 드물었고, 그것이 강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글로벌 앱 마케팅 전문'을 표방하는 대다수의 에이전시들도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구글/페이스북과 nCPI 운영이 전부였고, 별다른 특색을 보이지 못했다.)


0에서 1이 되는 과정


로컬 매체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것은 국가별 인플루언서 플랫폼과 메신저(및 SNS)이다.

로컬 인플루언서 플랫폼

2017년에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와이파이 환경의 보편화와, 모바일 데이터 요금의 하락 등으로 동영상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동영상 매체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해당 플랫폼들을 베이스로 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덩달아 활성화된 것이다. 이러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대개 MCN (MultiChannelNetwork - 마치 연예인 소속사와 같은) 업체를 통해 집행되는데 샌드박스, 트레져헌터, 다이아TV 외에도 다양한 MCN 회사들이 생기며 매출을 올리고 있었을 때였다.


이에 글로벌 파트너십 팀에서도 각 국가별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활성화 정도를 파악하고 필요시 2-3개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꾀하기로 한다. 이는 제법 성공적이었는데, 생각보다 각 권역별로 해당 비즈니스를 왕성히 벌이고 있던 업체들이 있었고 서유럽과 동유럽 그리고 북미 지역에서 협업 가능한 MCN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게 된다. 더 나아가 그들이 제휴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정보값들 (인플루언서별 주요 컨텐트 카테고리, 평균 조회 수, 구독자 수 등)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받을 수 있었다. 한번은 tune postback 행사 참여를 목적으로 시애틀-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이 때 잡혀 있던 일정에 더해 즉흥적으로 당시 연락이 닿았던 북미 로컬 MCN 파트너사 두 곳과 미팅을 잡고 편도 두어시간 미팅을 다녀오게 된다. 그 중 한 곳은 거의 컨텐이너 박스와 다름없는 곳을 사무실로 쓰고 있었는데, 대체 어떤 패기로 혼자서 그 외진 곳을 갑자기 다녀왔는지 지금도 신기하다.

수거하는 명함 개수 늘리는 재미로 행사장을 누볐던 순간들

2017년 말미에 글로벌 게임 런칭 건 관련한 큰 규모의 RFP - 제안요청서(Request for Proposal) 를 받게 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수주에 성공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북미와 유럽 로컬 인플루언서와의 파트너십이 큰 역할을 한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건, 언제 수주될지도 모르는 한국 클라이언트의 해외 캠페인을 위해 그들은 기꺼이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실제 제안 참여시에도 정말 진심을 다해 정성껏 미디어 믹스와 제안서, 그리고 우리가 요청하는 디테일한 자료들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그 친구들, 다들 잘지내니.


로컬 SNS 플랫폼

SNS 는 보유하고 있는 유저 수가 많고 다양한 타게팅이 가능했기 때문에 (유저들이 기입해놓은 정보값과, SNS 내에서 활동하면서 축적되는 정보값이 많기 때문에) 필수적인 로컬 매체 중 하나였다. 러시아의 경우 Odnoklassniki (OK라고 불렸던) 와 VKontakte (VK 라고 불렸던) 가 1위 2위였는데, 사실 둘 다 모회사가 같아서 한 회사가 러시아를 독점하고 있던 셈이었다. VK 의 경우 셀프서빙으로 광고 세팅 및 집행이 가능하여 대략적인 평균 단가와 클릭률 정도의 정보를 획득하고는, 직접 step by step 캠페인을 세팅해가며 우리 내부 운영 가이드를 만들었다. 러시아 캠페인 제안의 큰 무기를 갖추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VK와 미국의 스냅챗은 우리의 주요 파트너사가 되었다.

미국은 2017년 여름 당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외에 '스냅챗'이 인기를 한창 끌면서 이제 막 '셀프 서빙 광고 플랫폼'을 런칭하였다는 기사를 발표한다. 이에 바로 스냅챗에 콜드 메일을 쓰고, 컨콜을 진행하였는데 재밌었던 점은 우리로부터의 연락이 스냅챗 역사상 '첫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컨택'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스냅챗의 국내 유저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스냅챗 입장에서는 우리와의 협업은 당장의 눈앞의 이득을 위함이라기 보다는 미래의 가능성 (한국에서 유저 수가 치솟을 가능성)을 위함이었고, 셀프 서빙 광고 플랫폼 런칭도 영어권 국가에서만 진행되었던 터라 아쉽게도 몇 가지 주요 안내사항만을 안내해주고 추가적인 서포트를 얻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뭔가를 개척했다는 뿌듯함에 광고주용 제안서와 내부 운영 가이드를 미리 만들고, 스냅챗용 소재 제작을 위한 서비스(당시 스냅챗에서는, 광고주들이 직접 스냅챗용 광고 소재- 다소 특이했던 기억이-를 만들 수 있게끔 웹으로 간단한 툴을 만들어 두었었다.) 까지도 직접 이용해보며 가이드를 만들어 두었던 기억이 난다.

VK과 스냅챗 모두 직접 활용할 실 캠페인 수주까지 맛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회사 소개 내지는 팀 소개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다루는, 주요 파트너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외에도 유럽 국가 특유의 푸쉬 메세지 마케팅 업체 (유럽인들은 그 당시 문자 메세지를 주로 썼었기 때문에, 메세지 마케팅이 여전히 핫했다. 특히 클라우드를 이용한 푸쉬 메세지 솔루션이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SEO을 가능케하는 북미 ASO 솔루션 업체 (자연 유입된 앱 설치가 어떤 키워드 검색을 통해 발생하였느냐 - 를 기반으로 앱 타이틀과 디스크립션을 자동으로 최적화해주는 솔루션), 일본 특유의 오타쿠스러운 게임 사전예약 커뮤니티 업체 등 - 각 국가별로 유의미한 로컬 파트너십들을 구축해가며 팀의 색깔을 명료히 다져갔다.

(추억의 도쿄 게임쇼 탐방기 소환 - https://www.mobiinside.co.kr/2017/09/29/tgs-2017/ )




글로벌 파트너십 팀을 구축은 M사에서 내가 경험한 수많은 벅찬 경험 중 단연 첫 번째로 꼽힌다. 단순히 업무적인 성장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서 겪은 정신적 물리적인 갈등, 팀원과의 동료애, 나를 믿어주는 회사의 신뢰에 대한 감사함... 일분일초 순간의 합들이 곧 나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형성되었다. 새삼 그때를 돌아보니 소기의 성과들이 있었지만 (글로벌 앱 마케팅 수주), 실제 운영을 집행하며 축적되는 인사이트들을 기반으로 정교화했더라면 더 멋진 자산들이 되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든다. 운영으로 이어지기 이전에 나는 18년 4월 돌연 퇴사를 하게 된다.

본 글에 분량상 담지 못한 에피소드들을 단순히 나열하면서 본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1. 바르셀로나 출장 도난사건 : 17년 2월 MWC 행사 둘째 날 저녁, 거래처와의 식사 도중에 내 가방을 도둑맞게 된다. 여권, 핸드폰, 회사 현금 등 많은 것들이 가방에 들어 있었지만 무엇보다 상실감이 컸던 것은 이틀 내내 발아프게 행사장을 누비며 걷었던 (잠재적)파트너사들의 200 여장 명함들... 여권없이 출입이 불가한 행사장이었기에, 그날 밤 나는 마드리드로 향하는 8시간 야간 버스를 타고 대사관으로 향하여 단수 여권을 발급받는다. 도난 직후 주변 거리 (고딕 지구) 모든 쓰레기통을 뒤져보다가 애꿎은 인도인의 지갑 (그도 도난 당하여 현금만 털렸더라)을 발견했었지..

잊을 수 없는, 마드리드의 대한민국 대사관

2. 샌프란시스코 Pre출장 : 17년 여름 시애틀에서의 TUNE Postback 행사 참석에 앞서 약 5일간 샌프란시스코를 둘러보는 일정을 갖게 된다. M사 대표님과 단 둘이 떠난 Pre출장이었고, 당장의 업무적인 미팅 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의 시야를 넓히기 위한 미팅들 - 탭조이 본사, 페이스북 본사 등이 그러했다. - 과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만남들 - 해외 VC 들, 그 곳에서 모바일 서비스 관련 창업을 한 M사 대표의 동문들 등이 그러했다. - 이 주를 이뤄 어린 나이에 매우 감사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이어진 시애틀에서의 행사참여도 즐겁고 유익했지만, 그 이전에 미리 다녀온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정들이 정말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 메이저리그도 직관하여 황재균 선수를 보기도 했지...)

인스타그램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바 있다


3. 애플 서치애드 팀과의 미팅 : 17년 말 앱스플라이어의 소개로, 한국에서 가장 글로벌 앱 마케팅에 능한 에이전시로서 애플 서치애드 팀과 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하게 된다. 지금은 보편화된 애플 서치애드지만, 당시에는 한국은 커녕 아시아 국가에서는 오픈하지 않았던 광고 상품이었고 (영어권 국가 위주로 베타 오픈을 했던 시기였다.) 마치 중국의 펑타이처럼 한국내 공식 대행사를 선정하여 오픈을 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VP 가 직접 참여한 미팅이었던 만큼 많은 긴장을 했던 미팅이었고 업계 내 중립적인 판사 위치에 있는 어트리뷰션 툴의 소개로 성사된 미팅이었기에 그 성사 자체에 뿌듯함이 있었다. (물론 총 3 군데를 소개 받았다고 한다. 나머지 두 곳이 어디였더라...)




한국에 본진을 둔 채 글로벌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수차례 좌절을 맛보며 무기력감이 들 때가 많은데, 새삼 내가 처음 글로벌을 겪었던 시기를 돌아보니 이것에 중독되는 매력이 분명히 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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