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선점하며 빠르게 성장했던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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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토론토에 머무는 3개월 동안에도 원격 근무의 형태로 업무를 지속하고 있었다. 사내 일본어 대응이 가능한 인력이 없다보니, 월 매출을 고정적으로 발생시켜주던 일본 클라이언트를 관리하고, 신규 제안건에 대해서도 미디어 믹스 및 제안서 제작 등 업무를 도맡아 진행하였다. 이상한 그림이지만, 평범한 스물 여섯살 한국인이 토론토에 아무런 적을 두고 있지 않으면서 3개월 간 머무르며 아침에 일어나면 근처 스타벅스 또는 팀홀튼 (캐나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밤새 있었던 이메일과 슬랙에 대응하곤 했더랬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정상적인 회사원의 삶을 영위하나 싶더니, 휴학 제한이 발목을 잡았다. 어쩌다보니 휴학을 1년 가량 한 셈이었는데 별다른 이유없이 (질병 등) 연달아 휴학계를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당시가 7학기째 되는 학기였고, 마침 조기졸업 여건이 맞아떨어져서 이번 한 학기에 학점을 모조리 몰아넣어 한번에 졸업여건을 갖춰보려 했으나, 그렇게 될 경우 회사 출퇴근을 병행하기가 녹록지 않아 3학점은 겨울학기로 양보하게 된다. 어찌됐건 출퇴근 하는 요일을 정하여 회사에 출근하고 , 나머지 요일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짬짬이 들어가며 업무를 원격으로 진행하였다. 이 때부터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아닌, 주경독 야경독(晝耕讀夜耕讀)의 삶이 시작된다.
흔히들 스타트업의 매력을 문화적인 부분에서들 찾는데 나는 오히려 회사 사업의 성장과 그속에서의 나의 성장에서 매력을 강하게 느꼈고 지금도 그러하다. 토론토에 머무는 3개월 동안 M사는 여러모로 큰 변화를 겪으며 사업적으로 (최소)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어있었다. '하필 내가 없는 기간에.. !' 라는 야속함도 잠시, 뒤처진 부분들을 하루빨리 매꿔서 뒤따라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모바일 스타트업 업계는 정말 빠르게 변한다. 그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여 디벨롭을 빠르게 해야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오기 전에 그 달콤함을 만끽할 수 있다. M사의 가장 큰 매력은 그것이었다. 업계를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빠른 실행력, 그 두 가지로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변화.
당시 어떤 변화가 있었던가
어쩌면 내가 조인했던 2015년이 모바일 앱마케팅의 태동기였던만큼, 2016년에 다양한 변화들이 업계에 꽃피웠던 것도 당연했을 수 있겠다. 수많은 회사들이 서로 인수합병 되고,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시장에 들어서게 된다. 당시 모바일 앱 마케터 실무자 입장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시장 내 페이스북과 구글의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과 nCPI 또는 nCPE 로 일컫던 앱 설치 개수를 보장해주는 (가령 앱 설치 개수당 3,000 원씩 정산) 광고 상품이 크게 성행하였다는 점이다.
기존의 앱 마케팅이라 함은, 광고주에게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살펴봐야 하는 지표도 다양하고(생소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광고 매체가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행사의 역할은 교육자로서의 성격이 강했는데, 광고주에게 적합한 모바일 매체들을 목표 지표 달성 가능성과 유저와의 정합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여 제안해주고 광고를 집행한 뒤, 결과물로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이 일련의 교육 과정과도 같았다. 따라서 새로 등장하는 매체에 대한 빠른 학습과 좋은 단가로의 제휴, 유의미한 레퍼런스 축적과 함께 예비 광고주와의 정합성 파악, 운영 노하우 습득 등이 마케터로서의 key 역량 중 하나였다.
15년말 16년 초부터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빠르게 확산되게 되었고, 그 와중에 한국인 특유의 "성질 급함"이 가미되면서 장기적인 LTV 기반에 마케팅 플랜 수립이 아닌, 매우 단기적인 시야에서의 KPI 가 강요되기 시작되었다. 다소 왜곡된 퍼포먼스 마케팅, "급단기" 퍼포먼스 마케팅의 유행이 도래한 것이다. 매체의 특성에 대한 이해도는 더이상 필요없었다. 무조건 원하는 "숫자"를 달성시켜주는 마케팅 플랜이 필요했다. 이것이 말도 안되는 갑질임에도 갑의 요구를 들어주는 (그것을 기회라고 생각한) '을'들의 존재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기 시작한다. 출혈과다가 자명한 차익거래(arbitrage ; 광고 지면을 노출 또는 클릭 단위로 구매하여 광고주에게는 앱 설치 단위로 판매하면서 타겟팅 최적화를 통해 마진을 꾀하는 거래로, 마진율이 매우 낮거나 역마진의 위험이 농후하다.)가 성행하게 된 것인데, 광고주 입장에서도 초기에는 만족스러웠을지 모르나 이는 이내 Fraud 라는 업계 내 질병을 양산시키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광고주에게도 해가 된다. 아무리 지면에서 노출과 클릭을 발생시켜도 유저들이 앱 설치를 하지 않으면 광고주에게 돈을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되다보니, '허위로 인스톨을 발생시키는 fraud' 또는 '자사 앱에서 발생한 인스톨이 아님에도 타사 앱에서 발생한 인스톨을 가로채기 하는 fraud'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유형의 허위 물량들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러한 fraud 와 반대로, 정밀한 타겟팅으로 진성 인스톨을 꾀하는 매체들의 경우는 앱 인스톨을 단기간에 다량 뽑아내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보유하고 있는 지면의 양이 제한적이다보니, 해당 지면 내에서 발생 시킬 수 있는 인스톨이 제한적임은 당연하다. 광고주, 매체 그리고 대행사까지 - 업계 내 모두에게 큰 변화였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방대한 유저 볼륨으로 fraud 위험 없이 다량의 인스톨을 뽑아내어주는 플랫폼이 구글과 페이스북이었다. 다양한 연령대와 남녀 성별을 고루 갖추고 있고, 여러 유저 정보들을 취급하기에 정확한 타겟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글과 페이스북도 당시 나름의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구글은 본래 검색 광고, 디스플레이 광고, 동영상 광고 (유튜브)를 웹과 앱 광고주를 위해 각각 별개의 광고상품으로서 서비스되고 있었는데, 이것이 앱 광고에 한하여 "UAC(Universal App Campaign)" 으로 통합되게 된다. 이는 사실 구글 코리아 입장에서도 난감할만한 변화였다. UAC 의 도입으로 마케터의 역할이 많이 줄어들었기도 했고, 당시 인기가 많았던 구글 검색광고 단일 집행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머신에게 완전히 맡겨야만 했기에 앱 설치 단가 (또는 특정 액션당 단가) 가 오르게 되는 경우에도 속수무책으로 그저 '머신에게 학습할 기간을 좀더 줘야 합니다.' 등의 대응만이 가능할 뿐이었다. 페이스북 또한 15년 하반기에 출시한 인스타그램 광고와, 오디언스 네트워크 확장으로 인벤토리 저변이 확대되면서 공격적인 광고 수주에 나섰으나 기존 페이스북 피드 대비 저조한 광고 퍼포먼스로 업계 내에서 여러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나 저러나 앱 마케팅에 있어서 기본적인 예산 편성은 2016년 동안 35% 페이스북, 35% 구글 UAC, 30% nCPI 매체로 고정되었을 정도로 페이스북/구글/nCPI 는 당시의 대표적인 시대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M사의 경영진과 세일즈 조직, 그리고 운영 조직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자연스레 여러 전략들을 세워 이행하기 시작한다. 가깝게는 지금 운영하고 있는 캠페인의 재수주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 조금 멀게는 가져오지 못한 수주 건들을 획득하기 위한 자발적인 고민과 노력이 모이다보니 일종의 전사 전략으로서 수립이 되게 되었다.
nCPI 가 성행하면서 오히려 앱 마케터는 운영자로서 경쟁우위를 뽐낼 수 있게 되었다. 질 좋은 유저를 많이 가져다 줘야되는 녹록지 않은 KPI 달성을 위해서는 "운영의 묘"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운영 최적화'가 바로 그것인데, 당시의 동료들은 발빠르게 이러한 최적화에 있어서 비교우위를 가져가게 된다. 애초에 앱 설치당 과금를 물리는 것을 매체들은 꺼리기 때문에, 해당 정산 구조를 수락하는 매체들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테스트 집행을 해보며 볼륨과 퀄리티를 확인한다. 그들이 우리의 광고 물량을 어느 지면에 노출시켜 클릭과 앱설치를 발생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요즘에는 end publisher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수적이지만 당시엔 "알 수 없음"이 업계 상식이었다.) 데이터 기반의 최적화에 앞장섰다.
앱 마케팅 업계에는 앱 설치 발생에 어떤 매체가 가장 큰 기여를 하였는지 판정을 내려주는 어트리뷰션 솔루션들이 있는데, 당시 M사의 직원들은 대부분이 해당 툴들을 그냥 저냥 이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트리뷰션 솔루션의 직원들보다도 상세하게 데이터들을 뜯어보고 의심되는 fraud 물량들의 물증들을 찾아냈다. nCPI 가 기본적으로 다단계 구조임에도 (캠페인을 집행한 매체가 해당 캠페인 물량을 또 다른 하위 매체로 일정 수수료를 떼고 계속해서 내리는 구조) 어트리뷰션 내의 여러 기능들을 활용해 가장 밑단의 매체에서의 지표까지 살펴보곤 했다. 찾아낸 물증들을 기반으로 매체들과 미정산 협의도 유기적으로 끌어내어 광고주의 예산이 헛인스톨에 쓰이는 것을 막아내었는데, 이러한 뛰어난 운영 전략을 필두로 업계내 앱 마케팅 전문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앱 마케팅은 데이터가 핵심인데, M사 운영 팀은 어트리뷰션 툴을 잘 다루고 fraud 색출 후 미정산 프로세스까지 매끄러워, 원하는 KPI 를 fraud 없이 쉽게 달성해낸다."
"nCPI 매체로 충분한 인스톨 볼륨을 뽑기가 어려운데, M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nCPI 매체를 다 활용해서라도 볼륨을 맞춰주려 한다."
구글의 UAC 판매의 경우 실무자 레벨에서의 긴밀한 협업으로 UAC 등장 초기에 빠르게 매출을 수주해낼 수 있었다. 마침 구글 코리아 또한 앱데브 라는 조직의 출범으로 앱 광고주 수주 및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던 터라 M사의 공격적인 구글 상품 판매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당시 구글 본사에서 내려온 세일즈 피칭 전략을 공유받기도 하고 (가령 '구글 검색광고만 하고 싶어하는 앱 광고주에게는 이런 방향으로 UAC 를 어필하라' 등), 머신이 하는 일 외의 마케터의 역량을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 (소재 교체 주기, 목표 전환 값의 설정 등)을 함께 교육받았다. 실제 수주 이후 집행시에도, UAC 집행 캠페인 수 자체가 국내에 드물었기 때문에 (구글 코리아 또한 미국에서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피칭을 할 수밖에 없었기에) 우리가 가져오는 UAC 수주 건을 구글 팀이 함께 세팅하고, 몇 가지 가설에 기반한 AB 테스팅을 통해 인사이트 구축도 함께 가져갔다. 이러한 협업은 M사 입장에서도 여러 레퍼런스가 쌓이는 이점 외에 마치 구글 코리아에 전담 팀이 있던 셈이라 세일즈 피칭을 함에 있어서도 큰 든든함이 되었다.
페이스북은 기술기반의 FMP (FacebookMarketingPartner) 제휴만 진행되었다보니 별다른 한국 지사와의 협업은 어려웠고, M사 운영팀 자체적으로 페이스북 광고 플랫폼이 갖는 기능들을 레버리지한 전략들을 도출해내었다. 이후 제법 업계 내에서 보편화 되었지만,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페이스북 플랫폼의 유사타겟 기능을 극대화 하기 위해 모바일 게임 광고주의 사전예약 캠페인을 페이스북으로 집행해본 것이었다.
사전예약 모객당 단가는 전문 사전예약 플랫폼 보다는 떨어졌지만, 모객된 유저들의 앱 설치 전환율까지 고려하면 설치당 단가는 페이스북이 훨씬 훌륭했다. 더욱이 모객된 유저들의 정보 (클릭한 유저 정보값까지도)를 활용하여 유사타겟을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런칭 초기의 유저 획득이 매우 수월하였다. 모든 대행사들이 구글광고와 페이스북 광고를 취급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해내며 누구보다 빠르게 매출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렇듯 2016년 M사의 동료들은 주어진 시장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통찰력과, 그것을 액션으로 빠르게 옮겨내는 실행력으로, 변해가는 시장 속에서 빠르게 매출액을 키워낼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특출난 개개인의 능력이 수반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돌아보면 오직 그것만으로는 그 정도의 속도감을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당시 우리 팀에는 다 함께 무엇인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또 그 이전에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으며 또 그속에 '업의 재미와 매력'가 함께 공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다들 각자 담당하고 있는 캠페인들의 리포트를 제작하고 최적화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다 같이 길 건너 가로수길에서 점심을 즐기고, 인형뽑기를 하며 오전에 벌어들인 소득만큼 탕진한다. 어쩌다 광고주의 진상 컴플레인이나 무리한 요구가 들어오면 자신의 담당이 아니더라도 함께 고민을 하며 해결책을 강구해낸다. 또 새로운 매체 내지는 어트리뷰션 툴을 써야 할 때에는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AtoZ 학습을 하고 동료와 광고주를 위한 가이드까지 제작을 한다. 이따금씩 대규모 예산의 앱런칭 제안건에 참여하게 되면 담당 인원이 추려지고 야근과 주말근무를 동반해서 해당 건을 수주해낸다.
재밌는 사실은, 그 누구도 회사로부터의 특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또한 초과 근무나 매출 수주에 따른 인센티브 구조도 없었다. 그럼에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시기였다. 어쩌면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빡센 협업이 더 진실되고 순수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2016년 크게 성장한 M사는 2017년이 되면서 더 큰 도약을 하게 된다. 과정에서 나는 기존의 광고 운영팀 매니징과 더불어 신생 팀인 글로벌 파트너십 팀 구축을 맡게 된다. 다소 가학적인 업무 로드 하에서 나는 더 큰 성장을 맛볼 수 있었고 스물 일곱의 나이에 경험하기 힘든 여러 경험들을 겪게 된다.
아시아 국가로부터 첫 연락을 받았다던 미국 스냅챗 팀과의 첫 협업, 도쿄 시애틀 바르셀로나 등 세계 각지의 컨퍼런스 참여, 1천명이 넘는 행사의 기획과 진행, 만 2일에 걸친 44명의 인턴 면접 진행과 같은 인사 경험, 그리고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여러 고민들 ..
초고속 로켓 추진체로서의 삶이 요즘들어 문득 그립다.
그 때만큼의 체력과 에너지가 없어서 그러냐고 묻는다면, 그보다도
그 때만큼의 순수함과 진실됨이 나에게도 없고, 주변에서도 찾기 어렵기에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