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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days in Berlin
by 서선영 Sep 10. 2018

가장 베를린스러운 장소

베를린에 있다면 홀츠마크트에 가자

누군가 베를린 여행을 간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슈프레강변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홀츠마크트(Holzmarkt)이다. 나의 베를린 생활은 도시 여행보다는 동네에 머무르는 삶이 중심이었다. 유유자적. 그럼에도 동네를 벗어나 여러번 찾아간 곳이 있긴 한데, 그 곳 중 하나가 '홀츠마크트'였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된, 그야말로 핫플레이스로 현지인들이 많았지만 관광객들도 점점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오스트반호프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오면 도착한다. 주변은 대로, 창고, 주유소 등 황량한데, 생뚱맞게 팝한 이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입구로 들어가면 주변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베를린을 가로지르는 슈프레 강변 풍경과 분위기, 맥주, 음식, 독특한 공간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메인 중정의 모습/ 1층에 위치한 매장에서 음식을 사다가 테이블에서 먹는다.


슈프레 강변의 조용한 공간/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홀츠마크트(Holzmarkt)라는 이름은 독일어로 목재 시장(Timber market)이란 뜻이다. 현재 이 곳의 건축물과 조경공간은 온통 목재와 식물로 구성되어 있어, 이름과 어울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베를린 시내 유명하다는 장소를 조금이라도 둘러본다면, 목재와 식물, DIY로 공간을 조성한 '힙'한 장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곳을 색다르게 만드는가.


이곳은 커뮤니티(협동조합)가 개발하고
직접 관리/운영하는 곳이다.

이 부지는 베를린 장벽 근처, 슈프레강가에 위치한 버려져 있던 땅으로, 10년 전까지만 해도 Bar25 라는 클럽이 임시 운영되던 곳이었다. 토지소유주가 부지를 매각하게 되면서 클럽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클럽 공간을 사랑하는 음악가, 예술가 등의 커뮤니티는 이 곳을 모든 사람들과 예술가가 함께 일하고 놀 수 있는 빌리지(village)로 만들기로 하고, 7~10명의 핵심멤버를 구성하여 일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1년 홀츠마크트의 컨셉을 구상하고, 파트너, 주주 등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2년 부지가 매물로 나왔을 때, 파트너 중 한명이 스위스 투자자를 유치해와, 그들이 대지를 구입하고, 홀츠마크트 협동조합과는 75년의 임대 계약을 맺었다.

홀츠마크트 커뮤니티는 2개의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이 곳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홀츠마크트 25 협동조합(Holzmarkt 25 Cooperative)'으로 건물 배치, 건물 형태, 매장 운영주체 등을 결정하는 그룹이다. 두번째는 '도시창조성 협동조합(Cooperative for Urban Creativity)'으로 재정적 모델을 운영/관리하고, 주식을 판매한다.

이 협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개발자금 확보, 마스터플랜, 건축계획, 시공까지 완료하여 2017년 문을 열었다. 개발자금은 시민 모금, 베를린 내 투자은행의 펀딩(지속가능 개발 분야)으로 충당하였고, 전문가와 함께 계획을 수립하며 클럽, 레스토랑, 베이커리, 펍, 호텔, 아이 보육실(부모가 홀츠마크트 내 클럽에 가거나 지압치료를 받는 등 그 동안 맡겨놓을 수 있다고 함) 등 그들이 꿈꾸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갔다.

이곳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은 최대수익 대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물가상승율 정도는 보장한다. 운영에 따른 잉여금액은 홀츠마크트에 재투자되어 공간 조성, 문화사회 프로젝트 등에 쓰인다.

협동조합 내에는 건물 관리, 에너지 공급, 미디어 제작 및 행사 등을 수행하는 15개의 회사들이 있다. 각각의 회사들은 고유의 활동을 조직하고 각자 컨셉과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참고자료


이처럼 홀츠마크트는
공공지원금 없이, 순전히 커뮤니티(협동조합)의 기획력과 네트워크 능력만으로 토지 장기임대차 계약과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복합도시주거지로의 개발에 성공하였다. 최고 수익이 아니라, 물가상승율 정도의 수익을 보장하며, 잉여금액은 다시 홀츠마크트 내부에 투입되는 시스템이다.
이 모든 과정은 약 10년의 기간 동안 천천히 이루어졌다. 2011년부터 마스터플랜을 수립을 시작했고, 2012-2013 건축설계를 진행했다. 이런 준비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만들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4년간의 개발을 통해 2017년 오픈하였다.       


이런 개발방식이 이곳에서도 흔한 것은 아니다. 베를린에서도 이 사례를 새로운 도시재생 유형으로 주목하고 있고, 6월에 관련 컨퍼런스에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었다.      

아마도
베를린 장벽으로 인해 도심 근처 버려진 땅,
오랜 시간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합의에 의한 공동 활동에 익숙한 문화,
기존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었고, 기획력과 실행력이 있는 핵심멤버들,  
지속가능한 사회적 사업에 주력하는 은행,
이 모든 조건들이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베를린에 이런 비슷한 곳이 많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공간적으로도 이곳의 분위기는 독특하고 굉장히 그냥 좋다!


이 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내어, 상업적 기능뿐 아니라 아이 보육실, 도시농장, 문화프로그램 등이 복합된 공간을 조성하였으며, 디자인 단계에도 참여하여 개성강한, 독특한 건물과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다. 각자 튀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은 잘 맞는 느낌이었다. (참여한 건축가와 도시계획가의 중재/조정 역할을 잘 한듯) 또한 오픈스페이스의 조경은 전문인력이 아니라 매장주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관리하고 있었고, 많은 부분은 지역주민들의 도시농장으로 이용될 예정이었다. 개발부터 설계, 관리운영까지 계속 함께 가꾸어 나가는 공간. 덕분에 이 곳은 끊임없이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고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루프탑 공간/ 아무렇게나 드러누워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리사이클링 재료를 사용한 건물/ 동행한 건축가님이 튼튼하게 새로 짓고 외장을 빈티지로 은 것이라고 함


슈프레강변 아무렇게나 놓여진 바위와 나무판자/ 역시 아무렇게나 앉으면 된다.


덧붙이자면, 베를린에서 함께 작은 프로젝트를 했던 건축사무소 사람들과 이곳에 답사를 왔었다. 답사 후기를 들어보니, 사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너무 허름해 보여서 답사올만한 곳인가 했는데, 막상 와보니 사진과 다르게 공간이 너무 매력적이라 했다. 혹시 보시는 분들이 이 글에 올라온 사진만 보고 정신없이 허름하기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봐 첨언했다.

* 생맥주를 한잔씩 마셨는데 판트가 1유로에 총 5유로였나 했던 기억이. (아, 판트 2유로였나 @_@;; 어쨌든 심하게 비싸진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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