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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 Jan 05. 2025

축구 친구의 부재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인간관계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이른바 축친(축구 친구)이다.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됐다.


6개월을 1년처럼, 1년을 2년처럼, 2년을 4년처럼 3년을 6년처럼. 기간은 짧아도 빈도로 따지면 옹골차다. 늘 그렇듯 개중에는 내 마음 깊은 곳까지 훅 들어온 친구들도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축친들은 몸으로 친해져서 그런지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들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장난칠 수 있는 사이,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도 편한 사이.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나 보다.


마음을 열고 더 깊어질 때쯤 예기치 못한 이별이 찾아왔다. 요근래 출산, 부상, 취업 등등 저마다의 사정이 생겨 축친들이 팀을 떠났다. 하나 둘 떠나는 걸 지켜보는 게 남아있는 사람으로서는 퍽 힘들었다.


사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었다. 각자의 삶이 다르니까. 자칭 타칭 '걱정 인형'답게 혼자 마음을 다 잡으려고 했다.


'이 친구와 함께 축구를 못하는 날이 오면 어쩌지?'


걱정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마음 준비만으로는 안되나 보다. '이별을 좀 담담하게 받아들여야지!' 다짐을 하는데 쉽지 않다.


일주일에 3-4번을 만나 밤낮으로 공을 함께 차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들이 너무 그립다. '으이구 지겹다 지겹다! 그만 좀 보자' 입버릇처럼 장난스레 말했지만, 사실은 이 관계에 '진심'이었나 보다.


공허하다. 오직 '축구'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결국엔 '사람'이라는 걸. 3년이 넘도록 팀스포츠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우리의 인연도 흘러 흘러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곳에 닿았어 우리들의 얘기가 인연에도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 가 봐 발버둥 쳐도 흩어질 인연은 흩어져만 가네 다만 행복하길 바랄 뿐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잡을 수 없는 것은 잡을 수 없는 대로'(김윤아 '안녕' 가사 中)


축친들과 다시 운동장에서 만날 수 있을까? 예전처럼 다 함께 웃으면서 공을 찰 수 있을까. 흩어져가는 인연들은 진짜 잡을 수 없는 걸까.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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