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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 May 16. 2019

보고 또 보고! 책 냄새 그리울 때 '서울책보고'

책이 보물이 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책보고

           


예전엔 동네마다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물을 발견할 수 있었던 헌책방 이야기다. 1천 원짜리 한 장으로도 지성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게 해준 그곳이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서 사라져갔다. 동네마다 있었던 헌책방이 없어지면서 책을 찾아 발품을 파는 게 언젠가부터 당연한 일이 됐다. 



책이 보물이 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책보고가 문을 열었다. 책벌레들에게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소식이 있을까?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나 싶을 정도로 서울책보고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서울책보고는 송파구 잠실나루역 1번 출구에 있었던 옛 암웨이 창고 자리에 문을 연 헌책방이다. 우선 이곳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총 13만 권의 헌책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는 이곳에는 기자가 보물을 찾아 떠나곤 했던 청계천의 대표적인 헌책방인 동아서점, 동신서점, 상현서림 등 25개 헌책방 책들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헌책방들을 모아 오래된 책의 가치를 담아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시킨 헌책방이다. 서가와 서가 사이를 거닐며 낡은 책 냄새에 취해도 보고 책 읽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풍경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사고 싶은 책을 찾기 위해 기린목을 하고 서가와 오랜시간 눈 맞춤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구불구불한 철제 서가를 따라 가나다 순으로 정렬된 서점들이 보인다. 지난 3월 27일 개관한 서울책보고는 기존 도서관에서도 보기 힘든 독립출판물과 명사의 기증도서도 볼 수 있다. 



대형서점과 그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헌책방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곳은 단순히 헌책을 판매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우리 주변의 작고 영세한 헌책방의 책을 독자에게 위탁 판매하며 헌 책의 종류와 가격 역시 모두 헌 책방 사장님들이 정한다. 검색대에서 책 제목을 입력하면 서점별로 재고량이 뜬다. 가격도 출판연도도 모두 다르다. 헌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가격이다. 이곳에는 1천 원짜리 책은 물론, 2~3천 원 책들이 즐비하다. 1만 원 한 장만 있어도 이곳에선 큰 손처럼 책을 두둑이 챙길 수 있다. 


<1950~1960년대 교과서가 전시돼 있다>




철제서가를 둘러보고 나서 명사의 기증도서 전시공간으로 이동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의 기증도서를 둘러보니 밑줄 긋고 메모한 흔적들이 보였다. 명사 컬렉션에는 약 1만여 권의 책이 전시되어 있으며 열람만이 가능하다. 또 독립출판물 코너에는 자유롭게 볼 수 있는 2,000여 권의 책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절판된 도서들을 볼 수 있어 더욱 귀한 곳이다. 



독립출판물과 명사 컬렉션 사이의 공간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작가와의 토크콘서트, 독립출판물 제작 아카데미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열려 이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유익한 시간을 선사한다. 오픈기념으로 열리는 특별전시도 눈길을 끈다. 1950년대 교과서와 시집, 서간집의 초판본과 저자 사인본이 가득하다. 


<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증한 책을 펼치면 그들이 읽고 밑줄치며 메모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이곳의 헌책들은 아주 오래된 책부터 비교적 최근에 출판된 책까지 그 스펙트럼이 꽤 넓다. 베스트셀러의 초판본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책 좋아하는 이들에게 초판본을 소장하는 것은 큰 기쁨이기도 하다. 잠시 있었던 것 같은데 벌써 세 시간이나 흘렀다. 들어갈 땐 가벼웠던 두 손에는 묵직한 쇼핑백이 들려져 있다. 



책을 고르는 시간이 꽤 재미있었다. 오랜 시간 휴대폰만 보던 현대인들의 목이 이곳에선 쭈욱 펴진다. 어린 꼬마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서울책보고, 앞으로 자주 오고 싶은 곳이다. 왠지 갈 때마다 보물을 찾을 것만 같다. 다음엔 또 어떤 보물과 만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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