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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 Jun 05. 2019

자연품은 고즈넉한 옛정원 - 창덕궁, 성락원, 석파정

                                                                                                                                                        


서울의 고궁 속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어보셨나요? 

초록이 싱그러운 정원들은 마음을 참 여유롭게 하는데요.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 왕가의 정원을 유유히 즐기는 흥미로운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옛 선조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창덕궁 후원, 성락원, 석파정의 정원으로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볼까요?





# 창덕궁후원 / 왕의 걸음으로 걷다


우리의 정원은 다른 곳의 정원과 그 결이 다르다. 자연을 지배하는 유럽의 정원과도 다르고, 자연을 축소시켜 집 안으로 들이는 일본의 정원과도 다르다. 한국의 정원은 자연 속에 내가 들어가 살포시 자리를 잡고 바라보고 즐기는 별서정원의 역할을 한다. 서울의 궁궐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창덕궁, 그중에서도 왕가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후원은 그 깊이가 깊고 숨어 있는 정원과 정자를 골짜기마다 품고있다. 왕가의 정원을 오롯이 즐기려면 우선 별도의 노력으로 입장을 허락받아야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하루에 정해진 시간과 인원이 있기 때문이다. 후원을 대표하는 연못인 부용지의 원도와 부용정은 왕실의 도서를 보관하는 규장각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후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살짝 숨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관람정과 승재정, 존덕정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 역시 후원의 연못인 관람지를 바라볼 수 있는 정자에서 물과 나무, 새와 숲을 마주하며 자연을 즐길 수 있다. 후원의 중심에 자리한 연경당에서는 안채와 사랑채를 따로 둔 사대부가를 궁 안에 들였으며, 창을 열어 그 사각 창에 담기는 꽃과 나무를 바라보는 정원 관람법의 진수를 즐기기도 했다. 옛 선조의 정원 풍류를 즐기고 싶다면 시원한 물 한병 챙겨 후원으로 느릿하게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O 주소 : 종로구 율곡로 99 창덕궁, 매주 월요일 휴궁, 

O 문의 : 02-3668-2300


- 부용정과 영화당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용지 모습 - 


- 두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쌍 -





# 성락원 / 북둔도화의 꿈


서울에 남아 있는 전통정원으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아 많은 이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성락원을 찾았다. 성북동에 복숭아꽃이 피던 곳, 상춘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북둔도화 성락원은 고종의 아들 의친왕이 살던 별궁의 정원이다. 성북동 깊숙이 자리 잡은 이 별서정원은 도성 안에 있지만 ‘성 밖 자연의 즐거움을 누린다’는 뜻의 이름처럼 북한산을 제 품에 안고 정원 안으로 물이 흐르는 형세를 이룬다. 자연 암반과 산에서 내려오는 계류를 중심으로 연못을 파고 건물을 세워 정원을 만들었는데, 이때 원래의 자연을 최대한 그대로 둔 채 바라보는 한국 정원의 품격을 따랐다. 성락원은 쌍류동천이 흐르는 전원과 용두가산을 돌아 들어가면 펼쳐지는 내원, 현재는 전시관으로 활용되는 송석정이 자리한 후원으로 구성된다. 성락원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내원의 영벽지 일대는 물과 돌, 주변의 풀과나무, 우거진 숲에 아름다운 글씨와 풍류가 이루는 조화가 일품이다. 현재는 없어진 성락원 영벽지의 정자나 의친왕이 기거한 본채는 모두 정원에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며 물러나 있다. 서울과 남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에 다가오는 가을, 시민에게 임시 개방하는 날이 더욱 기다려진다.


O 주소 : 성북구 선잠로2길 47, 현재는 내부 정비 중으로 가을에 임시 개방이 예정되어 있다.

O 문의 : 02-745-0181


- 북악산 맑은 물이 영벽지를 타고 흐르는 내원 풍경 - 


- 성락원이 한눈에 담기는 송석정 누각 -





# 석파정 / 아늑한 산세를 품다


조선 한양의 경치가 널찍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터를 다져 한양 제일의 정원으로 손꼽히던 석파정은 북악산과 인왕산을 품고 있다. 영의정 김흥근에게 이곳을 팔라는 청을 거절당하자 흥선대원군은 ‘삼계동정사’를 하루만 빌려 자신의 아들이던 고종을 모시고 갔다. 이 일로 결국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소유가 되었다. 수려한 산세를 품은 곳답게 사랑채는 구름이 발을 치는 가운데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였던 석파정은 현재 하얀 너럭바위와 수백 년 된 소나무, 계곡의 흔적만 남아 아쉬움을 더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의 정점인 아름다운 누각을 빼놓을 수 없다. 계곡 깊숙이 숨어 있는 정자의 이름은 ‘유수성중관풍루(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단풍을 바라보는 누각)’로 불리며 특히 단풍옷 갈아입은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특히 그동안 보아오던 정자와 다른 모양새는 석파정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데, 조선 시대 한국 전통 건축양식과 당시 청나라였던 중국의 건축양식이 적절히 섞여 있다. 정자에 남아 있는 청나라풍의 문살무늬와 정자에 마루를 깔지 않고 바로 돌 위에 올린 점, 정자까지 평석교로 이어진 이국적인 취향을 엿볼 수 있어 더욱 기억에 남는다. 그 옛날 세도가들이 모여 풍류를 나누고 권세가들의 야심 찬 이야기가 흐르는 계곡물 사이로 숨어들었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석파정. 석파정의 풍류를 만끽하고 싶다면 비 온 다음날, 계곡에 물이 차오를 때가 더욱 운치 있어 좋을 것 같다.


O 주소 : 종로구 창의문로11길 4-1

O 문의 : 02-395-0100


- 석파정 초입에 위치한 소수운련암 각자 - 


- 골짜기에 살짝 숨어 있는 석파정을 향해 있는 평석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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