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해 11월 새벽 4시.
지리산에 첫 눈이 온지도 모르고 무작정 밤새 기차를 타고 갔던 화엄사.
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화엄사부터 노고단까지 걸어올랐던 기억.
그것도 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동물 울음소리만 간간히 들렸던 그 날 새벽 산행은
결코 잊지 못한다.
5시간 만에 노고단에 올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때,
반은 단풍, 반은 눈꽃을 보여주던 그 지리산.
정신이 피폐해졌을 때, 몸을 혹사하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진다는 신념은
그 날 어김없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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