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5D Mark2 재구매기
다시 DSLR의 세계로.
내가 카메라를 처음 손에 쥔 것은 중학교 2학년 수학 여행 때 였다. 삼성 필름카메라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매우 신기했다. 그 후로도 카메라에 별 감흥을 느끼지 않고 지내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며 디지털 카메라를 접하고 본격 카메라 세계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본 것은 2000년 즈음. 코닥에서 나온 디카였는데, 모델명은 기억나지 않는다. 인터넷이 슬슬 시작되던 시점이었고 디카라는 것을 처음 봤기에 마냥 신기해 쳐다만 봤을 뿐, 사진에 대한 본격 탐구는 1~2년 후였던 것 같다.
니콘 쿨픽스 950 이었던가?
그 모델을 구입하며 본격 사진에 빠져들었다. 필름과 달리 저장과 삭제를 마음껏 할 수 있음에 무한정 매력에 빠져 연일 셔터를 눌러댔다.(본인이 모델을 따지지 않던 시절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음.ㅜㅜ) 당시 촬영한 사진은 아주 밋밋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니콘과 캐논의 차이점을 슬슬 알아가게 됐다.
그러다 니콘을 벗어나 캐논 350D를 구입하며 DSLR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책을 구입해 공부까지 하며 열일했다. 동호회에도 가입하여 이것저것 주섬주섬 체득했고, 기자 생활 시 동료 사진 기자와 웹디자이너 등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2010년. '오두막'이라 일컫는 캐논 5D Mark2를 구입하며 정점을 찍게 된다. 렌즈는 당시 국민렌즈였던 24-70mm 2.8 L렌즈. 50mm 1.4 렌즈와 70-200mm 시그마 망원렌즈도 겸했다.
당시 2000년대는 DSLR의 붐을 타고 사진 동호회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현재도 건재한 DSLR클럽도 그랬고, 레이소다 등 여럿 채널을 통해 모두들 DSLR 사진 자랑에 여념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매주 출사 계획이 잡혔었고, 너도 나도 렌즈를 교환해가며 풍경과 인물 사진 촬영에 몰두했다. 제법 묵직해서 손목이 저릴 정도(?)로 무게감이 나가긴 했으나, 그래도 그 '맛'이란게 있었다. 그 맛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아직도 DSLR에 충성하는 듯 하다.
개인 사정으로 2014년 모든 것을 처분할 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눈물겨웠다. 보내기 싫었다. 약 600~700만원 어치의 카메라와 렌즈는 중고 매매가가 절반 정도로 취급돼 내 눈물과 함께 뚝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8년.
오늘 다시 그 때 그 녀석을 다시 들였다.
캐논 5D 마크2와 24-70mm 렌즈. 50mm 1.4 렌즈도 함께. 스트로보도 함께(430EX2).
망원렌즈만 빠져있고, 그 때 그 멤버 그대로다.
핑클, SES, HOT가 몇 해 전 재결합해 앨범까지 발매했던 것 처럼 감개무량하다.(물론 나 혼자의 감격이다. 휴대폰 카메라에 익숙한 이들, 특히 가족들도 이해 못함. ㅜㅜ)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워낙 좋아 이젠 DSLR의 감성이 좀 덜해진 느낌도 없지 않다. 특히 아이폰의 경우는 뭐... 두말 하면 잔소리가 될 정도니까. 캐논 5D Mark2가 출시된 지 15년이나 지났으니, 그 사이 발전한 카메라 기술도 말해서 무엇하랴. 오히려 DSLR의 사진 결과물이 휴대폰보다도 못해 보이기도 하니 남대문 카메라 매장들에 줄줄이 쌓여가는 DLSR들이 애처로워 보일 뿐이다.
그래도 DSLR만의 맛이 있다. 카메라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맛은 적어도 50년 전통의 청국장집의 그런 냄새같은 것이랄까.
오랜 숙원이 해소됐다.
여성들이 샤넬백을 팔았다가 다시 구매하면 이런 기분일까.
다시 시작해보자.
과거 출사 나가 연신 셔터 눌러댔던 기록들 몇 개를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