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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교육청 Feb 01. 2019

3.1운동 100주년 기념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4편

- 이상화,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 -

1919년 3월 1일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의지가 전국적으로 폭발한 날이죠. 3.1운동으로 우리나라의 독립의지가 세계에 알려졌는데요. 이 역사적인 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의 시를 함께 살펴보며 그 시대의 정신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시인 <출처 : 위키미디어>

 이상화 시인(1901~1943) 

시인 이상화는 일제강점기에 비탄에 빠진 우리 정서를 시적 언어로 끌어올림으로써 한국 현대시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되는 민족시인입니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이상화는 3.1운동 때 대구에서 학생봉기를 준비했습니다. 당시 시위 단속을 치밀하게 하던 일본경찰에게 발각되어 결국 실패했지만, 이 후에도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을 이어갑니다.

이상화 시인은 자신의 재능을 개인의 존엄성, 사회개혁, 일제에 대한 저항으로 표현해 많은 문학 작품을 남겼어요. 이상화 시인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절실하고 소박한 감정으로 노래하고 있는 대표적 저항시입니다.

- 주요 작품 -

<말세의 희탄>, <단조(單調)>, <가을의 풍경>, <나의 침실로> 등

- 여행 tip -

이상화 시인의 숨결을 더 느끼고 싶다면?

이상화 고택 주소 : 대구 중구 서성로 6-1


이육사 ‘바다의 마음’ 친필 원고 <사진출처 : 연합뉴스>
광야(曠野)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여선 지고 
큰 강(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시인 <출처 : http://www.264.or.kr/>

 이육사 시인 (1904~1944) 

이육사 시인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 민족적 비운을 소재 삼아 강렬한 저항 의지를 시로 노래한 대표적인 저항시인입니다. 이육사 시인의 본명은 이원록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본명보다 ‘이육사’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이는 그가 대구형무소에 투옥되었을 때 수인 번호가 64(또는 264)여서 그 차음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해요.

그는 1925년 의열단에 가입하는 등 여러 독립운동단체에서 독립 투쟁을 하고 많은 시에서 강렬한 저항 의지를 담아냈었죠.

- 주요 작품 -

<절정>,<광야>,

<청포도>,<교목> 등

- 여행 tip -

이육사 시인의 숨결을 더 느끼고 싶다면?

이육사 생가 주소 : 경상북도 안동시 포도길 8

- 이육사 문학관 :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백운로 525




윤동주 시집 <사진출처 : 연합뉴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 <출처 : 위키미디어>

 윤동주 (1917~1945) 

윤동주 시인은 식민지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민족에 대한 사랑과 독립의 소망을 절절하게 노래한 민족시인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 유학 중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에서 공부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했습니다. ‘쉽게 쓰여진 시’와 ‘별헤는 밤’이라는 시를 보면 그 마음이 잘 드러나지요.

그는 일본에서 학업 도중 항일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옥중에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 주요 작품 -

〈서시(序詩)〉, 〈또 다른 고향〉, <쉽게 쓰여진 시>, 〈별 헤는 밤〉 등


- 여행 tip -

윤동주 시인의 숨결을 더 느끼고 싶다면?

윤동주 문학관 :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19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초간본 (1926년) <사진출처 : 연합뉴스>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만해 한용운 시인<출처 : 위키미디어>

 한용운 (1879~1944) 

만해 한용운은 독립운동가 겸 승려, 시인으로 3.1운동을 전국적으로 퍼질 수 있게 주도한 33인 민족대표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다가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하였으나 실패로 돌아가자 설악산 오대암에 들어가 절의 일을 거들다가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습니다.

1919년, 3.1운동 주도로 투옥되어 3년 동안 옥살이를 하였습니다. 그는 출옥 후에도 물산장려운동 지원, 민립대학건립운동, 신간회 활동 등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 주요 작품(저서) -

<조선불교유신론>, <님의 침묵>, <흑풍>, <후회> 등

- 여행 tip -

한용운 시인의 숨결을 더 느끼고 싶다면?

만해 문학 박물관 :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1136-4





1945년 8월 15일
광복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이상화,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 저항시인 네 분 모두 광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이 분들의 간절한 ‘독립의 꿈’ 위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의 시 한 구절 한 구절을 마음에 새겨봅시다. 그리고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한 선조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서울시교육청 블로그 '서울교육나침반'

https://blog.naver.com/seouledu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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