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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교육청 Aug 27. 2018

꿈을 담은 놀이터를
소개합니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 인터뷰


놀이터가
어디에 있어요?



꿈을 담은 놀이터가 학교에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재밌는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를 상상했지만 꿈을 담은 놀이터는 놀이기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와서 놀 때 비로소 놀이터가 되었다. 장난감이 멋지고 구체적일수록 놀이는 단순해진다. 기차장남감은 기차만 되지만 나무토막은 기차가 되기도 하고 자동차가 되기도 하고 비행기가 되기도 하고 솥단지가 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이 되기도 한다. 



▲신현초등학교 꿈을담은 놀이터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아이들이 놀러오는 학교놀이터 만들기 조성 방안’에 대한 정책연구와 함께 신현초와 장월초를 대상으로 ‘놀이터 만들기 시범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기존의 놀이기구 중심의 놀이터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놀이 욕구를 반영한 놀이 환경을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학생참여형 놀이터인 ‘꿈을 담은 놀이터’를 만들었다. 꿈을 담은 놀이터 제1호가 올해 7월에 신현초등학교에서 문을 열었는데, 트리하우스, 하얀 세상, 추억의 놀이터, 바람의 언덕, 레인보우 놀이터라는 다섯 가지의 주제로 학교 전체에 놀이 환경을 조성하였다.   


편해문 놀이터디자이너는 서울시교육청 놀이터재구성위원장으로 꿈을 담은 놀이터 만들기에 참여하였다. 편해문씨는 “아이들은 놀면서 자유를 만나고 스스로 살아가는 인간으로 성장한다”며, “학교놀이터를 만드는 일은 아이들이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을 거쳐 결과물인 놀이터를 누리기 때문에 이 과정자체가 어떤 교육커리큘럼보다도 뛰어난 최고의 교육”이라고 말한다. “위험해야 안전하다”는 편해문씨의 철학이 담긴 교육과 놀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꿈을 담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이 중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



Q : 놀이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계시는데, 놀이를 좀 정의해 주세요.


편해문 : 하자고 하는 걸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놀이에요. 어른들이 준비해서 기획하고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에 참여하는 것은 체험이에요. 놀이는 체험과 달라요. 놀이를 하면 뭐가 좋아진다거나 계발된다는 식으로 놀이를 도구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Q : 아주 명쾌한 정리네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놀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교육에 놀이를 도입하는 게 가능할까요?


편해문 : 놀이는 놀이고 교육은 교육인데 우리 교육이 너무 재미가 없다 보니 놀이를 교육에 접목해 보려는 분들이 있죠. 심정은 이해가 가요.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두 날개가 필요해요. 한쪽을 교육이나 배움이라고 한다면 자유와 놀이라는 다른 쪽 날개가 있어요. 학교에서 놀이를 많이 얘기하는 이유는 그동안의 아이들이 배움과 교육에 편향되어 왔기 때문이죠. 사람이 성장하는 시기에 두 날개를 모두 쓰면서 자랄 때와 한쪽 날개만 썼을 때 그 결과는 다르겠죠. 이제 놀이와 자유라는 다른 쪽 날개의 중요성을 알게 된 거죠. 저는 이 두 날개를 균형 있게 쓰길 바라죠. 

놀면 머리가 좋아진다거나 놀면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놀이를 잘못 이해한 거예요. 놀이는 철저한 무목적성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행위인 것이죠. 놀이까지 무엇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돼요. 노는 거라도 교육에서 벗어나야죠.



▲학교에서 놀이하는 아이들



Q : 제가 어릴 때는 교육은 학교에서 하고, 놀이는 주로 학교 바깥에서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 학교에서 놀이를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편해문 : 한국사회에서 아이들이 동네에서 놀이터를 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잖아요. 놀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학교라는 가슴 아픈 현실을 반영한 거죠. 학교에 머무는 시간에 놀이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니까 학교에서 놀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놀이 환경에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부모와 사회의 입시중심가치관과 시스템을 바꾸어야 해요.



Q : 놀이는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필요한데 청소년들의 놀이 환경은 어떤가요?


편해문 : 중고등학교는 입시가 본격화되는 시기라서 청소년에게는 놀이가 필요하지 않다거나 청소년들은 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이 못 논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이미 놀고 있다는 긍정에서 시작해야 해요. 아이들은 어디에서든 어떻게든 놀고 있어요. 학교와 집 사이, 집과 학원 사이에서 놀고 있죠. 

청소년들의 놀이는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하는 그들만의 사이문화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죠. 아이들은 어른의 말을 따라서 놀지 않아요. 어른들은 놀이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따지고 긍정적으로 놀기를 바라겠지만 논다는 것은 B급 문화거든요. 놀이는 도덕과 윤리를 넘어서는 것이죠. 놀이는 철학 위의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청소년들의 놀이공간이 필요는 하지만 어른들이 만들면 아이들이 안 올 거예요.



 Q : 청소년들은 시간만 있으면 된다는 말씀인가요?


편해문 : 청소년들의 문화를 수용하는 어른들이 필요하죠. 주변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자유의지라든지 자율성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해요. 청소년에게는 세상이 놀이터죠. 

청소년들이 음악을 많이 듣는데 노래는 수준 높은 놀이예요. 경쟁하지 않으면서 재미와 즐거움에 도달할 수 있는 놀이가 많지 않은데 그중 하나가 노래예요. 다행히도 청소년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많은 위안을 받고 있고요.  


 

▲학교 곳곳에서 놀이하는 아이들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Q : 신현초등학교 꿈을 담은 놀이터를 방문하신 교육감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이 학교 놀이터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에 놀라셨나요?


편해문 : 놀이터를 어디에 만들었냐고 찾으시더군요. 보통 학교 한쪽에 놀이터를 만들잖아요. 학교놀이터와 공원 놀이터는 달라요. 공원은 울타리가 있어서 울타리 속에 놀이터를 만들어야 하는데 교는 아이들이 학교 전체를 이용하니까 학교 전체를 놀이터로 만들 수 있어요.  지난 일 년 동안 아이들이랑 놀이터를 설계하면서 학교 전체를 놀이터 삼아서 쓰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 아이들의 요구를 반영해서 특정 장소에서만 노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체에서 놀 수 있도록, 놀이터가 아니라 ‘놀이 환경’을 만들었어요. 


신현초와 장월초에 만든 놀이터는 한 곳에 놀이터를 만드는 디자인이 아니라 놀이 환경을 재구성 했어요. 놀이 환경을 만드는 출발을 아이들과 함께 했고요. 아이들과 함께 학교공간을 돌아다녔는데 ‘여기서 놀고 싶어요, 여기서도 놀고 싶어요, 저기서도 놀고 싶어요.’ 라고 하는데 학교 전체에서 놀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리고 뭐하고 놀고 싶은지를 물었더니 신현초에는 연못이 하나 있고 연못 주변에 굵은 나무들이 있는, 공중에서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나무집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나무 사이를 오가는 트리하우스를 만들었지요. 이용하는 아이들이 최종 결정권자가 되도록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생각을 반영해서 만들었어요.

나무와 나무를 공중에서 이어 공간을 만들고 밧줄을 잡고 올라가고,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고, 공중에서 미로처럼 돌아다니고, 아래와 연결하는 여러 가지 길을 만들었어요.


 

▲신현초등학교 트리하우스


 

Q : 나무 위에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았을 텐데요. 안전과 재미라는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편해문 : 아이들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잖아요. 아이들에게 위험을 치우고 제거한다고 아이들이 위험에 대처할 수 있게 되지는 않아요. 아이들도 위험을 맞닥뜨리면서 대처하는 법을 알아가는 거죠. 위험천만한 위험이 아니라 ‘건강한 위험’이라고 제가 얘기하는데, 아이들이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을 정도의 위험들을 놀이터 안에 하나씩 하나씩 배치해 두는 거죠. 그래야 위험을 만났을 때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고 위험한 환경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게 되죠. 위험이 너무 크면 피하는 이런 감각을 익히게 되는 거죠. 어린이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나이에 따라 경험에 따라 개인별로 위험에 대처하는 게 다 다르거든요. 학생들이 놀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놀아요. 오늘은 요만큼 내일은 요것보다 조금 더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거죠.


특히 학교는 위험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으시니까 처음부터 교사와 학부모들이 만나서 같이 의논했어요. 안전검사하시는 분도 처음부터 참여했고요. 위험한 부분에 관하여 전문가 의견을 들으며 보완해 가면서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트리하우스 높이가 1미터 정도이고, 나무집 아래는 탄성 물질로 바닥을 만들었어요. 선생님과 학교에 계신 분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에 조금씩 익숙해지도록 교육하시고 계시고요. 완성된 결과물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을 모두가 함께 해 왔기 때문에 모두 함께 적응하고 있어요. 

익숙해지면 사고가 없는데 낯설어서 위험한 거거든요. 지금 만든 곳에는 위험천만한 곳은 없어요. 학생들이 집에 안 가고 학원 안 가고 흙산에서 더 놀고 싶다고 해요.



▲꿈을 담은 놀이터의 흙산



Q : 전국에서 학교 놀이터를 보러 오셨다고 들었는데 놀이기구 중심의 놀이터가 아니라 처음 보는 분들은 낯설어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이었나요?


편해문 :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순간 기존 놀이터와 다르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어요.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어른들 마음속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재미나게 노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요. 교육감님이 보시고 아이들이 노는 이런 환경을 더 만들어야겠다고 하시며 교육혁신지구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놀이터를 만드는일을 확대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는 학교 놀이터를 만드는데 코디자인 즉 ‘협업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어요. 학교에는 여러 주체들이 있는데 그런 주체들의 의견을 모두 수평적으로 반영해서 만들어 가는 거죠. 학생, 교사를 비롯한 교직원, 학부모, 저 같은 전문가 모두가 수평적으로 의견을 내고 이를 골고루 반영하는 거죠. 본인들이 생각하고 그림 그리던 것들이 결과물로 만들어졌잖아요. 놀이터를 만드는 이 과정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체험학습이나 참여수업 같은 것은 수업으로 끝나기 일쑤인데, 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은 결과물인 놀이터를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거죠.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을 같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완성된 공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거예요. 이것이 교육의 최고의 단계라는 거죠. 단순히 놀이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변화, 혁신,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교육이에요. 어떤 교육의 커리큘럼보다도 뛰어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놀이터를 만드는 전 과정을 연구보고서로 정리해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어요. 교육정보연구원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꿈을 담은 놀이터’가 완성되기까지 학생들이 만들고 싶은 놀이터를 디자인 하고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놀아보며 직접 감리하고 완성된 공간에서 놀면서 놀이터를 완성해 가는 경험이 곧 교육이라는 말씀 인상 깊습니다. 올해도 학교놀이터를 계속 지을 텐데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놀이 환경에 대해 기대하게 됩니다.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철학이 사회전체로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장월초의  ‘꿈을 담은 놀이터’를 10월 초에 문을 열 예정이고, 2018년에 4개 초등학교(안평초, 삼광초, 방이초, 세명초)에서 ‘꿈을 담은 놀이터’ 만들기를 더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기후 변화로 인해 미세먼지 등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드는 만큼, 학교 한 곳에서는 실내 놀이터 만들기도 추진할 계획이다.





글. 서울시교육청 시민기자단 변춘희


 *위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서울시교육청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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