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그리는 훈련

나, 글, 그림

by seoul
선류_2024_생각하는 훈련

— 무드 분석과 ‘생각을 그리는 훈련’ 칼럼


세상은 말이 너무 많다.
말이 넘쳐서 정작 중요한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날은 입을 다물어버리고 손을 움직인다.
그리고 종이 위에 색을 깐다. 8절 스케치북 위에. 마카와 오일파스텔로.

말 대신 색으로 생각을 드러내는 훈련.
논리보다 감각이 더 정확한 순간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까먹는다.
입이 아니라 손이 진실을 말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도.





Mood 분석

8절이라는 약간 작은 공간은 생각을 과감하게 잘라내게 한다.
넓지 않으니 쓸데없는 장식과 미사여구는 버려진다.
핵심만 남는다.


마카는 빠르고 단호한 흔적을 남긴다.
한번 그으면 지워지지 않는다.
변명도, 수정도 허락하지 않는다.
결단력의 질감.




오일파스텔은 반대로 손끝에 묻어난다.
번지고, 섞이고, 감정을 질감으로 드러낸다.
흔적과 감정의 층.



마카의 단호함과 오일파스텔의 불완전함이 부딪히는 순간,
우리는 자기 생각의 ‘진짜 얼굴’을 본다.
예쁘게 말해 포장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생각과 감정의 모양을 확인한다.


생각을 그리는 훈련


연필로 밑그림도 그리지 않고 바로 마카로 선을 긋는다.
떨려도 그냥 긋는다.
틀리면 어때, 세상 모든 실패가 영구 미술 작품처럼 남는 건 아니니까.

그 다음 오일파스텔로 색을 덧바른다.
선과 선 사이, 빈틈에 색을 채우면서 알게 된다.
내 생각에도 빈틈이 있었구나.
그 빈틈이 사실은 나를 숨 쉬게 해주고 있었구나.

이 훈련은 세상을 향한 태도를 바꾼다.
말로 설명할 이유도 줄어든다.
왜냐면 그려진 것이 더 정확한 진술이 된다.


냉소적 결론


사람들은 감정과 생각이 복잡해질수록 더 긴 말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니라 한 줄의 강한 선이다.
설명이 길다는 건,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8절 한 장,
마카 한 줄,
오일파스텔 한 번의 스침.

그걸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
미련한 변명과 감정 과잉이 사라지고 명확한 나가 남는다.

말 대신 그려라.
감정은 색으로, 생각은 선으로.
그게 자기 확신을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훈련이다.


ENDING QUESTION

오늘 당신의 감정을 단 하나의 색으로 그린다면,
그 색은 무엇이고,
왜 그 색이어야 하는가?

대답을 대신, 종이에 그려보라.
그게 생각을 훈련하는 첫 걸음이다.


by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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