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을 잃은 시대에 나의 색으로 서기 –
요즘 세상은 ‘브랜딩’이라는 말에 중독되어 있다.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기업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로고일까, 아니면 화려한 비주얼과 슬로건의 조합일까.
아니다. 요즘은 사람 하나, 일상 하나에도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가 비슷한 방향으로 몰려간다는 것이다.
하이브랜드, 럭셔리, 모던, 시크, 미니멀 —
단어는 다르지만, 결국 똑같은 질감의 이미지로 수렴된다.
마치 AI가 생성한 이미지처럼, 매끄럽고 세련됐지만
어딘가 피가 돌지 않는다.
요즘 브랜드들을 보면, 하나같이 ‘정답’을 향한다.
‘정제된 무드보드’, ‘세련된 톤앤매너’, ‘미니멀 감성’.
모두 잘 만들어졌고, 분명 멋있다.
하지만 그 안엔 ‘인간적인 결’이 사라졌다.
모두가 같은 레퍼런스를 보고, 같은 템플릿을 쓰고,
결국 같은 ‘톤’으로 말한다.
이건 마치
“누가누가 제일 잘나가나”
경쟁하는 무도회 같다.
멋진 디렉터의 ‘티렉팅 능력’이냐고?
아니면 그냥 ‘운 좋게 트렌드를 맞춘 따라쟁이의 반짝임’이냐고?
이제 그 경계조차 모호하다.
나는 지금 시장조사를 한다.
앞으로 맡게 될 브랜드들의 컨셉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브랜드들이다.
누구나 스크롤을 멈추게 만들 만큼 ‘멋진 이미지’를 구현해야 한다.
문제는, 그 ‘멋짐’이 이제 너무 복제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명, 컬러, 모델의 포즈, 폰트까지
어느 브랜드든 비슷한 뉘앙스로 포장된다.
눈은 즐겁지만, 마음은 금세 잊는다.
색이 없다. 진심이 없다.
그럼 나는?
내가 추구하는 건 ‘색감’의 감각, 이미지의 온도다.
눈에 보이는 퀄리티가 아니라,
‘보고 나서 오래 남는 잔상’을 만드는 일.
그런데 말이다.
요즘의 브랜드 회의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퀄리티를 높여야 해요.”
“퀄리티 있게 만들어야죠.”
그 말이 반복될수록, 나는 조금씩 화가 난다.
도대체 퀄리티란 무엇일까?
누가 하면 괜찮고, 내가 하면 아쉽다는 그 미묘한 기준.
완벽히 설명되지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듯한 그 단어.
‘퀄리티’는 종종 감각을 억누르는 보이지 않는 검열의 언어다.
내가 만든 이미지는 다르다.
그 다름이 곧 부족함으로 해석되지 않으려면,
나는 ‘잘 만든 흔한 것’보다 ‘내가 만든 유일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따라가기보다 만들고 싶다.
누군가의 콘셉트를 흉내 내기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각을 온전히 밀어붙이고 싶다.
그게 실패하더라도, 그건 적어도 나의 색감으로 남을 테니까.
브랜딩이란 결국,
시장의 언어로 나를 표현하는 동시에,
나의 언어로 시장을 흔드는 일이다.
따라가는 순간, 색은 희미해진다.
만드는 순간, 색은 비로소 생긴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arte n philosophy” —
예술과 철학, 감각과 사유의 경계에 선 브랜드.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가 아니라,
느껴지는 이미지.
‘예쁘다’보다 ‘이건 뭐지?’ 하고
한 번 더 머물게 만드는 이미지.
그게 내가 구축하고 싶은 브랜드의 방향이다.
브랜딩이란 결국,
세상이 요구하는 색이 아니라
내가 지켜내고 싶은 색으로 버티는 일이다.
그 색이 희미하더라도,
그건 여전히 나의 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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