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레코드1, 곱게는 못 컸어도, 막대하진 말자.

입천장 긁히는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치아바타를 택하라.

by seoul



입천장 긁히는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치아바타를 택하라.


태풍상사.
그날 방송은 유난히 마음이 헐거웠는지,

아무렇지 않게 틀어놓은 TV 화면 속 한 장면에
가슴이 묘하게 덜컥 내려앉았다.


분이 할머니의 목소리.
가족의 무게를 짊어진 어린 손녀에게 건넨 말.


“곱게는 못 컸어도, 막대하진 말아.
너는 어쩔려고 그랬어.”



그 말 한 줄이
가슴 깊숙한 곳의 오래 묵은 멍을 건드렸다.
울컥.
눈물이 배어 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곱게 크지 못했다.
누구보다 단단해야 했고,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고,
누구보다 잘 버텨야 했다.


사람은 지키는 걸 배워야 했고,
말 대신 삼켜야 했고,
울고 싶을 때 웃어야 했다.


누구도 내 편이 아니라고 느껴진 시간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어도
“괜찮다”고 말해야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막대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다.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으려 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섰다.


곱게는 못 컸지만,
막대하진 않고 싶었다.



할머니의 그 말은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너는 어떻게든 버텼잖아.
기어이 살아냈잖아.
그러니까,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 마라.”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들킬까봐

감정조차 숨겨야 했던 시간들.
모두의 마음을 다 챙기느라
정작 내 마음은 부서져 가던 날들.


그 모든 순간을

누군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돌아보면
나는 참 못나게 살아온 것 같을 때가 많다.
허둥대고, 울고, 화내고, 후회하고.
부끄럽고 미숙한 날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이 내 삶을 지탱했다.
버티기 위해, 견디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그래도 나는 막대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짓뭉개며 살지 않았다.
상처를 상처로 갚지 않았다.
그것이면 된 거다.


오늘의 결론은 단순하다.


우리는 완벽하게 살아낼 수 없지만,
아름답게 후회할 수는 있다.



입천장 긁히는 세상 속에서도
부드러움을 지키는 건
결국 자신을 위한 선택이다.



나는 여전히 부드러운 사람이고 싶다. 어떤 폭풍 속에서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입천장 긁히는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치아바타를 택하라.*


곱게는 못 컸어도, 막대하진 말자.

상처를 물려주지 않는 사람이 되자.
그게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가장 부드러운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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